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부동산PF시장과 선긋기.. HUG보증이나 우량 시공사 취급
"올 연초만 해도 행내에서 핀잔을 들었는데 이제는 칭찬을 받습니다." 최근 만난 시중은행의 김모 프로젝트금융(PF)본부장은 주택개발 PF 대출과 관련해 은행 내 자신의 대접이 달라졌다고 소개했다.
김모 본부장은 주로 주택도시보증공사(PF)나 주택금융공사(HF)의 PF보증부 대출을 중심으로 취급했다. 이런 보증부 PF는 담보가 확실한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마진이 박한데다 물량도 제한적이어서 공격적으로 PF대출자산을 늘릴 수 없다. 때문에 지난해와 연초 다른 금융사가 PF 관련 이익을 많이 내는 시기에는 실적 압박 부담이 컸다. 그러나 최근과 같은 시장 불안 시기에는 공공 기관의 보증부 대출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금리 인상과 부동산경기 둔화 속에 은행들이 부동산PF시장과 선을 긋고 있다. HUG와 HF의 보증부 대출을 취급하거나 주택 개발사업에 돈을 빌려주지 않는 은행도 있다. 위험 관리를 위해 3개월 변동금리를 주로 취급한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주택개발 PF관련 HUG와 HF의 보증서 여신을 주로 취급하고 있다. 이런 보증부 여신이 아닌 경우 서울지역 중심의 대형 건설사 연대 보증이 낀 PF대출만 제한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비율 관리를 이유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물류센터 PF와 관련해서는 블라인드 펀드를 보유한 우량한 자산운용사가 선매입을 확약한 프로젝트 중심으로 PF를 취급한다. PF 건당 대출액은 300억~500억원 규모이며 선순위 대출금리는 7%대를 예상한다.
하나은행은 건당 300억~500억원에 선순위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은 최대 50%까지 선호한다. 변동 금리 기준 6% 전후 금리를 예상한다. 대출 취급시 선호하는 시공사도 있다. 단기 기업어음(CP) 신용등급이 A2- 이상, 즉 한화건설까지가 시공사 마지노선이다.
신한은행은 주로 건당 300억원에 변동금리 기준 6%를 예상한다. 그 이상 대출은 셀다운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은 주거와 산업단지, 물류센터 PF 모두 취급한다. 물류센터의 경우 테넌트(임차인)을 구하지 못했어도 선매입 조건이 좋을 경우 취급 가능하다고 한다.
선순위 대출금리는 3개월 양도성 예금증서(CD)금리에 2.5~3% 스프레드를 더한 수준의 금리를 예상한다. 주로 건당 500억 이하이지만 우량한 사업장의 경우 3000억원까지 검토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농협은행이나 DGB나 BNK 계열의 지방 은행의 경우 PF취급이 매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이 부동산 PF대출을 꺼리는 이유는 금리 인상이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경우 건설‧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주택 수요가 감소하고 미분양 확대로 이어진다. 일부 금융기관은 PF금리가 10% 이상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한다.
조달금리 상승도 위축 요인이지만 금융감독원의 건전성 확보 규제도 대출 한도를 축소시킨 배경 중 하나다. 국민의힘 윤창현의원에 따르면 은행들의 부동산PF대출 잔액은 지난 2017년말 16조644억원에서 올 6월 말 기준 31조4028억원 수준으로 배 가까이 급증했다.
금감원은 경기 둔화에 따른 PF대출 연체율 상승이 은행의 건전성·유동성에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선제적 리스크 관리강화 등을 통해 부실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할 것을 은행권에 독촉하고 있다.
주용국 미래에셋증권 IB2부문 대표는 "(개발업에) 유동성 대출을 할 수 있는 재원 자체가 지금은 완전히 막혀 있는 상황"이라며 "HUG와 HF 등의 자금지원 확대를 위해 이들의 높은 심사기준 문턱을 완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