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레지던스 맏형 '더클래식500' 운영수익 살펴보기
공급 부족을 겪는 노유자시설인 '노인복지주택' 혹은 '시니어 레지던스' 개발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디벨로퍼가 개발을 한다 해도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운영이 관건인데, 사실상 운영 노하우를 축적한 사례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다만, 몇 안되는 사례 중 지난 2009년 오픈해 15년간 지속 운영해 온 '더클래식500(The Classic 500)'이란 좋은 사례가 있기에 함께 운영 성과를 살펴 보고자 한다.
더클래식500의 개발 배경은
때는 바야흐로 1995년까지 흘러 올라간다. 학교법인 건국대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서 수익사업의 필요성이 대두되던 시기다. 야구장이 있던 교육용 부지의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판단하에 용도변경을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간다. 이어 2003년부터 건축허가를 받아 스타시티 사업을 본격 시작하게 된다.
스타시티 부지 내 구민회관과 도로부지를 제외한 약 1만1000평의 부지를 경쟁입찰로 포스코에 매각해 3182억원의 수익을 일단 확보하게 된다. 이어 건국AMC가 나머지 1만2000평의 부지로 스타시티 상업지구 개발과 더클래식500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원래 보유한 땅에다 공사비는 임대 보증금으로 조달해 개발을 시작한 거다.
시간이 흐르며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가 찾아 오고, 더클래식500에는 본래 500세대의 임대물량을 계획했으나 당연히 입주율이 처참했다. 그 당시 초기 입주율이 겨우 20% 밖에 되지 않았다. 보증금으로 건설자금을 조달하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건국대의 경영상황은 더 악화됐다.
희망찬 포부와 함께 입주 보증금을 10억~16억 수준으로 설정하고자 했으나, 일단 어떻게든 살아 남는 게 중요했기에 보증금 수준을 낮춰 8억원 수준으로 재설정하고, 일반회원 모집으로 계획을 변경하게 된다. 당연히 임차인의 인센티브 조건을 위해 관리비도 무리하게 설정할 수 없던 시기였다.
더클래식500 2개동 중 입주민이 들어오지 않은 한 동을 펜타즈 호텔로 전환해 수익다변화를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다.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에 가장 큰 피해를 본 사업장이기도 했다. 어쨌든 더클래식500은 오픈 첫 해인 2009년부터 수백억원의 적자를 떠안으며 험난한 사업 시작을 알렸다.
이해를 위한 배경지식: 건국대
사립학교 내의 건국대 입지를 알면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이 유명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자연스레 수긍이 간다. 각설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건국대는 국내 사립대 중 가장 부자학교로 꼽힌다.
뭘로 부자가 됐나, 당연히 부동산이다. 2022년 기준 1조원의 수익형 기본재산을 신고하며 대한민국의 명실상부한 최고 부유한 학교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1조1000억원이라는 가치는 어디까지나 부동산의 "공시지가" 기준으로 산정됐다는 점이다.
건국대는 세간의 이목이 부담스러운 탓인지 다른 사립대 대비 친절한 공시를 하지 않아 숫자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일부 한계가 있다. 필자의 리서치 역량 한계일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일단 주어진 숫자를 통해 더클래식500의 운영성과를 간접적으로 추정해 보도록 하자.
더클래식500의 운영성과
건국대는 3월 결산 학교법인으로 2023년 실적 집계는 2024년 3월에 종료된돠. 아직 2023년의 감사보고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학교법인 건국대의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순자산가액 규모 부분만 발췌해 따로 정리했다.
건국대는 수익형 기본재산으로 건국빌딩, 건국유업, 건국AMC(상업시설), 더클래식500(하이엔드급 시니어 레지던스), 스마트KU(파주 골프장)를 보유하고 있다. 각 수익형 재산별로 구분해서 실적 공시를 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간접 추정 하는 수밖에 없다.
