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관리와 수익성 확대 사이에 선 보험업계

보험사의 부동산 투자는 팬데믹 이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2023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지급여력관리제도(KICS)가 도입되면서, 보험사의 자산과 부채가 시가로 평가되었다. 이에 따라 금리와 투자자산 가격 변동에 따라 자본비율이 크게 달라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더불어 팬데믹 이전 투자했던 해외 부동산이나 국내 PF 프로젝트에서 부실이 발생하며 보험사 자본여력에 악영향을 주었다. 여러 보험사가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고 지급여력 규제 권고치를 맞추고 있지만, 과거보다 투자자산의 건전성 관리가 훨씬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최근 금리 하락으로 보험사의 자산운용 비즈니스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보험료 상승으로 신규 계약이 줄고 현재 가치로 환산한 보험부채가 늘어나면서 핵심 수익원인 보험수익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감소분을 투자수익으로 메우지 못하면 전체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문제는 금리 하락으로 보험사의 전통적 자산운용처인 채권투자 수익률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따라서 투자수익을 확대하려면 대체투자와 같은 고수익 자산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위험 대체투자를 크게 늘리기에는 부담이 따른다. 해외 부동산과 국내 PF 부실 여파가 아직 남아 있는 데다,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대체투자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제정된 보험회사 대체투자 리스크 관리 모범규준이 올해 들어 한층 더 강화되면서, 보험사는 투자 건의 검토·승인·사후관리 전 과정에서 더욱 정교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따라서 해외 상업용 부동산이나 부동산 PF보다는 안전하면서도 채권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이른바 ‘중간 지대’ 대체투자 자산 발굴이 절실하다.
수익과 리스크 사이 줄타기는 부동산 투자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최근 금리 하락으로 대체투자 확대 필요성이 커졌지만, 보험사들은 비교적 안전한 상품부터 취급하고 있다. HUG 등 공공기관이 상환을 보증하는 대출상품은 리스크가 적어 선호도가 높다. 반면 실물 자산 담보대출이나 부동산 PF는 투자 지역과 대상을 제한하고 대부분 선순위 위주로만 접근하는 모습이다.
지분투자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삼성생명·삼성화재, 한화생명·한화손보 등이 계열 운용사가 출시한 상장 리츠에 투자했지만, 이는 보유 자산 유동화 지원 성격이 강해 본격적인 투자 확대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최근 일부 대형 보험사에서는 계열 운용사를 통해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하고 이에 출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량 상업용 부동산 매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융그룹 차원에서 블라인드펀드를 만들고 자본력이 탄탄한 보험사가 출자금을 책임져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투자상품이 아닌 비즈니스 채널 차원에서 대체투자 운용사 인수를 시도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삼성생명은 2021년과 2023년에 해외 대체투자 운용사 지분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 유럽 PEF 운용사 지분까지 매입했다. 교보생명은 금융지주사 전환 전략의 일환으로 2023년 국내 대체투자 전문사인 파빌리온자산운용(현 교보AIM자산운용)을 인수했고, 최근에는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이 국내 최대 부동산 펀드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시니어 시설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KB라이프는 2017년 이후 꾸준히 시니어 시설 투자를 이어왔으며, 신한라이프케어와 하나생명도 후발주자로서 투자자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그룹 재단을 통해 용인 노블카운티를 오래 운영해왔고, 2025년 8월 요양사업 운영법인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요양사업에 뛰어든다.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시니어 비즈니스 확대를 지원하고 있고, 보험사들은 기존 보험상품 시장의 성장성이 둔화되자 시니어 요양·보험 시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