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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우리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 4가지 변화

원정호기자
- 12분 걸림 -

그간 주력한 국내 주택시장이 하강 국면에 진입하자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저금리 아래 장기 호황을 누렸던 주택시장은  금리 인상과 인플레를 맞아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건설사들은 국내사업 포트폴리오 비중을 하향 조정하고 대신 해외 건설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해외 건설 수주는 전년 동기에 비해 13% 증가한 184억달러를 나타냈다.  건설업계는 이 기세를 몰아 3년 연속 해외건설 300억달러 달성을 향해  막바지 피치를 높이고 있다.  실제 연말로 가면서 해외 수주 낭보도 속속 들리고 있다.


그러나 과거 주택경기 후퇴에 따른 실적 채우기식 수주는 더 이상 아니다.  지난 2010년대 대규모 저가 해외수주에 따른 실적 쇼크와 후유증을 겪었던 터라  수익 중심의 질적 성장을 일궈내고 있다는 평가다.    해외건설 수주시장에서 국내 건설사들의 변화된 모습과 사례를 4가지 특징으로 알아봤다.

"더 이상 저가 수주는 없다"

현대건설의 필리핀 철도 수주구간(자료:현대건설)

25일 건설업계와 현대건설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필리핀정부로부터   필리핀 남부도시철도 총 9개 공구 중 2·4·5·6 공구(South Commuter Railway Project Contract Package S-2/4/5/6) 등 4개 공사의 낙찰통지서(NOA : Notification of Award)를 잠정 접수했다.

그런데  마닐라 도심 공사구간인 2공구가 문제였다.   로이스트(lOWEST, 최저가)로 따냈지만 2위와 가격차이가 워낙 컸던데다 도심 철도구간이어서 민원도 많고 사업 난이도가 꽤 높았다.   2공구 공사를 무리하게 진행하면 자칫 공기가 지연되고 수주 손실도 이어질 수 있던 분위기.

이에 현대건설은 발주처를 상대로 4개 공구를 한꺼번에 진행하기 쉽지 않아 4,5,6공구 공사에 집중하겠다며 어렵게 양해를 구했다.  이어  도심 2공구를 제외하고 비도심 구간인 4,5,6공구 수주 낙찰로 최종 타결지었다.  이번 필리핀 남부도시철도 프로젝트는 마닐라 도심에서 남부 칼람바(Calamba)를 연결하는 총 연장 약 56㎞ 철도건설 사업이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한 대형 건설사는 해외 도로사업 입찰에서 탈락했다. 회사는 수주를 위해 수십억원의 소모성 경비를 썼고 많은 시간을 투입했다. 결국 쇼트리스트(적격 예비후보)에 올랐으나  유럽 건설사에 아쉽게 패배했다.예전 같았으면 회사 경영자가 담당 부서에 탈락 책임을 물었을텐데 별다른 추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형 건설사들이 이처럼 수익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을 펴는 게  최근 확고히 자리잡은 트렌드다.  경영진들이 사내 투자심의위원회를 열어 수익성을 꼼꼼히 따지고 꼭 참여해야 할 딜만 선별하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  

일부 대형건설사는 수주 심사회의를 신임 임원 등 젊은 임원 중심으로 채워 진행한다고 한다.  임기 만료를 앞둔 임원이 실적 목표 욕심에 저가 수주를 감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초임 임원은 회사를 오래 근무해야 하는 만큼 사업 수행능력이나 수익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 보며 무리한 수주는 감행하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국내 기업간 출혈경쟁 No,  공동수주 Yes"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사우디 왕세자를 비롯해  중동국가 리더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부회장이 지난 2019년부터 사우디 왕세자를 여러 차례 만나면서 결실을 본 게 초대형 개발 사업인 ‘네옴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에 대한 삼성그룹의 참여 초청이다.

그런데  네옴시티의 투자액만 5000억달러(650조원)에 이르는 메가 프로젝트다 보니  삼성 단독 참여하기에는 부담감이 컸다.    네옴 프로젝트는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에 서울의 43배 크기인 2만6500㎢ 규모로 건설되는 거대  신도시 사업이다.  

사우디의 재원 마련에  문제가 생길 경우 공사대금회수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에 해외건설협회 등의 중재로 삼성의 시공사 삼성물산은 현대건설을 만나 공동 수주 추진을 타진했다.  

국내 대표 건설사 두 곳이 뭉치면 수주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빅 발주처에 쉽게 끌려다니지 않을  것이란 공감대도 형성됐다.


이렇게 해서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지난 6월  네옴시티 지하터널공사를 수주했다. 이 공사는 네옴시티 지하에 총 28킬로미터 길이의 고속, 화물 철도 서비스를 위한 터널 공사다.  수주 금액은 10억 달러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 라인 프로젝트는 철도, 도로는 사실상 지하에 배치하고, 지상은 보행자를 위한 친환경 공간으로 조성하는 게 골자다.

