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발 자금경색에 신규론 중단된 PF시장...정부 유동성지원 강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을 계기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부동산PF시장에 다시 한파가 불어닥쳤다. 이에 정부가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새로운 부동산PF 연착률 대책을 내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PF사업장을 매입해 정상화하는 한편 캠코-민간 공동 PF정상화펀드내 PFV가 부동산 매입시 취득세를 한시적으로 절반 감면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4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PF시장 참여자들에 적잖은 충격을 주면서 신규 PF딜 추진이 얼어붙다시피 했다.
시공능력 순위 16위의 대형 건설사가 갑작스레 주저앉자 다른 시공사의 동반 부실이 표면화될 것을 우려하면서 PF시장 거래 활동이 멈춰버린 것이다. 이 같은 금융경색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가 결정되는 오는 11일이 단기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우선 대형 시공사들의 시장 관망세가 눈에 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수주 및 토지 매입 활동이 거의 멈춘 상황"이라며 "관련 영업 및 개발 조직들이 시장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도 "향후 부동산 경기를 가늠할 수 없다"면서 "분양 및 착공을 위한 PF금융조달을 서두르기 보다는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시공사들이 공사 수주를 보수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시행업계도 한계에 이르는 실정이다. 기한이익 상실(EOD)이 임박한 브릿지론 사업장을 가진 시행사는 책임준공 가능한 시공사를 찾기 위해 헤매고 있다는 전언이다.
금융기관 참여자들도 마찬가지다. 시장 불확실성을 고려해 신규 딜 참여를 꺼리는 한편 기존 브릿지론 연장도 1,2개월 단위로 단기화해 취급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시장원리에 입각한 구조조정 필요성을 언급한 점도 PF플레이어들을 더욱 움추러들게 만들고 있다.
시중은행 부동산금융 관계자는 "올해 부동산 관련 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우량 사업장에는 몰리고 비우량 사업장은 기피하는 등 대출 선호도가 더 양극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이경자 연구원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시공사가 나타나며 PF의 안정성이 저하되기 시작했다"면서 "대주들이 PF 연체율 관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부, 부동산PF연착륙대책 내놔
이런 가운데 정부가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해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사업장의 LH 매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민간이 공동 출자한 'PF 정상화 펀드' 내 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가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 취득세를 감면하는 대책도 준비한다.
정부가 4일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으로 경계심이 고조된 부동산 PF 시장에 대한 '질서 있는 연착륙' 방침을 이어 나간다.
사업성이 없는 PF 사업장은 경·공매를 통한 정리를 추진하고, 사업성은 충분하지만 시장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맞춤형 관리 및 지원을 한다는 게 원칙이다.
사업성은 있지만 일시적으로 유동성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의 경우 LH가 매입해 정상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LH는 사업장 매입 후 직접 사업을 시행하거나 다른 시행사 및 건설사에 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사업성 있는 사업장에 한해 LH가 정상화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몇만호를 (매입) 할 지 등 구체적으로 확정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업성이 일부 부족할 경우 2조2000억원 규모의 PF 정상화 펀드를 통해 사업장 매입 및 재구조화를 촉진한다. 캠코와 금융권에서 공동 조성한 'PF 정상화 펀드' 내 PFV가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 내년까지 취득세를 50% 감면해주기로 했다. 이 경우 매입사업장의 사업 수익률이 제고될 전망이다.
이밖에 준공기한 도과 시공사에 과도한 부담이 전이되지 않도록 책임분담을 전제로 대주단 협약을 통해 시공사의 채무인수 시점 연장을 독려하기로 했다. 건설사가 채무 전액을 인수하는 대신 후순위 채권 일부를 매입하거나 에쿼티(Equity) 출자 등을 시행하는 방식이다.
정부 대책에 대한건설협회는 환영을 표했다. 건설협회는 "최근의 건설투자 위축과 PF리스크 등에 따른 국민경제 위기를 적기에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전방위적인 노력"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