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등 실물 담보대출시장으로 몰리는 금융권
'그래도 믿을 건 실물 담보 자산'. 금융권 자금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시장을 벗어나 오피스와 물류센터와 같은 실물 자산의 담보대출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금리와 공사비가 급등한 반면 분양가는 하락하면서 개발 프로젝트의 사업성 리스크가 커지자 좀 더 안정적으로 자금 운용 수익을 얻기 위해서다.
은행들이 실물 대출에 가장 적극적이다. 은행들은 상업용부동산을 대상으로 양도성 예금증서(CD)연동 변동금리부 대출 영업에 주력하고 있다.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개인·가계 대출에 대한 금리 스프레드를 높이기 어렵자 정부 규제가 덜한 실물 대출시장에서 마진을 누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지점 단위로 올해 배정된 자금 운용 목표치를 실물 담보대출을 통해 소진하는 곳들이 많다"면서 "실물 담보대출로 올해 배정된 자금 목표치를 벌써 채운 지점도 나온다"고 전했다.
재향군인회가 소유한 서울 잠실 삼성SDS타워 동관의 경우 최근 대출만기 임박에 따라 리파이낸싱을 진행하자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이 대출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재향군인회 측은 은행들의 참여 호응도가 높자 대출금리 수준을 애초 6%대에서 5.2%대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매각 진행중인 SK남산그린빌딩의 경우 은행들이 대출 참여를 적극 타진했으나 대출 만기가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나면서 포기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은행들은 만기 3년 이하에 CD 연동 변동금리 대출 취급을 선호한다.
시중에 클리징되는 오피스 대출 딜이 자금 수요에 비해 많지 않자 은행들은 실물 물류센터 대출시장도 넘보고 있다. 삼성SRA자산운용이 지난달 매입 건을 클로징한 용인 남사면 북리 물류센터의 경우 SC제일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 시중은행이 대거 대출을 실행했다. 현재 거래를 진행중인 전남 함안 홈플러스 신선 물류센터에는 한 지방은행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들도 실물 담보대출 취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보험사들은 국채 연동 3~5년 만기 고정금리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지난 16일 거래 종결된 마스턴투자운용의 광화문 콘코디언빌딩 인수의 경우 새마을금고중앙회와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이 6.2% 금리로 선순위 담보대출에 투자했다. 보험사들의 금리 수준은 6%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5%대인 은행들의 변동대출 금리에 비해 높아 건물 소유주가 선호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대개 앞으로 기준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보이면 고정금리를 선호하고,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보이며 변동금리를 채택하게 된다.
대형증권사 역시 실물 담보대출 주선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IB부서는 올해 분양 개발사업보다는 운용 부동산의 구조화 영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고금리 여파에 오피스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인 점을 고려해 도심 중심지의 저렴한 오피스 딜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오피스 딜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리스크가 있는 후순위 관련 PF투자를 자제하자는 분위기여서 안정적이면서도 다소 수익성이 높은 오피스 매각 딜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