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준확약했다가 채무인수 공포에 떠는 건설업계
책임준공(책준) 기한 경과에 따른 채무인수가 중소·중견 건설업계의 가장 큰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책준확약 공사를 맡았다가 기한 내 준공하지 못해 채무를 인수하고 결국 자금난으로 부도에 이른 건설사들이 적지 않아서다. 이에 건설업계는 책준기한을 탄력적으로 연장할 것과 채무인수 시점도 합리적으로 조정해 줄 것을 금융당국에 건의했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A건설은 지난 2020년 인천 서구 원창동 소재 물류센터 책준 조건으로 시공하는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자재비 인상 등의 사유로 책준 기한을 7개월 연장하고 또 다시 한달 연장해 작년 말 준공했다. 이에 책준 미이행에 따라 사모사채 500억원을 양수하는 방식으로 채무를 인수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물류센터의 경우 건설기간 자체가 빠듯해 공기를 맞추지 못하는 사업장이 많다"면서 "기간 내 준공을 못하면 채무를 인수하는데 자금력이 없는 건설사는 부도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시공사는 공사 도중 시공을 포기하고 법정관리 신청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설사는 "급등한 공사비를 추가 부담해도 어차피 책준기한이 경과되면 대출금 채무 인수를 이중으로 부담해야 하는 구조"라며 "준공 후 부도를 선언하나 공사기간 도중 부도를 선언하나 시공사는 망가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A토건의 경우 회사 직원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가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 B건설도 하도급업체에 대한 B2B대금을 단기 연체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건설 대창기업 에이치엔아이이엔씨 신일 등이 들어간 법정관리 대부분 책임준공 확약의무로 인한 자금난으로 위기를 견디다 못해 발생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통상 PF사업에서 시공사가 1차적으로 책준 의무(정해진 기간내 건축물을 책임지고 준공하는 의무)를 부담한다. 책준신탁을 하면 시공사 외에 추가적으로 신탁사가 대주단에 대해 책준 의무를 부담한다. 즉, 시행사가 신탁사에 수수료를 내고 책준신탁을 맺으면 시공사의 책준 미이행시 PF대출 원리금 상환을 신탁사가 부담하게 되는 구조다.
그러나 불가피한 사유로 시공사가 책준 기간 연장시 PF대출금의 패널티 부과와 연장 이자 외 PF채무의 중첩적 채무인수를 부담하는 등 실질적 리스크를 시공사가 떠안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 설명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 준공 불이행이나 준공의지가 없을 때 중첩적 채무인수는 정당할 수 있으나, 대출기한 내 공기연장 후 목적물을 완성할 경우 물적 담보가 존재함에도 시공사에 중첩적 채무인수를 부담시키는 행위는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건설협회는 지난달 말 책준확약 관련 불공정 개선사항을 금융위원회에 건의했다.
협회는 우선 자재수급 불안과 노조 파업 등으로 공기를 맞추기 힘든 사업장이 많다며 대주단의 책준(준공)기한 연장을 적극 지도해달라고 금융위에 요청했다.
아울러 신탁계약서상 불가항력 사유를 공공 공사에서의 불가항력 사유처럼 범위를 넓혀달라고 요구했다. 신탁계약상 불가항력 사유는 천재지변과 전쟁이지만 공공 공사상 불가항력 사유로는 악천후, 화재, 전염병, 폭등 등 기타 계약당사자의 통제범위를 벗어난 사태를 의미한다.
이와 함께 대주단, 신탁사, 시공사 협의 아래 '대출기한을 연장한다'는 조항을 '공기를 연장한다'는 조항으로 조정해달라고 요구했다. 대출기한만 연장하면 기존 채무인수, 지체상금, 지연이자는 고스란히 시공사가 부담하기 때문이다. 준공기한 연장시 채무인수 시점 및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시공사의 책임준공을 독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현행 '약관규제법'을 회피해 책준 특약 조항에 불공정 조항을 넣는 것에 대해 금융위원회와 공정위원회가 관리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신탁사의 하자담보책임 면책 조항이 있는데 이 조항으로 인해 신탁기간 종료 이후에 하도급업체나 수분양자 등으로부터 제기되는 소송에 대한 모든 책임을 시공사가 부담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