건설사 관계자는 "두 대기업이 손을 잡음에 따라 적정 원가를 확보하면서도 대금 회수 측면에서도 안정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2010년대에는 건설 물량 확보 차원에서 국내 업체간 `제살 깎아먹기'식으로 무리하게 수주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중동에서 발전프로젝트 입찰을 받으면 국내 기업 10여곳이 무더기로  투찰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발주처는 경쟁심리를 부추겨 가격을 말도 못하게 깎아내렸다.

우리 업체간 과잉 경쟁과 덤핑 수주는 큰 재무 손실로 이어지는 등 부작용이 뒤따랐다.  이 같은 후유증을 크게 겪다보니 지금은 국내 업체간 과잉 경쟁을 지양하는 관행이 보편화됐다.

PPP와 투자개발형이 대세

국내 건설사들이 선진국 인프라시장에, 그것도 민관협력(PPP)사업이나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발을 들여놓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선진 인프라시장을 꾸준히 노크하면서  노하우를 쌓은 게 이제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몇년 전부터  해외 시장에서 중국 건설사가 무섭게 뒤쫓아오면서 우리의 라이벌로 부상했다.  중국의 시공 기술력이 향상된데다 중국 정부가 공격적으로 자금 지원하면서 우리 텃밭을 잠식하고 있다.


이에 건설사들은 투자개발형사업, PPP사업으로 진출 전략을 다변화하고 있다.  중국업체와 경쟁하는 단순 도급 입찰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고 수의 계약이 가능해서다.  

국내 업체가 북미 등 선진국에서 대규모 투자개발 사업을 수주하면서 투자개발형 사업 비중도 지난 2010년 1.8%에서 2021년 10.2%로 크게 확대됐다.


 최근 1,2년 새 호주와 노르웨이 등 선진국에서 발주하는 도로 교량 등의 민자사업에 대한 국내 대기업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지금도 여러개 사업이 물밑 추진되고 있다.  

앞서 GS건설은 지난해 호주 민자 노스이스트링크(NEL) 터널사업을, SK에코플랜트는 올 초 노르웨이 민자 소트라 도로사업을 각각 수주한 바 있다.  호주 NEL패키지는 시공뿐만 아니라 운영권 및 관리권을 확보한 PPP사업으로 25년간 운영수익을 배당받는 프로젝트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PPP 관련 법 제도가 잘 돼 있고 AP를 제공하는 선진국이 리스크 관점에서 개도국에 비해 유리해 우리 기업들이 선진국 교통 인프라를 많이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AP(Availity Payment) 지불방식이란 민간 사업자가 시설물을 건설한 후 이용 가능한 상태로 유지할 경우 정부가 약정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도 "제도와 투자 환경 측면에서 우수한 선진국 PPP사업을 중점 추진하고자 하며, 개도국은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G2G(정부간 협의)기반이나 다자개발은행(MDM) 참여 사업 등을 대상으로 선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재생 에너지 등 친환경 인프라 수주 집중

우리 기업들은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친환경 분야의 수주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필사적이다.    신재생에너지, 수소플랜트,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Carbon Capture Utilisation and Storage) 등의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고  프로젝트도 늘고 있어서다.  

수소 플랜트 및 CCUS 분야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기초설계 능력 등 기술력 확보에 매진하고 있으며, 태양광 및 풍력 프로젝트 개발 및 투자도 늘리고 있다.

중동에서는 사우디를 비롯한 주요국들이 친환경 인프라 발주를 늘리고 있다.  사우디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400억달러, 그린수소, 태양열, 풍력, 담수화 시설 등 재생 가능한 부문에 320억달러를 각각 투자할 계획이다.

아랍에미리츠(UAE)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UAE와 공동 추진할 그린수소 및 암모니아 개발을 위한 협약을 지난 5월 체결했다. 이 개발사업은 UAE의 페트롤린케미와 우리 발전 공기업 및 건설사가 참여한다.  아부다비 키자드 산업단지 내에 연간 20만톤의 그린암모니아를 생산하는 플랜트 건설 및 그린수소 비즈니스 플랫폼 개발 등을 목표로 한다.


오만은 25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사업과 함께 6개의 그린 수소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우리는 작년 11월에 오만 국영 에너지회사와 수소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해 그린수소·그린암모니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동 원전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도 서두르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중동 내 원자력 발전 용량은 2025년까지 현재의 6배 규모인 410억Kwh로 급증할 전망이다.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원전·친환경사업 수주 활성화를 위해 정부 지원도 적극적이다. 지난 8월에 출범한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를 통해 유망 국가별 수주전략을 마련하고, 체코·폴란드 등 원전 발주국에 고위급 외교단을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사우디 아람코 등 주요 발주처와 오는 2025년까지 총 500억달러 규모의 기본여신약정(F/A) 체결을 확대하는 한편 친환경사업 관련 4000억원 수준의 `플랜트인프라스마트시티(PIS)' 펀드가 추가 조성될 경우  원전·친환경사업 수주 확대를 위한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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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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