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시장, 오피스개발사업으로 자금 쏠림 심화
오피스(업무시설) 개발사업으로의 금융권 PF자금 쏠림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몇년간 공급이 제한돼 임대료 상승세가 유지되자 시장 불확실성 속에 갈 곳 잃은 PF자금이 오피스 개발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다만 오는 2027년 이후에는 공급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돼 오피스 PF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피스 개발사업, 올해 본PF 전환의 핵심
금융권에 따르면 본PF 금융으로 전환하거나 본PF 확보 예정인 오피스 개발사업이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경기 과천지식정보타운 9블록 오피스개발 시행사인 지타운PFV는 지난22일 국민 하나 전북은행 등 은행 대주 3곳과 4364억원의 PF대출 약정을 체결했다. 우량 게임기업인 넷마블이 PFV의 주요 출자사이면서 책임 임대차(마스터리스) 계약, 대출금 자금보충 등의 신용을 제공하면서 비교적 수월하게 PF금융을 확보했다.
최근 서울 성수동에서도 오피스개발사업 본PF 클로징이 연이어 성사됐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268-2번지 일대 오피스 및 근린생활시설 개발 사업주인 빅트라이앵글PFV는 지난달 말 대주단으로부터 2050억원 한도의 PF대출을 실행받았다. 이 사업은 연면적 2만1420㎡(6480평) 규모 지하 6층 지상 10층 오피스를 짓는 프로젝트다.
작년 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과 PF시장 경색으로 사업이 중단됐다가 이지스자산운용이 설정한 캠코PF정상화펀드가 지난 5월 선순위 브릿지론을 인수하면서 사업이 재개됐다. 시공사는 태영건설에서동원건설산업으로 교체됐다.
마스턴투자운용의 마스턴제172호성수오피스PFV는 지난달 대주단과 1910억원 한도의 PF약정을 체결하고 지난달 29일 기표 절차를 마쳤다. 이 사업은 성수동 2가 소재 연립주택인 '장안타운'을 중형 오피스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신영 계열 브라이튼자산운용은 메리츠화재 여의도사옥의 재건축 사업을 위해 지난달 2300억원의 본PF금융을 확보했다. 선순위에는 기업은행 등이, 후순위에는 KB캐피탈이 참여했다.
오피스텔나 호텔이 오피스로 용도 전환하는 것도 오피스 PF자금 편중을 보채고 있다. 오피스에 대한 금융권 대출 선호가 상대적으로 높아 디벨로퍼들이 개발상품을 오피스텔에서 오피스로 컨버전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효제PFV는 서울 종로구 효제동 98번지 일대 7465㎡ 부지의 개발 건축물을 당초 오피스텔에서 업무시설(디타워 효제)로 변경해 상반기 PF자금 조달을 마쳤다. 해당 부지가 도심(CBD)과 가깝다 보니 오피스로 짓는 게 분양시장 침체기를 겪는 오피스텔에 비해 사업수지가 높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이 사업은 DL이앤씨가 시행과 시공을 겸하는 자체 개발사업이다.
본PF 체결 앞둔 오피스개발도 급증세
본PF약정을 눈앞에 둔 오피스개빌사업도 하반기 PF시장을 달구고 있다. 부동산PF 자금 경색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거사업이나 지식산업센터 분양성이 떨어지면서 갈곳 잃은 금융권 PF자금이 오피스로 쏠리고 있다.
시행사 랜스퍼트는 이달 말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공평15·16지구 재개발구역 오피스개발사업의 본PF대출을 인출한다. KB증권 주관 아래 1조원 이상 PF약정은 이달 중 체결됐다.
한화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도 이달 중 서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6-3-3구역 오피스(업무시설) 개발사업 관련 7600억원의 PF자금 조달을 클로징한다. 한호건설(현 디블록그룹)이 시행하고 대우건설이 시공 예정인 연면적 2만6000평 규모의 프라임급 오피스 개발 프로젝트다.
웰스어드바이저스가 시행하고 현대건설이 시공 예정인 수서역세권 오피스 개발사업도 다음달 초 본PF금융 약정을 체결한다. 하나증권이 주관하고 이든자산운용의 개발블라인드펀드가 투자하면서 대주단 모집이 오버부킹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이 100% 출자한 서울역북부역세권개발과 금융주관사인 국민은행은 2조원 규모 PF대출 모집을 시작했다. 오는 10월 28일 8000억원의 브릿지대출 만기 이전에 본PF로 전환할 계획이다. 2조원 본PF는 2분기 자금을 조달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이마트 성수부지(K-프로젝트) 오피스개발사업과 맞먹는 규모로 올해 PF 최대 금액이다.
이밖에 캡스톤자산운용은 을지로 옛 유안타증권빌딩 대출금 6000억원을 모집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캡스톤운용은 지난 2022년평당 3610만원에 총 3060억원을 들여 유안타증권빌딩을 매입했다.
공급 가뭄에 안정적 임대료 상승세...2027년 이후가 분수령
오피스 개발사업에 지속적으로 PF자금이 모이는 것은 다른 상품에 비해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금융업계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내 오피스는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위축세에도 낮은 공실률과 안정적 임대료, 지속적 자산 가치상승 등을 보이며 글로벌 주요 도시 중 우수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국내 기관투자자와 금융권의 오피스 투자 선호도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서울 마곡지역 공급을 제외하면 내년까지 공급 규모가 많지 않아 앞으로 몇년 간 임대료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란게 오피스시장 분석업체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코람코자산운용 리서치실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서울 오피스 3대권역(도심, 여의도, 강남권)의 공실률은 5% 미만으로 오피스 임대시장은 여전히 견고하다.
코람코운용 리서치실은 최근 펴낸 '3분기 마켓 아웃룩 자료'를 통해 "올해 집중 공급되는 마곡 등 기타권역 제외시 3대 핵심권역은 2026년까지 연 10만평 이내 공급될 것"이라며 "CBD(도심권역) 재개발 중심으로 2029년경부터 공급이 많이 예정돼 있으나 대부분 사업계획 단계여서 구체적 공급 시기는 유동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지스자산운용 투자전략실도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오피스 신규 공급 예정 면적은 42만평으로 대부분 마곡 중심"이라며 "내년 공급 예정물량 급감 및 향후 5년간 제한적 공급 물량으로 공급에 따른 시장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연면적 1만평 이상 대형 오피스는 우량 임차인의 높은 선호로 인해 임대료를 인상해도 탄탄한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는 게 이지스운용의 설명이다.
다만 2027~2028년 이후에는 공급이 크게 증가해 오피스간 양극화 및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CBD는 최근 5 년간 서울시 중심업무권역 중 가장 저조한 공급실적을 보여왔으나,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을지로3가 재정비촉진지구 및 다수 정비예정구역의 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2027년부터 신규 공급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스운용 투자전략실은 "2028년까지 공급부족에 따른 수요 강세 유지가 예상되나 2029년 이후에는 초대형 프로젝트의 공급물량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오피스 개발자산간 PF자금 확보도 우열이 가려질 것이란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같은 오피스 개발사업이어도 경쟁 개발자산에 비해 인허가 진척이 빠르고, 입지적으로 핵심권역에 가깝고, 낮은 개발원가를 기반으로 임대료 경쟁력에서 우위를 가진 오피스 중심으로 자금 모집이 차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