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자재값에 시행사들 `시공사 선정' 하늘의 별따기
최근 부동산 시행업계가 시공사를 선정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설 원자재값이 급등하면서 추진하던 프로젝트 사업성이 떨어지고, 이에 공사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시공사를 찾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8일 시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T시행사는 애초 시공 약정한 물류센터 시공사로부터 계약 가격대로 공사를 하지 못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시공사 측은 처음에 평당 350만원 시공 약정을 맺었으나 최근의 자재값 인상을 반영해 평당 472만원에 다시 약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T시행사는 공사비가 더 저렴한 시공사를 알아보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으나 대체 시공사를 구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아파트 공사비 역시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지난 2020년 공동주택 공사비가 평당 380만원(1군 시공 기준)이었으나 지난달에는 평당 500만원(1군 시공사, 발코니 확장 포함)에 근접했다고 다른 시공사가 설명했다. 한 대형 시공사 관계자는 "최근 수주하는 아파트 단가가 평당 500만원 내외"라면서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오를 것 같아 견적 및 계약 체결을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건설자재인 레미콘 단가는 ㎥당 7만1000원에서 8만3000원으로 13.1% 인상되고, 철근 값은 지난해 4월 t당 70만원에서 현재 110만원대로 치솟았다. 이 때문에 4월 말 기준 3.3㎡당 건축공사비는 지난해 말 대비 평균 10~15% 올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건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주택공급 차질 해소를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 수수료 반환 △주택도시기금 대출금리 인하 △자재 생산·유통 정보시스템 구축 △상생협의체 구축 등을 포함한 대응방안을 이달 발표 예정인 분양가상한제 개선방안에 포함하기로 했다.
건설업계에선 이런 처방이 공사중단과 계약해지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사 관계자는 "민간공사의 발주처인 시행사들과 도급계약을 맺을 때 대부분이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걸려 있어 공사비 증액을 대부분 시공사가 해결해야 하는 부분도 요즘같은 살인적 인플레 아래에선 부담스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시행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증액을 감당할 수 있는 시행사가 많지 않다"며 "소규모 시행사들은 비용부담에 따른 공사중단과 파산 등의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공사와 금융기관이 시행사에 인플레이션에 따른 가격 상승분을 전가하고 있는데 비해 시행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사업성 하락을 감내하는 실정이다. 시행사는 가격 상승분을 분양가 인상으로 소비자에 전가해야 하는데 수분양자 역시 대출금리 상승 여파에 분양가 상승을 용인하기 쉽지 않아서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와 경기하락기에는 오히려 리스크가 커져 분양가를 낮춰야 팔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시행사가 모든 인상분을 떠안아야 하는 형국이다. 시공사들이 시공을 포기하고, 분양성마저 하락하면서 시행사들은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 수익률을 감담해야 하는 곳도 적지 않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시공사를 결정하지 못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약정마저 지체되고 있어 시행업계에 잔인한 계절이 되고 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 겪어보지 못한 시기를 겪고 있어 인플레나 금리 인상이 조속히 안정되기를 바랄뿐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