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시황)매각 철회한 자산의 리파이낸싱과 기업 구조조정
매각을 진행하다 실패한 자산의 리파이낸싱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리파이낸싱을 통해 만기를 연장해도 근본적으로 자산에 대한 개선이 없다면, 시간이 지나도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요즘과 같은 금융 시장 환경에서 아마도 리파이낸싱을 했다면, 금리가 기존보다 올랐을 것이고 이는 배당 수익을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매각을 진행하다 입찰 이후에 매각을 보류했거나 매각 마케팅 도중에 철회한 자산들이 꽤나 많이 있습니다. 이런 자산들도 비슷하게 리파이낸싱을 하거나 다시 재매각을 통해 투자자에게 자금을 돌려줘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시장에 점점 더 매각이 어려운 자산들이 쌓여가고 있고, 대출 이자 지급을 유예해줬던 자산들이 더 이상은 견디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제 할인 매각을 통해 자산을 매각하고자 하는 곳들이 점점 더 많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내년은 아마도 자산을 운영하기 어려운 상태를 더이상 견디지 못한 채 매각을 해야 하는 부실(NPL) 자산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 때는이자를 유예해 주거나 암묵적인 합의에 의해 부실 사업장들도 그 수명을 조금씩 연장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만큼 NPL 자산들이 시장에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금리가 상승하고 사업 원가들이 올라 더 이상 조정 가능하거나 시간을 벌 수 있는 조건들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자산이나 프로젝트를 손절해야 하는 선택밖에 남지 않을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기업 계열의 자산운용사들의 합병 소식도 최근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자산운용은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을 합병 추진하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멀티에셋자산운용을 합병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목적도 있겠지만 그만큼 시장이 어려워져 각자 수익을 내는 게 어려워졌다고 해석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흡수합병이 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겹치는 조직이나 인원에 대한 구조조정도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연말이 다가오면서 소리소문 없이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이야기들도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다 보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건비 절감을 통해 자구책을 찾으려는 회사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에는 증권사 위주로 감원 바람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올해는 자산운용사나 부동산투자회사들도 구조조정이 큰 폭으로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름세가 지속되던 시장에서는 그만큼 많은 인력이 필요했고 그에 상응하는 충분한 수익이 뒷받침되어 시장이 성장했습니다. 이제 그런 상황은 역전이 되었고 검토 가능한 프로젝트들은 사라졌고 돈을 벌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버틸 여력을 축적해 놓은 곳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제 막 인력을 수혈해 확장하려던 회사들은 채용했던 인원들이 유휴인력이 돼버린 곳들도 많아졌습니다.
올해 하반기부터 당분간은 강자만이 살아남는 척박한 시장 환경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누군가는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고 떠나야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럴 때 시장의 환경을 탓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습니다. 묵묵하게 각자 자신의 실력을 쌓고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면서 다시 부흥하는 시장이 왔을 때 능력을 발휘할 준비를 하는 게 최선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