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민간임대 활성화의 키는 거래규제 완화

국내 민간임대주택은 등록임대와 비등록임대로 나눌 수 있다. 비등록임대는 개인이 비공식적으로 전월세를 놓는 경우이고, 등록임대는 지자체나 세무서에 임대주택 또는 임대사업자로 신고해 임대료 증액 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 대신 세제 혜택을 누리는 구조다. 2022년 기준 전체 민간임대주택 658만 호 중 등록임대는 144만 호에 불과하며, 정부는 이 등록임대 시장을 더욱 키우고자 하고 있다.
등록 민간임대는 다시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공공지원임대)과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장기일반임대)으로 나뉜다. 두 유형 모두 10년 이상의 의무 임대기간이 설정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차이도 분명하다. 공공지원임대는 일정 소득 이하의 19세 이상 무주택자,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를 대상으로 시세 이하로 임대료를 책정하는 대신, 개발 시 법적 상한까지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고 주택도시기금이 출자할 수 있다. 반면 장기일반임대는 건축 특례나 기금 출자가 없는 대신 최초 임대료나 입주 자격 등에 제약이 없다.

임대주택을 취득하는 방식에 따라 민간임대주택은 다시 건설임대와 매입임대로 구분된다. 아파트가 아닌 주택은 건설과 매입 방식 모두 가능한 반면, 2020년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 이후 아파트는 건설한 경우에만 임대주택 등록이 가능해졌다.
공공지원임대는 주로 택지개발지구나 도심복합 공공용지 등 공공택지에서 공급되고, 장기일반임대는 민간 도시개발사업이나 주택건설사업 등 민간 주도로도 공급된다. 공공지원임대가 공모를 통해 블록 단위로 임대주택 단지를 조성하는 반면, 장기일반임대는 한 단지 내에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혼합 공급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도시개발사업에서는 전체 건설 주택의 2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하며, 도시개발구역이 100만㎡ 이상이면 임대주택 건설용지를 계획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실무에서는 임대주택 단지를 별도로 구성하기보다는, 각 주거 블록에 분양과 임대 동을 함께 배치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흔하다.
장기일반임대는 사업자가 의무임대기간(최소 10년) 종료 후 분양전환 우선권을 부여할지 여부와 분양전환 가격을 결정할 수 있고, 그 기준은 입주자모집공고에 포함된다. 임차인에게 선택권을 주는 경우도 많은데, 임대형은 계약 종료 시점에 감정가로 분양전환하면서 입주자 우선권이 없는 방식이고, 매매예약형은 임대계약 체결 시 분양가격을 확정하고 계약 종료 시점에 우선권을 부여한다.

또한 사업시행자의 동의를 얻으면 입주권 전매도 가능해, 분양권처럼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임대형보다 매매예약형의 분양전환가격이 높으며, 분양가에 근접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공공지원임대 사업에서도 확정가격에 분양전환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민간임대주택 사업은 최소 10년간 의무적으로 임대를 유지해야 하므로, 사업자가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 특히 공공지원임대는 임대료도 시세보다 낮게 규제되기 때문에, 운영 기간 동안 이자비용과 유지관리비용 등으로 인해 적자가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기업형임대주택(뉴스테이) 출자를 위해 2015년에 설립한 ‘뉴스테이허브제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는 2024년 9월 기준 14개의 공공지원 민간임대 리츠에 우선주 자본을 출자했지만, 매년 200억 원 이상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물론 의무임대기간 이후 분양전환을 통해 자본차익을 거둘 수 있지만, 그 전까지는 적자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또한 부도나 파산 등의 특별한 사유가 아니라면 임대주택을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없기 때문에, 민간사업자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낮고 장기간 자금이 묶이는 투자처가 되는 셈이다. 정부는 2015년 이후 법인의 참여를 유도하고 주택도시기금에서 저리 대출과 출자를 지원하고 있지만, 기업형 민간임대 시장은 여전히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민간 사업자와 금융사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보유 지분의 유동화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2024년 2월에는 공공지원민간임대리츠의 경우 입주 이후 민간 사업자가 보유한 지분 전부를 양도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기존에는 입주 4년 후부터 보유지분의 50% 이내만 가능). 이어 8월에는 5년 이상 운영 후 포괄양수가 가능한 ‘신유형 민간장기임대주택’ 제도를 도입하고, 기존 장기일반임대도 신유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공공지원임대는 입주 이후, 장기일반임대는 5년 운영 후 타 사업자에게 지분 또는 자산 매각이 가능해지는 구조가 됐다.
해당 제도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민간임대주택특별법’, ‘종합부동산세법’, ‘법인세법’, ‘지방세법’, ‘지방세특례제한법’ 등의 개정이 필요하지만, 민간임대 시장 육성은 지난 10년간 일관되게 추진된 정책 기조였기 때문에 입법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다.
금융권도 민간임대주택 사업자의 출구전략을 지원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과거 공공지원임대 사업 자금 조달을 위해 현대건설, SK에코플랜트 등 건설사가 보유한 지분을 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매입한 바 있다. 2024년 매각 규제 완화 이후, 다수의 건설사들이 보유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어서 임대주택 관련 지분 거래는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
향후 변수는 ‘신유형 민간장기임대주택’의 입법 여부다. 제도가 도입된다면, 공공지원임대 외에도 장기일반임대의 조기 매각이 가능해지면서, 기업 및 금융사를 중심으로 민간임대주택의 2차 거래(Secondary)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