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혼란기에도 오피스빌딩 `나홀로 호황'인 이유
"지난해 평당(3.3 ㎡) 7만원의 임대료로 입주했는데 지금은 평당 15~16만원을 달라고 합니다." 서울 르네상스호텔 4거리 인근 테헤란로 대로변에 본사 사무실을 둔 한 기업 담당자의 말이다.
사무실 임대료만 폭등한 게 아니다. 입주 이후 인테리어 동안 제공되는 한달의 렌트프리(무료 사용)도 이제는 2주~3주로 줄었다고 임차 기업들은 하소연한다. 상황이 이럼에도 오피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빌딩 임대인(소유주)이 임대료를 결정하고 있다. 말그대로 임대인 우위의 시장이다.
임대료가 꾸준히 오르자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에 지친 유동 자금이 오피스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이에 오피스빌딩 거래가격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오피스빌딩 평균 공실률 13년래 최저 수준
19일 오피스업계에 따르면 2분기 기준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3.7%로 13년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강남(GBD)공실률은 1%대에 진입해 사무실이 거의 대부분 찬 상태다. 강북 도심(CBD)권역도 2010년 이후 처음으로 5%대 공실률로 떨어졌다.
이달 중 서울 공실률 역시 3.5%로 3분기에도 지속저으로 공실이 하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분기 렌트프리를 고려한 임대료는 전년 동기 대비 8.1% 급등히며 역대 가장 큰 폭 상승했다.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으로 임대료 인상 압력이 커진 가운데 서울 전역의 오피스 공실이 해소되며 임대인 우위 시장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라고 삼성증권은 해석했다.
임대료가 크게 올랐음에도 오피스에 기업들이 꽉꽉 들어차는 데는 공급이 부족한데 비해 기업의 사무실 수요는 많아서다.
2분기에 건물 멸실을 고려한 순공급은 마이너스로 전환돼 공급 부족이 가장 두드러졌다. 지난 1970년대부터 지어진 노후 빌딩의 멸실이 늘면서 공급 부족을 부채질하고 있다.
반면 IT기업과 대기업, 스타트업을 막론하고 오피스를 찾으면서 수요가 많은 상태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2020년 파크원 준공으로 치솟았던 여의도 공실률은 비금융권 기업들의 유입으로 10년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IT기업 수요가 몰린 판교의 경우 공실률 0%대로 절대적인 임대인 우위시장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분기 서울 오피스 시장의 임대차 활동의 주역은 IT기업으로, 사무실 이동건수의 28%를 차지했다.
IT기업 중 넷마블에프앤씨, KT클라우드 등 대기업들도 다수 대형 사무실을 임차했다.
2분기에는 스타트업들의 인기를 얻는 공유오피스가 연 2만평 가량의 임대면적을 흡수했다. 한 IT기업 담당자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자금을 유치하려면 좋은 위치의 A급 사무실에 본사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오피스빌딩 거래가도 역대 최고치 경신
2분기 서울 오피스의 평당 거래가는 2782만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CBD는 평당 3000만원 시대를 열었다. 을지로입구 인근 유안타증권빌딩이 평당 3610만원대에 팔린 것이다.
GBD에서는 A+에셋타워가 평당 4752만원에 거래됐다. 3분기 매물로 나온 테헤란로 역삼동 아이콘역삼도 평당 4000만원대에 거래 협상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 금리 상승 속에서 오피스빌딩 가격이 급등하면서 2분기 캡레이트(Cap rate)는 3.5%로 대출금리에 비해 역마진 상태다. 최근 서울 오피스 담보대출 금리는 연 4.8%~5%대 형성되고 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 대출금리는 캡레이트보다 낮아야 레버리지 효과로 부동산 투자가 이뤄진다"면서 "지금과 같이 대출 금리가 캡레이트보다 높은 시기에 대출을 활용하면 투자 수익율이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캡레이트란 수익 환원률로 1년간 부동산을 보유해 얻을 수 있는 예상 수익률을 말한다. NOI(연 순영업이익, 1년간 총수입-운영비용)를 부동산 매매가로 나눈 것이다. 부동산 거래시 가장 중요한 가치 산정 기준이 된다,
이경자 연구위원은 "캡레이트가 역마진인데도 거래가 지속되는 이유는 투자자들이 앞으로 임대료 인상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초장기 만기의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현 캡레이트보다 장기적인 수익률(IRR)에 투자의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대출을 사용하지 않는 무차입(풀 에쿼티) 방식을 활용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교정공제회는 왕십리 코스모타워를 1120억원에 지난 10일 딜 클로징(거래 종결)했는데 금리 상승세에 따라 대부분 자체 에쿼티로 자금을 마련해 매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