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650억 규모 `초기 민자사업 투자 블라인드펀드' 조성
하나금융그룹이 650억원 규모로 초기 민자사업에 투자하는 블라인드펀드(위탁운용펀드)를 이달 말 설정한다.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후발에 놓인 민자시장에서 도로 철도 등 초기 개발사업에 집중 투자해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10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을 비롯한 하나금융 계열사는 인프라 블라인드펀드(가칭) 조성을 위한 내부 심의를 최근 끝내고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과 이달 말 펀드투자자 약정을 체결한다.
하나은행이 500억원을 투자하는 것을 비롯해 하나캐피탈 50억원,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20억원, 하나자산신탁 10억원 등을 낸다. 이어 전략적 투자자인 현대로템(50억원)과 2개 대형 엔지니어링회사도 각 10억원을 낸다. 투자자 약정 이후 사업(딜)이 확정되면 캐피탈 콜 방식으로 에쿼티(지분투자)·후순위 투자를 집행하게 된다.
민자도로 철도 등의 최초제안사업이나 제3자 제안사업이 주요 대상이며 인허가가 끝난 연료전지사업도 투자 대상이다.특히 철도차량업체 현대로템이 펀드 투자자로 참여한 것은 앞으로 민자시장에 나올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D사업 투자도 염두에 뒀가 때문이다. GTX D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하나금융의 강한 의지가 담긴 것이다. GTX A와 B에는 신한은행이, GTX C에는 국민은행이 금융주간 및 핵심 투자자로 각각 참여하고 있다.
펀드 운영기간 20년의 누적 수익률(IRR)기준으로 연 6%, 매년 현금이 분배되는 캐시일드 기준 연 3%가 목표 수익률이다.
이 펀드는 앞서 하나금융그룹의 1호 인프라블라인드펀드(1000억원)의 후속 시리즈 성격도 있다. 1호 펀드는 전통인프라와 신재생에너지, 환경폐기물사업에 투자해 투자 집행을 거의 소진했다고 한다.
이번에 설정되는 2호 블라인드 펀드가 기존 1호 펀드와 다른 점은 초기 민자개발사업에 집중 투자한다는 점이다. 사업성이 양호한 민자사업을 초기부터 투자해 금융주간권 및 금융참여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초기 제안단계부터 참여하면 금융주선기관 입찰 경쟁 없이 금융주간권을 확보할 수 있고 적정 수수료 마진도 취할 수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번에 설정되는 펀드가 인프라시장 후발주자인 하나금융의 경쟁력을 높일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외에도 신한은행 기업은행 등이 블라인드펀드를 활용해 사업 초기에 참여하는 시장을 열었거나 펀드 활용에 적극적이다.
서평택~봉담 민자고속도로(서평택 분기점부터 봉담송산고속도로와 연결되는 마도JCT까지 기존 왕복 4차로에서 6차로로, 마도JCT부터 시화JCT까지 왕복 6차로에서 8차로로 확장)가 국토교통부에 최초 제안됐는데 DL이앤씨, 대한(설계업체), 기업은행이 제안자 컨소시엄을 형성했다. 기업은행은 키움자산운용의 블라인드펀드를 활용해 이 사업에 투자한다.
신한은행은 칸서스자산운용 등과 손잡고 민자 인프라 개발용 블라인드펀드를 운용하며 각종 도로 철도 등의 최초 제안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