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은석 메리츠증권 부사장의 PF시장 해법 "기준은 엄격하되 투자는 과감하게"
금리 급등과 인플레이션, 경기 둔화라는 복합 위기에 맞물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증권업계 전반의 영업이 위축된 가운데 메리츠증권은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도 다양한 개발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또 적잖은 딜의 투자 집행에 나서면서 전통적 PF강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프로젝트금융본부를 이끄는 여은석 부사장은 31일 <딜북뉴스>와 인터뷰에서 최근의 시장을 이겨내는 해법과 리스크 헤지 노하우를 공유했다.
여 부사장은 "심사 기준을 엄격하게 하되, 일단 우리 기준에 들어오면 과감하게 투자 집행에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또 "PF대출 취급시 고정금리를 변동금리로 적극 전환해 금리 리스크를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PF승인과 관련한 심사 기준이 깐깐해진 게 예년과 달라진 점이다. 여 부사장은 "저금리와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에 자산가치가 100이었다면 지금은 50정도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세 상승장에서는 지으면 분양됐지만 요즘 같은 시세 하락장에서는 거품을 거둬내고 준공 후 부동산 가치나 담보대출(LTV) 가치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LTV가 내려가면 당연히 LTV 범위 내에서 모으는 선순위 대출도 줄어든다. 이 경우 충분한 사업 자금이 모이기 힘들뿐더러 중,후순위 대출이 늘어 전체적인 조달비용도 커질 수 밖에 없다.
반면 시공사가 분양대금으로 공사비를 확보하는 분양물 방식 사업은 자취를 감추면서 PF조달 금액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공사비도 대출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미스매치가 자금 경색을 더 부채질하는 상황이다.
여 부사장은 자금 경색으로 인해 브리지론(토지매입자금) 단계에서 본 PF로 넘어가지 못하는 게 최근 개발업계의 가장 큰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본 PF가 쉽지 않으니 시공사들이 보증을 서고 대여금도 늘리고 있다"면서 "그런데 문제는 시공사들도 리스크 탓에 공사 참여를 꺼리면서 본 PF가 더욱 어려워졌고 이 때문에 브리지론 기간을 늘리거나 잔금 납부일을 연기하는 게 증권업계의 공통된 숙제"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 없는 법. 금융을 무수익으로 갖고 있는 것보다 자금 운용을 통해 수익을 벌어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깐깐한 심사 기준을 통과한 우량 프로젝트에 대해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 메리츠증권이 한꺼번에 통 크게 투자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여 부사장은 "브리지론이나 본PF 등 금융단계, 물류창고나 지식산업센터 등 상품을 구분하지 않고 우리 기준에 들어오면 2000억~3000억원 단위로 과감하게 투자 및 대출에 나선다"고 역설했다.
예를 들어 평택 고덕신도시 복합시설의 하반기 PF 모집 규모가 7400억원에 이르는데 이 중 절반이 넘는 3600억원을 메리츠금융그룹이 참여한다.
본 PF만 1조원에 이르는 서울 한남동 UN사 부지개발 역시 상당수를 메리츠금융그룹이 자체적으로 취급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10월~11월 중 본PF 자금 조달에 나선다.
여 부사장은 금리 인상 관련 헤지 방법으로 변동금리 대출 활용을 꼽았다. 그는 "과거에는 대출 취급부터 상환까지 고정금리를 썼다면 지금은 3개월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기준금리에다 스프레드를 얹는 방식으로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말에도 금리가 상승할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어서 변동금리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여 부사장은 현장 실무형 수장에 가깝다. 부사장이라고 사무실에 앉아 있기 보다는 금융기관이나 기업고객을 만나러 현장을 많이 돌기 때문이다. 그는 "시장 상황이나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주로 오후에는 금융사나 기업 미팅을 많이 갖는 편"이라며 "외부 고객에 귀 기울이며 지금도 많이 배우고 있다"고 했다.
<여은석 메리츠증권 부사장 프로필>
- 연세대 경영학과
-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학 석사
- 한국씨티은행
- 한국투자증권 프로젝트금융팀장
- 메리츠증권 프로젝트금융본부장(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