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론 빗장 푼 우리은행, 서울 핵심지로 한정
우리은행이 부동산PF사업의 초기 대출인 브릿지론 시장에 뛰어들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주택금융공사(HF)의 보증물 또는 대형 시공사 연대 보증물만 다루던 그간의 보수적 대출 형태에서 벗어난 전략 변화를 보여준다. 다만 서울지역 핵심 사업지로 한정해 그간의 연체율 제로 행진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 부동산구조화부서는 최근 은행 투자심사 가이드라인 개정에 따라 브릿지론 한도를 부여받았다. 서울지역 우량 사업지라는 제한적 조건이 달렸지만 초기 브릿지대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다음달 중 HDC현대산업개발의 자체 시행사업인 용산 철도병원부지 주상복합 개발사업의 토지담보대출 2000억원을 실행하기로 했다. 전체 브릿지론 3000억원 가운데 2000억원을 우리은행이 실행하면서 관계사인 우리투자증권이 이 사업 공동 주관권을 확보하는데 기여했다.
우리은행은 또한 신한은행이 지난 6월 주선한 서울 서초동 서리풀복합시설(옛 정부사부지) 개발사업의 브릿지론 일부를 셀다운받을 예정이다. 신한은행이 전체 1조2000억원 가운데 9700억원을 참여했는데 이 물량 일부룰 양수한다. 서리풀 개발사업이 본PF 전환시 대주로 참여하기 위해선 브릿지론 참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부지(삼표 부지)의 6000억원 리파이낸싱에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삼표부지 소유주인 삼표산업 측과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오는 10월 14일 4400억원 한도의 브릿지론 만기에 앞서 리파이낸싱을 추진하고 있다. 이 역시 내년 본PF에 참여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다.
서울 주요 지역에서의 제한적 대출이긴 해도 우리은행이 고위험으로 꼽히는 브릿지론을 취급하는 것은 다소 공격적인 전략 변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은행은 HUG나 HF 보증부 대출 또는 우량 시공사의 연대보증부 정비사업에 집중해왔다. 부동산PF 자산 약 10조원 중 70%가 HUG·HF보증, 나머지 30%가 대형시공사 보증 정비사업이다. 때문에 연체나 부실화된 자산이 거의 없다고 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클린화된 자산 중심이다 보니 부동산금융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면서 "브릿지론 취급을 통해 사업 초기에 들어가 수익성 높은 우량 사업을 선점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부동산금융 확장은 그룹 시너지를 염두에 둔 행보도 있다. 지난 7월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을 포함해 우리금융 계열사들과 공동 사업에 참여하기에는 IB·PF분야가 가장 잘 맞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과 용산철도병원 부지 개발 외에도 다수 개발사업 주선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다.
또한 이달들어 우리은행을 비롯한 계열사는 1000억원 규모의 '우리금융 PF 구조조정 지원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펀드에는 우리은행이 900억원, 우리금융캐피탈이 30억원, 우리투자증권이 20억원, 우리자산운용이 50억원을 각각 출자하고 우리자산운용이 운용사(GP) 역할을 맡는다. 펀드는 올해 은행권이 공동 조성한 PF신디케이트론이 투입되는 경·공매 사업장에 에쿼티를 투자하게 된다.
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PF 시장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한 정부 정책 지원 성격이 있지만 동시에 그룹의 자산운용 역량을 높이고 수익을 창출하는 효과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