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신한자산운용, 유럽 사모대출시장 투자 확대 검토...美시장 변동성에 대응

미국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투자공사(KIC), 신한자산운용 등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유럽 프라이빗 크레딧(사모 대출)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 호텔에서 PDI(Private Debt Investor) 주최로 열린 ‘프라이빗 데트 포럼(Private Debt Forum, 사모 대출 포럼)’ 개막 패널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이 같은 흐름을 공유했다.
‘사모 대출의 다음 단계는’이란 주제로 진행된 세션에서 이제량 신한자산운용 대체투자본부장은 “최근 시장 상황이 자산 재배분과 포트폴리오 재구성을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미국 쪽에 집중했으나, 자연스럽게 하반기에는 유럽 쪽을 고려하게 됐다”며 “미국 익스포저가 집중된 포트폴리오에서 천천히 균형을 맞춰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급격한 변화보다는 점진적 접근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한라이프의 OCIO 역할을 수행 중인 신한자산운용은 총 4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 중 약 50억달러가 프라이빗 마켓에 배분돼 있다. 현재는 선순위(시니어) 크레딧 중심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국투자공사(KIC) 또한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윤준찬 KIC 절대수익투자실 차장은 “현재는 여전히 미국 기회에 집중하고 있지만, 유럽 정부의 재정정책, 은행과 민간 대출기관의 구성 등을 고려할 때 유럽 쪽 기회주의 대출 펀드 매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펀드의 유럽 쪽 선회 현상이 우리의 익스포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빈 두오모 파크스퀘어캐피탈 창립 파트너는 “유럽에서도 독일은 자본 경쟁이 덜 치열하고 수익률이 높아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호주의 연기금인 호주슈퍼(AustralianSuper) 역시 유럽 중형 운용사에 대한 배분을 늘리고 있다. 최근 PDI 보도에 따르면, 호주슈퍼는 올해 5억~10억유로 규모의 유럽 투자 계획을 추진 중이다.
블랙스톤의 유럽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도 최근 20억유로를 모집하며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과거에는 거시경제 및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투자자들이 유럽을 관망하는 분위기였지만, 현재는 유럽 신용시장이 어려움을 잘 버텨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DC어드바이저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영국과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DACH) 지역의 거시경제 환경이 신용 발행과 차입 여건 측면에서 우호적이라고 진단했다. 유럽 프라이빗 크레딧 시장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국가별·지역별 딜메이킹 기회는 풍부하다는 평가다. 영국, 프랑스, 독일이 전통적인 선진 시장이며, 최근 1년간 베네룩스와 노르딕 지역이 특히 빠르게 성장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유럽 외에도 신흥국 시장이 새로운 기회로 부상할 가능성도 언급됐다. 이제량 본부장은 “한국의 경우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1세대 프라이빗 크레딧 운용사들이 블라인드펀드를 막 출시한 시점”이라며 “국내 시장도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만,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준찬 차장은 인도나 동남아시아 시장에 대해서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면서도 “중위험 신흥 투자처로서 확장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 기관투자자 200여 명 이상이 한자리에 모여, 해외 자본 흐름을 이끄는 핵심 트렌드를 논의하고 2025년 이후 주목할 만한 투자 기회를 모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