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PF 신용공여, 활발하던 기세 꺾였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PF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던 삼성증권이 올해 들어 속도 조절에 들어간 모양새다. PF 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신용공여 리스크가 확대되자 보수적인 기조로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3월 말 기준 부동산PF 관련 신용공여 규모는 2조7000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약 3000억원 줄었다. 부실 위험을 반영하는 요주의 이하 여신도 같은 기간 1조633억원에서 9871억원으로 762억원 감소했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다른 증권사들이 신중한 영업 스탠스를 취하는 가운데 삼성증권은 부동산PF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신용공여 리스크가 급격히 확대되자 올해 들어 관련 익스포저를 감축한 것이다.
삼성증권의 요주의 이하 여신은 2022년 말 658억원에서 2023년 말 9364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 대비 순요주의이하여신 비율도 0.7%에서 9.7%로 빠르게 상승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올해 상반기 삼성증권의 PF 딜 참여는 주춤한 모습이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과 공동으로 주관한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 부지 개발사업(철거단계 PF, 약 2조2000억원)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대형 PF 주선 딜은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신용공여 감축에도 불구하고, 3월 말 기준 삼성증권의 PF 관련 신용공여는 자기자본 대비 38.9% 수준에 이른다. 이 중 20%는 브릿지론 보증, 또 다른 20%는 본PF의 중후순위 보증으로 구성돼 있어 여전히 리스크 노출이 높은 편이다.

특히 지난해 말 총액 인수한 캄스퀘어 안산 데이터센터 관련 PF 대출의 익스포저가 집중된 점도 부담 요소로 지적된다. 삼성증권은 당시 8040억원 규모의 대출을 총액 인수했으며, 3월 말 기준으로도 4720억원을 보유 중이다. 시장에서는 셀다운에 응한 금융사가 많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기업평가는 이에 대해 “익스포저 부담 완화 여부를 지속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기평 관계자는 “경기 둔화 우려와 PF시장 위축 등으로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대손비용 및 재무건전성 관리 부담도 이어질 수 있다”며 “부동산PF 침체 장기화에 따른 손실 가능성도 내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삼성그룹 계열사로서의 신뢰도와 우수한 리테일 이익 창출력, 견조한 자산관리 수익 기반은 여전히 긍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금리 하락세 속에서도 기업여신과 우발채무를 포함한 여신자산 확대를 통해 IB 부문에서도 일정 수준의 캐리수익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