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민자활성화 전략에 민자업계 또 실망한 까닭
통상 정부가 산업·업종 활성화대책을 내놓으면 관련 업계가 반겨야 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6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민자활성화추진전략의 반응은 다르다. 오히려 관련 업계의 실망과 분노를 사고 있다. 왜일까.
'제2의 민자 활성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 '신규 민자 프로젝트를 13조원 발굴하겠다' 등으로 대책 앞머리를 장식해 기대감을 잔뜩 키웠지만 정작 목표 달성을 위한 알맹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신규사업 실종과 공사비·금리 급등에 가뜩이나 어려움에 놓인 와중에 이번에도 구두선에 그쳤다는 실망감이 분노 게이지를 더욱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채 앞으로 '무엇 무엇 하겠다'는 식의 추상적 얘기만 되풀이하자 좌절할 수 밖에 없다는 게 민자시장의 대체적 반응이다.
우선 민간사업자의 최대 현안인 공사비 급등에 따른 대책 언급이 없다. 건설공사비 지수가 지난 두해 연속 27% 급등한 탓에 민간사업자는 추진중인 민자사업을 계속 진행해야하는지 고민에 빠졌다. 민자사업 활성화를 위해선 민간의 수익성 악화를 덜어주고 위험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책이 절실한데도 적정 공사비 확보 부분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업계는 대책의 모호성도 지적한다. 정부가 올해 민자사업 13조원 어치 신규 발굴하겠다는 데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포함하는 지 근거가 없어 과대 포장됐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업계가 지속적으로 외친 '민자 적격성조사 단축' 대책도 실행의지를 확인할 수 없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기재부는 민간제안사업 중 환경사업 조사기간을 당초 270일에서 210일로 단축하고, 예타 면제, 적격성조사 간소화 사업도 조사기간을 60일 단축한다고 대책에 썼다.
건설사 관계자는 "적격성 조사기간 단축안을 반영한 민자사업 기본계획 개정안이 나와야 알겠지만 현재로선 도로·철도 조사 기간을 얼마나 줄인다는 건지 와닿지 않는다"면서 "조사기관인 KDI 피맥의 업무량이 과다해 기간 연장이 많은 상황에서 실제 기간 단축이 가능할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새로운 민자 대상시설이나 소규모 시설을 중심으로 조세연구원도 적격성 조사 수행이 가능하도록 추진한다고 했다. 이 역시 시행령 개정으로 지난 2019년 부터 가능하지만 조세연의 전문가 부족으로 실제 수행이 힘들다고 업계는 항변한다.
최근 민자사업 투자 금융기관의 이탈이 가속화하는 분위기 속에서 금융 관련 대책도 미진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대책에서 금융 부문은 산업기반신용보증기금의 보증 수수료의 0.05%p(5bp) 인하 외에는 없다.
최근 민자사업에 금융을 대는 금융사들이 연기금에 이어 보험사마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사업수익률이 맞지 않아 다른 대체자산으로 떠나고 있다. 금융계는 해지시지급금으로 선순위 대출금을 100% 커버하기 힘든 점 등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으나 당국은 눈감아버렸다. 금융사 관계자는 "신용 경색기에는 신용스프레드의 상승으로 고금리 현상이 나타난다"면서 "고금리 시기 자금조달은 주주 기대수익률의 증가로 이어지며 전반적인 민자사업의 사업수익률 인상에 대한 압박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자자 측면에서 사업수익률의 증가가 이뤄지고 사용료 인상이나 건설보조금의 증대가 실현돼야 자금조달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개량운영형 사업모델' 개발 관련해서는 "정책 용역중이다"는 원론적으로 말만 되풀이했고, UAM 버티포트 구축, 반도체 등 신성장 4.0 전략 중 민자 추진 검토 가능 사업유형을 예로 들었으나 이들 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대기업집단이나 관심을 둘 사항이어서 기존 민자업계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이 어려울 때 업계를 살리기 위해 한시적으로 규제를 크게 완화해 민자사업 기본계획에 담았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대책은 피부에 닿지 않는다"면서 " 정말 건설사들이 쓰러지고 나서야 유의미한 움직임이 있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