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PF 성공 비결은 ‘조달금 줄이기’...분양불·대여금·혼합형신탁 등 동원

올 들어 민간자금 조달을 줄이고 본PF(프로젝트파이낸싱) 전환에 성공하는 주택개발사업이 늘고 있다. PF 금융을 제공할 플레이어가 제한적인 데다, 분양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시행사들이 사업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PF 차입을 최소화하는 구조를 도입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형 시공사의 분양불(분양 수익으로 공사비를 충당)이나 대여금, 혼합형(하이브리드형) 토지신탁 등 다양한 구조화 방식이 동원되고 있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개발시장에서 PF 차입 규모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 뚜렷하다. 특히 대형 시공사의 분양불 공사나 대여금 지원 등이 주목받고 있다.
시공사 분양불, 조달액 줄여 본PF 전환
대표적인 사례는 GS건설이 시공을 맡은 대전 유성구 도룡동 ‘대덕센터’와 충남 아산 동산지구 A2블록 주거개발사업이다. 두 사업 모두 분양불 방식으로 추진돼 PF 조달액이 상대적으로 작다. 분양불 구조는 시공사가 분양 수익으로 공사비를 충당하고, 시행사는 토지비 등 필수 사업비 일부만 PF로 조달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PF 규모를 줄이고 안정적인 금융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대덕센터 시행사인 대전하이엔드개발은 지난 28일 교보증권(900억원)과 유진투자증권(500억원)이 총액 인수한 1400억원 규모 본PF를 성사시켰다. 이 사업은 옛 목원대 대덕과학문화센터 부지(1만3871.2㎡)에 지하 3층~지상 26층, 4개동, 총 299세대 규모의 아파트와 교육연구시설, 근린생활시설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연면적은 7만7564.69㎡다.
아산 동산지구 A2블록 사업도 지난 27일 키움증권(1100억원)과 한국투자증권(580억원)이 단독 인수한 1680억원 규모 본PF 조달을 마쳤다. 해당 사업은 지하 2층~지상 35층, 9개동, 1238세대 규모의 공동주택과 근린생활시설로 구성됐다. 착공은 4월, 준공은 2028년 5월 예정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분양불 구조를 적용하면 PF 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이 낮아지고, 이에 따라 PF 금리도 함께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아산 동산지구 PF 금리는 수수료 제외 기준 5%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 대여금 지원 또는 후순위 보증
건설사가 시행사에 대여금을 지원하거나 후순위 보증을 제공하는 방식도 활용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이 시공을 맡은 대전 선화동 주상복합 개발사업은 3년 이상 지연 끝에 지난 20일 2200억원 규모 본PF로 전환됐다. 코오롱글로벌은 시행사 인텐션개발에 980억원을 대여해 PF 규모를 최소화했고, 브릿지론 대비 480억원 줄인 자금 조달로 본PF 전환에 성공했다. 여기에 자금보충약정, 조건부 채무인수확약, 책임준공 등 다양한 신용보강 수단을 더해 대주단 리스크를 완화했다. 본PF와 대여금을 합친 전체 조달 규모는 3180억원이다.
시공사의 후순위 신용보강도 여전히 인기다. 서울 은평구 진관동 시니어레지던스 개발사업은 지난해 말 선순위 1250억원, 중순위 450억원, 후순위 800억원 등 총 2500억원 한도 PF를 확보했다. 이 중 후순위 800억원에 대해 현대건설이 연대보증을 제공했다. 현대건설은 시행지분(28%)을 유지한 채 공사비 절감을 위해 동원건설산업을 시공사로 참여시켰다.
혼합형 신탁 통해 본PF 줄이고 공사비 확보
혼합형(하이브리드형) 토지신탁을 활용한 구조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자온개발이 시행하고 한국토지신탁이 신탁사로 참여한 충남 서산 예천동 공동주택 개발사업은 지난 7일 총 969억원(선순위 949억원, 후순위 20억원)의 본PF 조달을 완료했다. 해당 사업은 지하 2층~지상 27층, 10개동, 829세대 규모다. 시공사인 두산에너빌리티가 책임준공을 맡고, 한토신이 이를 연대 확약했다.
혼합형 신탁 구조는 필수 사업비(토지대 등)를 PF로 조달하고, 공사비는 분양대금 또는 신탁계정대로 충당한다. 만약 분양이 미진할 경우, 신탁계정대가 공사비를 보완하며 사업을 안정화한다. 신탁계정대는 PF보다 우선 상환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동순위나 동일비율 상환 방식도 협의 가능하다.
신탁사는 자기자본, 회사채, 기업어음, 은행대출 등을 통해 계정대 재원을 마련한다. 시행사 관계자는 “PF를 최소화하고 신탁계정을 통해 공사비를 확보하는 구조가 혼합형 신탁의 장점”이라며 “시공사 입장에서도 공사대금 회수 안정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