태영 계약 해제된 성수 오피스개발 새 주인, '한토신·미래에셋證·키움운용'

태영건설 컨소시엄이 워크아웃 여파로 사지 못한 서울 성수동 핵심 오피스 개발 부지를 한국토지신탁(한토신)·미래에셋증권·키움투자자산운용 컨소시엄이 인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토신 전략사업본부는 성수동 알짜 개발 부지로 꼽히는 창미빌딩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건물주가 태영건설·이지스자산운용 컨소시엄(성수티에스2차PFV)과 체결했던 토지 매매 계약을 해제했다는 소식을 접한 직후부터 6개월 넘게 토지 소유주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성수티에스2차PFV는 전체 부지 확보에 실패하며 계약금이 몰취됐고, 매매 계약은 지난해 11월 해제됐다.
이후 한토신은 그간의 협상 노하우를 동원해 지난 4월 28일 마침내 새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 막판까지도 여러 자산운용사들이 매도 측에 입질을 넣는 등 경쟁이 치열해, 계약 성사 직전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고 한다.
한토신은 매도자와의 협상을 통해 두 가지 유리한 조건을 확보했다. 우선, 기존 거래 당사자였던 태영건설·이지스운용보다 100억 원 낮은 가격에 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 6월 태영컨소시엄이 제시했던 가격은 1600억 원이었으나, 한토신은 1500억 원에 매입 계약을 성사시켰다. 매입 대상은 성수동2가 299-198 외 3필지로, 총 부지면적은 1031.62평이다. 평당 1억4549만 원 수준으로, 현재 평당 2억 원을 넘는 성수 시세에 비해 저렴하게 매입한 셈이다.
또한, 건축 인허가 승인 조건부로 잔금을 납부하는 조건도 끌어냈다. 한토신은 이 구조를 본 사업의 핵심으로 설정했다. 내년 7~8월 인허가 승인 시점에 맞춰 잔금을 치르고 본PF를 조달하는 방식이어서, 별도의 브릿지론을 조달할 필요가 없다. 계약금 150억 원만 우선 납부하고 1년 이상 고금리 자금을 쓰지 않아도 돼, 사업비 절감 효과가 크다.
한토신은 딜 발굴과 동시에 공동 시행 파트너를 물색했고, 사업 구조의 우량성을 인정받아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운용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초기 자본금 200억 원 규모의 PFV에는 세 곳이 동일 지분(보통주 기준)으로 참여했다. 한토신과 키움운용이 PFV 공동 자산관리(AMC)를 맡고, 미래에셋증권은 향후 본PF를 대표 주관할 예정이다.
시공사들도 PFV 지분 참여에 관심을 보였으나 배제됐다. 향후 경쟁 입찰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함으로써 공사비를 절감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번 사업은 3개 금융회사가 앵커 주주로 참여한 금융투자자(FI) 주도 개발 구조로 짜였다.
성수오피스개발PFV는 향후 기존 주주 유상증자와 우선주 투자 유치를 통해 자본금을 700억 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전체 예상 사업비 3500억 원 중 20%를 자기자본으로 조달한다는 구상이다. 저렴한 토지 매입가, 브릿지론 조달 회피, 시공사 경쟁 입찰 등을 통해 조성 원가는 상당히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개발 원가가 평당 3000만 원 초반까지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PFV는 해당 부지 내 노후 공장 및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지상 14층 규모에 연면적 약 1만1000평에 이르는 대형 오피스 빌딩을 신축할 계획이다. 성수역 도보 6분 거리의 역세권 입지이자 10m 도로와 접해 있는 등 북성수 지역 내에서도 손꼽히는 우량 부지로 평가받는다.
다만, 건축 인허가 일정이 지연될 경우 전체 사업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잠재적 변수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