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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가뭄기에 산업은행·기업은행, 대형 개발사업 자금줄 역할 `톡톡'

원정호기자
- 5분 걸림 -

신용경색 와중에도 산업은행(산은)과 기업은행(기은)이 대형 개발사업에  자금을 공급하면서 금융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 하반기 들어 민간 금융플레이어들의 자금 공급이 위축된 사이 이들 국책은행은 하수처리장과 데이터센터 등의 펀딩 부족분을 채우면서 딜 클로징(거래 종결)의 일등공신이 되고 있다.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산은과 기은은  대전 하수처리장 시설현대화 민자사업의 공동 금융주선을 맡아 이 사업에 대규모 자금투자를 단행한다.  

시중 유동성이 부족해  당초 이 사업의 자금 모집이 고전할 것으로 예상됐다.   총 사업비만 1조2000억원 규모의 메가 딜인데 비해 인프라시장의 주요 플레이어인 시중은행·보험사들은   자금  사정이 빡빡하다는 이유로 발을 빼고 있어서다.    더욱이 시중 대출 금리가 많이 올라  낮은 민자사업 수익률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 점도 핸디캡이다.

그러나 이들 두 은행의 선제적인 자금 투자로 이달 중 딜 클로징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1조 PF대출금 가운데  산은과 기은이 7000억원을 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은행의  투자를 지렛대 삼아 나머지 3000억원은 생명보험사들이 참여하는 쪽으로 긍정적으로 선회했다.

연내 금융약정이 체결되면 사업주인 한화건설은 내년 초 첫 삽을 뜰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은 환경분야 민자사업 중 최대 규모다. 정부가 민간투자금액의 70%를 보전해주는 손익공유형(BTO-a)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울 영등포 양평동 데이터센터의 사업시행자인 액티스(Actis)는 기은과 산은의 PF대출 자금 총 2500억원 지원에 힘입어 이 프로젝트금융 약정을 연내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 사업 주간사인 기은이 1500억원을 대출하고. 산은도 1000억원을 대출참여기관으로 지원한다.   당초 3500억원대 PF자금을 모집하려 했으나  1000억원을 모집하지 못했다.  부동산 PF시장 참여에 대해 민간 상업은행 경영진 사이에 신중한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시중은행이 투자 약속을 철회했고, 2금융권도 금리를 높게 부르면서 펀딩에 실패한 것이다.

액티스는 추가 모집 없이 기은과 산은 자금만으로 PF약정을 체결하고 부족분은 우선 자기자본으로 충당할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자체 자금으로 부족분을 채우되,  추후 공사를 진행하면서 금융시장이 안정화되되면 후순위 자본금을 모집한다는 게 액티스의 구상이다. 이 같은 조건에 대해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수락하면서 금융약정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부지에 초기 터파기 공사가 진행중이다.   PF약정이 체결되면 공사대금이 본격 투입된다.

산은은  99MW급 전남해상풍력 1단계사업의 금융주간사를 맡아 이 사업에도 대규모 자금 집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체 사업비 5500~6000억원 가운데 약 4000억원을 PF대출분으로 모집하고 있다.  12월까지 자금을 모집해 파이낸싱을 끝낼 계획인데  요구 수익이나 금리가 맞지 않아 은행과 보험사들의 호응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사업주와 협의를 거쳐 자금 부족분을 자체 인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과 기은이 자금공급 해결사로 나선 것은 금리상승기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대형 개발사업의 정상화를 통해 경제 활성화라는 정책금융기관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사 관계자는 "시중 유동성이 풍부할때는 민간 금융사들의 사업 참여 경쟁이 활발하지만 요즘처럼 유동성이 부족할 때는 국책 금융기관의 영향력이 커진다"고 말했다.

산은과 기은의  자금 지원 강화에 대해 사업주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금융기관들이 연말 문을 닫는 상황에서 그나마 유동성이 있는 보험사 마저 해외 투자를 늘리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두 국책은행이 아니었다면 돈 가뭄이 오래 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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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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