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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프라금융계, "유동성 확보 위해 세컨더리시장 육성하자"

원정호기자
- 7분 걸림 -

산업은행은 1분기 중 사우디의 그린수소생산플랜트 건설사업에 8500만달러를 대출할 계획이다.  해외에서 그린수소 관련 금융 경험을 쌓고  국내에도 시장이 열리는 수소액화플랜트 분야에서 본격적인 금융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그런데 걱정되는 게 있다.  일단 이런 대규모 대출을 실행한 뒤에는 대출채권을 만기까지 그대로 갖고 있어야 한다.  중간에 다른 금융기관에 재매각(셀다운)할 수 없어서다.

국가계약법과 대부업법이 대출채권 재판매(셀다운)를 제한하고 있다.   대규모 대출금을 셀다운 없이 계속 보유하면 포트폴리오 관리가 어렵고 다른 프로젝트에 투자할 유동성도 부족해진다.  산은 관계자는 "수은과 기은 등 금융공기업이  인프라 투자로 취득한 대출채권을 원활하게 매각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경기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민간 인프라시장  투자 확대를 통한 경기 진작이 필요한 가운데 인프라금융계가 이를 위해 세컨더리시장(Secondary market· 대출채권이나 지분을 거래하는 유통시장)을 육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세컨더리시장 활성화로 인프라 관련 채권이나 지분 매각이 쉬워지면 금융기관들이 유동성을 확보해 그만큼 추가 투자를 활발히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프라 대출채권 셀다운 현황과 문제점

대출채권 거래(셀다운)란 금융기관이 대출한 대출채권을 다른 금융기관에 이전(양도)하는 것을 말한다. 대출채권 유통시장이 형성되고 거래가 활발해지면 금융시장 관점에서 여러 장점이 있다.

우선 대출채권의 유동성이 높아져 자산 포트폴리오 관리 등이 용이해진다.  최초 대출취급 기관은 대출채권의 매각을 통해 리스크를 이전하고 유통시장에서 대출채권을 매입한 기관은 기존에 프로젝트 거래 관계가 없어도  대출채권을 자산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수 있게 된다.  

신디케이티드론이 대출 조성단계에서 ‘리스크 분산’ 기능을 제공한다면 대출채권의 거래는 ‘리스크 이전’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신디케이티드론 조성 과정에서 수수료 수입이 발생하고, 대출채권 매각 이후에도 자산관리 등의 수수료 수입이 발생해 금융회사의 수익성 다양화에 기여한다.  셀다운 이후에는 유동성이 개선돼 다른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추가 투자 여력도 생긴다.  이처럼 은행들이 금융을 주선하면서 최초 대주단에 편입해 대출을 집행하고, 이후 셀다운을 통해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에 대출채권을 매각하는 형태로 글로벌 PF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금융공기업과 민간금융사 모두에 세컨더리시장에 접근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우선 금융공기업은 셀다운과 해외 금융기관을 상대로 매각할 수 없다. 셀다운은 국가계약법이 가로막는다. 대출채권이 국가자산이라  국가계약법을 적용해 공개 경쟁매각해야 한다.  공개 경쟁시 사업 비밀정보가 불특정다수에 노출돼 현실적으로 공개 매각이 불가능한 것이다.

해외 기관 앞 매각은 대부업 탓에 못한다. 현행 대부업법 및 관련 법령에 따르면 대출채권 매각대상은 국내 금융기관(정책금융 및 민간금융 포함)으로만 한정됐다.

민간 금융기관은 국가계약법을 적용받지 않아 셀다운은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업법 적용으로 해외 금융사 앞 대출채권 매각을 하지 못한다.

정부도 이런 낡은 규제를 인식해 지난해  관계 부처 합동으로  `해외 인프라 수주 활성화 전략'을 발표하면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연내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인프라 대출채권 매각대상으로 국내 금융기관 뿐 아니라 해외 금융기관까지 가능하도록 대부업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를 넘겼음에도 아직까지 손을 못대고 있다.  국가계약법 규제와 관련해서 기획재정부는 대안으로 산은 등이 참여하는 별도의 비공개 매각시스템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이는 현실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인프라펀드 자산도 세컨더리시장 형성해야"

인프라펀드를 설정해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도 세컨더리 시장 도입이 요원하다고 지적한다.  펀드가 보유한 민자 인프라자산을 세컨더리마켓에서 사고 팔면 그만큼 유동성을 확보해 추가 투자에 나설 수 있어서다.  

그런데 이는 정부와의 이익 공유가 발목을 잡는다.  민자자산의 지분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공유이익 조항에 따라 미래 수익의 절반 가치를 정부가 가져가면  자산가치가 크게 할인돼 거래 자체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폐기물이나 신재생에너지, 부동산의 경우 대출채권과 에쿼티를 자유롭게 사고 판다"면서 "이와 달리 민간투자법에 따른 자산은 이익공유로 셀다운이 극히 어려워 최초 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진입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결국 이익공유를 개정해야 하지만 이 역시 담당부처인 기재부가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의 수익 공유를 민간투자법 원칙으로 삼기 때문에 근간을 흔들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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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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