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업계, '지분 투자 가능한 임차인' 확보에 총력
'지분 투자 가능한 임차인(테넌트)' 확보가 요즘 비주거시설 개발사업 성공의 지름길 역할을 하고 있다. 임차인이 선임대차 확약은 물론 지분을 투자하면 자본금이 늘어 PF금융 조달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임차인 측면에서는 개발사업 수익을 공유해 임차비용(임대료)을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다.
23일 개발업계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나 물류센터 개발 시행사들이 잠재 임차인을 확보하고 이들의 지분을 유치해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 경기 안산에서 80MW급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한 자산운용사는 준공 후 마스터리스(장기 임대)할 앵커 테넌트(핵심 임차인)로 카카오 계열사를 확보했다. 카카오 계열사는 이 사업의 시행 지분도 참여한다. 현재 시행사는 600억원대로 늘린 자본금을 발판삼아 브릿지론 대주 모집을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 주관사 관계자는 "이사업의 예상 수익률(IRR)이 연 18% 수준이어서 임차인이 지분을 참여하면 높은 수익을 시행사와 공유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임차인은 수익 분배로 임대료를 낮추는 효과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물류센터 개발의 경우도 잠재 화주의 지분을 유치하는 게 PF금융을 조달하는 핵심 비결이 되고 있다. 임차인 확보와 자본금(에쿼티)보강의 일석 이조 효과를 보기 때문이다. 책임 임대차는 비주거시설 개발사업에서 대주단이 대출 참여를 평가하는 핵심 요소다.
PF금융기관 관계자는 "시행사가 우량 화주로부터 시설 연 면적의 절반 이상에 대해 선임대차 확약서(LOC)를 받아오면 본PF대출 전환을 검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OC에 더해 시행사가 자신의 지분 일부를 화주에 매각해 투자자금을 유치하면 대주단의 사업성 검토시 유리해진다. 시중은행 부동산금융 관계자는 " 화주 등의 전략투자자(SI)에 보통주·우선주 지분을 매각해 수익을 공유하면 에쿼티가 늘어나 본PF대출 조달이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한 대기업 식자재 유통회사는 화주로 들어갈 물류센터 개발사업에 전환상환우선주(RCPS)형태로 지분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차인 선확보와 자금 조달이 중요시되면서 아예 시행사와 화주가 처음부터 공동 투자해 개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편 프라임급 오피스시장에서는 사무실 만석으로 임대 공간 구하기 경쟁이 심화되면서 임차인이 사옥 확보를 위해 지분 투자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2분기 강남권에서 현대차그룹이 스케일타워 지분 50%를 SK D&D로부터 인수하고 사옥 용도로 마스터리스했다. 해당 자산의 거래가는 평당 5300만원으로 서울 오피스 거래 중 역대 최고 평단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앞서 1분기에는 국내 IT기업이 사옥 확보를 위해 강남 오토웨이타워에 지분 투자했다. CBRE에 따르면 임대차 수요가 느는 데 비해 오피스 공급은 저조해 지난 2분기 서울 평균 사무실 공실률은 1.1%대에 그쳤다. 특히 도심권역 및 여의도권역에 장기간 사무실 공급이 끊기면서 각각 1%대의 낮은 공실률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