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준공 후 담보대출' 영업기회 늘어난다
부동산 PF시장 전체적으로는 부진하지만 서울권 대형 개발사업과 데이터센터 등을 중심으로 올해 PF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조달이 이뤄질 전망이다.
대형 개발사업은 10조원 내외, 데이터센터는 3조원 내외에 달하는 PF자금모집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3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최근 1년간 신규로 취급된 PF대출이 53조원 가량이었음을 감안하면 연간 신규 취급액의 4분의1에 해당하는 영업기회가 서울권 메가 개발 딜과 데이터센터 PF에서 발생하는 셈이다.
개발사업 PF와 착공이 늘어나면 자산이 준공되는 2~4년 이후에는 담보대출 수요가 증가한다. 아파트나 지식산업센터는 개인/기업 등에 분양되지만 그 외 상업용 부동산은 준공 시점에 자산매입자(또는 개발사업주)가 자기자금과 준공 후 담보대출로 자산을 매입(또는 PF대출을 상환)해 이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는 운영자산이고, 서울 대형 개발사업도 주거 외에 오피스, 판매시설, 호텔 등을 상당히 포함하고 있다. 또한 자산이 준공되면 사업비에 사업이익을 더한 준공가치의 60~80% 가량을 담보대출로 조달하므로 PF 규모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담보대출이 진행될 수 있다.
한국의 연간 오피스 거래규모가 15조원 내외이므로 연간 오피스 담보대출 총액에 육박하는 수준의 담보대출이 추가로 진행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준공된 자산을 매입할 때는 리츠/펀드 구조를 많이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에서 매입자금을 조달하며 투자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기도 하고 리츠/펀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상업용부동산 투자 시장에서 역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주택담보대출과 상업용부동산 대출(은행 상호금융 저축은행만 합산) 잔액은 각각 연평균 7.7%, 13.3% 늘어난 반면 리츠/부동산펀드의 자본투자 규모는 22.4% 증가했다. (*리츠의 총 자본과 부동산펀드의 순자산을 합산한 금액 기준)
국내 부동산 투자/대출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이 리츠/부동산펀드 투자이다.
서울권 메가딜과 데이터센터 개발을 추진하는 사업주체에 리츠/부동산펀드 보유사가 상당수 포함돼 있기도 하다.
한화그룹(서울북부역세권, 잠실MICE, 수서역세권 환승센터 등), 삼성그룹(서소문 11/12지구, 안산 단원구 초지동 데이터센터) 등이 상장리츠를 보유하고 있고 광운대역세권과 용산철도부지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HDC현대산업개발, 동서울터미널을 개발중인 신세계프라퍼티는 각각 리츠 설립을 추진중이다.
이지스 코람코 등 리츠/펀드 시장에서 비중이 큰 운용사도 다수의 개발사업을 주도하거나 지분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금융사들도 리츠/펀드 시장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KB금융, 신힌금융, NH농협금융은 각각 2개의 상장리츠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KB금융과 신한금융이 보유한 리츠의 자산규모는 4조원을 넘는다.
한편 최근 신한은행은 펀드/리츠전담팀을 신설하기도 했는데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에서 펀드/리츠 대상 영업을 확대하고, 개발부터 운영까지의 업무 연계를 염두에 두고 리츠 계열사와의 협업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다.
리츠/펀드 영업 강화는 정부 정책과도 맥이 닿아 있다. 리츠 소관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약 10년전부터 리츠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공모/상장리츠 활성화와 리츠 규제완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연금저축펀드, 특정금전신탁, 재간접펀드/ETF 등이 공모/상장리츠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자본시장과 리츠 간의 연결고리를 확대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개발부터 운영까지 수행 가능한 '프로젝트 리츠'를 도입하고 개발단계의 규제를 크게 완화하는 한편 리츠 투자대상을 산업단지/데이터센터 등으로 넓혀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