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주도형 공모사업 보폭 넓히는 하나은행
`하나은행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사업권을 따낼 수 있을까.'
대형 민자 인프라사업의 운영 경험이 부족한 하나은행이 GTX B노선 입찰을 준비하자 주변 은행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4대 은행과 자산 등의 체급은 비슷하지만 국내 인프라금융 시장에서 존재감이 약했다.
산업은행과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전통 IB 강자들이 워낙 SOC금융 주선 분야를 주름잡으면서 그 그늘에 가려 있었다. 그래서 하나은행의 대형 철도사업, 이게 가능하냐고 의구심이 큰 상황.
그러나 부동산 개발분야까지 시야를 넓히면 FI주도형 공모사업에서 하나은행은 최근 조용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8월 하나은행은 서울아산병원 KT&G 등과 함께 FI주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청라 의료복합타운 개발사업(사진 조감도)을 거머쥐었다. 청라 의료복합타운은 청라국제도시 해안가 26만㎡ 규모의 부지에 500병상 이상 되는 종합병원과 의료바이오 관련 산·학·연 및 업무·상업 등의 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만 2조4000억원에 이르는 대형 사업이다. 말많은 성남 대장동도시개발사업도 하나은행 주도의 FI사업이었다.
FI주도는 아니지만 조 단위 복합개발사업도 연이어 따냈다. 한화 및 계룡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 2020년 대전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을 수주했다. 지난해 말에는 하나금융 계열사인 하나증권이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공간 조성 민간투자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공간 조성 민간투자사업은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25 잠실 운동장 일대 약 36만㎡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잠실 마이스단지도 당초 무역협회컨소시엄이 유력할 것으로 봤지만 역전승에 성공했다.
하나은행이 FI주도형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말 그대로 금융투자사가 사업의 주인으로서 기존의 건설사(CI) 주도형 컨소시엄에 비해 수익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발과 운영 사업을 진두 지휘하면서 투자은행( IB)으로서의 역량과 경험도 쌓을 수 있다.
이번 GTX B노선 사업권 입찰에 도전하는 이유는 대형 인프라 분야로 FI주도 모델을 넓혀 은행의 약점을 보완하고 IB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기 위해서다.
하나은행은 국내 분야와 글로벌 분야로 IB투자를 분산하면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이런 가운데 대형 IB은행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부동산에 치중됐던 IB사업을 인프라 분야로 확장해 포트폴리오 균형을 맞춰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차원에서 신재생금융 분야로도 일찌감치 보폭을 넓혔다. 360MW급의 대형 해상풍력인 전남 낙월 해상풍력의 금융자문 및 주선권을 따내 하반기 파이낸싱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