공시에 주어진 숫자인 순자산가액을 토대로 운영성과를 추정해 보고자 한다. 부동산 보유 기업들의 순자산가액이 변동하는 일은 크게 2가지로 압축할 수 있는데, 1)자산재평가를 통한 재평가 손익이 발생하거나, 2)임대운영손익의 변동이 생기는 경우다.
일단 건국대가 자산재평가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건 이후에 인용할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결국 임대운영 손익의 변동이 순자산가액의 변동을 초래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즉, 순자산가액의 변동분이 당기손익의 변동분으로 봐도 대세에 지장은 없는 상황이다. 다만, 당기 손익에는 이미 감가상각비가 녹아 있어 현금흐름의 왜곡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대략의 현금흐름을 추정하기 위해서라도 감가상각비 정도 파악이 필요한 상황이다. 감가상각비는 건국대가 과거 감사원 감사를 받을 당시 공개된 수치가 있는데 약 1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니 참고 바란다. 따라서 약 100억원 수준의 감가상각비를 더한 대략의 현금흐름을 추정해 별도기재해 봤다.
정확히는 EBITDA의 개념을 일부 변형한거다. 원칙대로 EBITDA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영업이익, 순금융비용을 계산하기 위한 이자, 감가상각비(무형자산상각비)등의 계정이 필요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숫자는 오로지 당기순이익과 감가상각비 정도다. 이가 없으니 잇몸으로라도 추정하는 게 최선이다.
결론적으로 건축비에 대한 40년치 감가상각비, 매년 약 100억원까지 차감한 더클래식500의 당기손익은 2018년 -50억원, 2019년 -37억원, 2020년 -130억원, 2021년 13억원, 2022년 -40억원 수준이다.
이 실적에 각각 100억원 정도씩을 더해주면 사실상 대략의 영업현금흐름 정도는 추정할 수 있다. 감가상각비는 손익계산서상 비용으로 처리되지만 사실상 현금이 지출되지 않는 비현금성 지출이기 때문이다.
2020년 당기손익이 다른 해에 비해 크게 감소한 원인은 "옵티머스펀드 투자 실패"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더클래식500은 임대보증금 재원으로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다가 120억원을 회수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해가 2020년이다. 다만, 당해에 전액 상각처리를 했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유의미한 실적 변동성이 생긴 원인은 유일하게 옵티머스 사건 하나 정도다. 이는 시니어 레지던스 운영 손익이 레지던스 본연의 운영 자체보다 현금 여유분을 어떻게 자산 배분할 것인가의 의사결정이 사실은 실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함의 정도가 담겨 있다.
어쨌든 장부상으로만 볼 때, 건국대가 15년간 시니어 레지던스 임대를 통한 운영한 성과는 2022년 기준, 대략 440억원 수준의 빚만 남은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이게 끝일까? 어디까지나 시니어 레지던스 운영 성과가 그러하다는 거다. 더클래식500의 핵심은 사실 운영성과에 있지 않다.
아래의 이미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서두에 말한 바와 같이 더클래식500은 건국대가 보유한 야구장 부지를 개발했다. 2022년 해당 부지의 장부가액은 267억원으로 계상돼 있다. 반면, 2022년 기준 해당 부지의 "공.시.지.가"는 3300억원에 이른다. (해당 자산 전체에 대한 시세 추정은 각자 마음속으로)
아쉽게도 더클래식500 자체의 전체 장부를 입수하지는 못했지만 보지 못한 장부의 핵심은 높은 확률로, 재평가 하지 않은 토지의 장부가액이라는 점은 쉽게 추정이 가능한 상황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건국대의 현 재무상태표 자체는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는 얘기다.(스타시티 상업시설도 마찬가지다.)
만약 현재 시세를 반영해 건국대가 마음먹고 자산재평가를 진행한다면 앞서 살펴본 순자산가액 -440억원은 손바닥 뒤집듯 손쉽게 바꿔버리는 게 문제도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그것이 더클래식500의 운영을 통한 성과가 아니라는 점은 다소 아쉽다. 하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기업 혹은 사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큰 틀에서 부동산 자산의 시세 상승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례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