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디벨로퍼 '일레븐건설' 살펴보기
일레븐건설의 지배구조는 국내 디벨로퍼 중 단순한 축에 속한다. 경오건설, 용산일레븐, 바이스디앤아이 정도가 관계사다. 경오건설은 엄석오 회장 가족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이고, 바이스디앤아이는 외감법인은 아니지만 차남이 대표로 있는 법인이다.
용산일레븐은 2017년 용사 유엔사부지를 낙찰받으며 설립한 SPC다. 일레븐건설이 용산일레븐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주력인 일레븐건설 또한 엄 회장과 가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시행업에 뛰어든 2007년부터 딱 2차례 적자를 내는 등 위기를 겪었다. 첫 위기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다. 성복자이1,2차, 성복힐스테이트1~3차 사업에서 대량 미분양을 기록했는데, 그 여파가 지속된 영향이다.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분양률을 기록했고, 추가 프로젝트는 없는 상황에서 미분양담보대출 이자만 나가던 시기였다.
2013년에는 대량 계약취소 사태로 인해 계약해지 손실 700억원이 인식돼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시현했다. 그러다 2015년부터 수지 동천에서 다시 일어서기 시작한다. 이때까지만해도 일레븐건설이 사람들에게 의미있게 알려지진 못했다.
1세대 디벨로퍼에 속하는 일레븐건설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17년이다. 용인이 아닌 용산프로젝트가 시발점이 됐다. 공급 예정가 8031억원 규모의 용산 유엔사부지를 LH로부터 컨소시엄이 아닌 단독으로 약 1조원에 최고가 낙찰을 받는다. 일레븐건설이란 사명을 사용하고 있어 건설사라는 오해를 할 수 있지만 디벨로퍼 외길 인생을 걸어온 기업이다. 이번 편에서는 엄 회장의 이력과 일레븐건설의 주요 프로젝트를 살펴보자.
엄석오 회장의 발자취
1948년 1월 전남 해남 출생으로 20세 무렵 상경해 전집 세일즈를 시작한다. 1980년 30여권 단위의 국내 소설 전집을 판매하는 출판사 양우당을 설립한다. 출판업계의 미래를 그다지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던 엄 회장은 과감하게 커리어 전환을 시도한다. 1991년, 엄 회장 나이 44세에 동진주택을 설립하며 부동산 업계로의 전직을 시도한 것이다.
같은 해 동진주택이란 사명을 바로 일레븐건설로 변경한다. 회사를 설립하고 대략 5년간 큰 움직임이 없었다. 1996년에야 주택건설사업자 등록을 하게 된다. 그리고 IMF 직후인 1999년 용인 택지지구 개발이 시작될 무렵 디벨로퍼로서 첫 발을 내딛게 된다.
1999~2002년 용인 수지 상현에 금호 베스트빌 1차~5차, LG자이2차까지 총 3879세대를 연달아 공급한다. 이후 숨고르기를 하며 한동안 큰 사업을 벌이지 않는다.
2004년 당시 강동구 길동에 주상복합인 SK HUB 총 194세대(아파트 94세대, 오피스텔 90세대)를 공급한게 전부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발 금융위기 전까지 대략 6년 동안은 기존 사업장 정리에만 집중했다. 개발업 등록을 한 것도 창업 후 17년이 흐른 2008년이다.
엄회장의 이력을 보면 경제위기가 도래할 때 과감한 움직임을 보였다. 1997년에 움직인 것도 그렇고 2008년 디벨로퍼다운 움직임을 재개한 것도 그렇다. 2008년 이후 일레븐건설의 행보를 들여다보자.
참고 참은 용트림의 시작?
1999~2002년 일레븐건설이 공급한 3879세대와 본격적인 용트림이 시작된 2008년 이후부터 공급한 8226세대를 합치면 대략 1만 세대를 공급했다.
물론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용인 성복에 공급한 자이와 힐스테이트는 완판(완전판매)을 기록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당연히 미분양 및 대규모 계약 취소, 민원, 계약 해지 등의 이슈와 맞서 싸우게 된다. 2011년 휘경동 베라체 264세대, 2013년 고향인 해남에 파크사이드 263세대를 공급하며 큰 판을 벌이지는 않았다.
용인 성복의 상처가 마무리될 즈음 다시 용인 동천과 상현 일대를 주 무대로 삼아 공동주택을 공급하며 재기를 노린다. 용인에서 큰 상처를 입고도 굴하지 않고 용인에서 사업장을 다시 찾은 것이다.
2017년 전남 해남에 파크사이드2차 323세대를 공급한다. 전남 해남이라 분양이 잘 안될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의외로 해남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은 분양을 잘 마무리했다.
2017년은 일레븐건설에 의미가 큰 해다. 충북 충주 안성면에 레저산업 진출 명목의 골프장 건설(일레븐cc)이 시작된 해이기도 하고, 창사이래 최대 규모인 용산 유엔사 부지를 낙찰 받은 해다.
워낙 큰 사업을 낙찰받아 이후 숨고르기를 했다. 2019년에는 용인 수지 신봉 스카이뷰 푸르지오 447세대 1건 공급한 게 전부다.
2020년에는 일레븐CC가 공사를 마치고 가동을 시작했고, 김포 고촌 신곡6지구 A3-2블록 체비지를 2200억원에 낙찰받는다. 당시 최저 입찰금액이 1300억원 수준이었고, 시장에서는 1500억~1800억원 수준에 낙찰받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기대를 뛰어넘은 가격인 2200억원에 낙찰받았다. 최소 평당 1800만원 이상에서 분양해야 하는 땅 값이므로 당시 김포 시세인 평당 1600만원 전후의 수준을 감안하면 모두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일레븐건설은 후분양을 택했고, 작년 김포 고촌 센트럴자이 분양(평당 2200만원, 1297세대)을 시작했다. 고분양가 이슈로 상당수 미분양을 기록했다.
용인지역 대규모 공동주택으로 돈을 벌었어도 유엔사부지 토지비용 1조원을 단독으로 내는 건 힘에 부쳤다. 잔금 납입 기한은 2020년이었으나 마지막 583억원을 지급하지 못해 EOD 위기에 처한 바 있다. 2021년 국감에서도 난타를 당할 정도였다. 결국 잔금 납부 기일을 2022년까지 변경함으로써 우여곡절 끝에 토지대를 완납하게 된다.
유엔사부지 사업명인 '더파크사이드 서울 프로젝트'는 유일하게 일레븐건설이 "용산일레븐" 이라는 SPC를 설립해 진행한다. 용산일레븐은 일레븐건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엄 회장의 성향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용인 사업에서 파트너였던 GS건설이 유엔사부지 시공권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 달리 일레븐건설은 현대건설을 시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용산공원과 한남동 정비구역 사이에 위치한 유엔사 부지는 공공공지를 포함, 약 1만5000여평에 달한다. 용지대금을 포함한 사업비 규모는 약 11조원에 달한다. 사업은 일레븐건설 단독으로 진행한다. 공동주택 420가구를 제외한 오피스텔 723호실은 내년부터 분양이 시작될 전망이다.
원래 올해 오피스텔 분양을 시작하려 했으나 발코니 확장 등의 설계변경을 진행하며 추가적으로 모델하우스 변경 등 후속 업무 진행 일정을 감안, 분양 일정이 변경됐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이어서 아파트는 후분양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단지 중앙을 가로지르는 330m의 차 없는 거리인 더퍼크사이드 웨이, 아트홀 및 해외 유명 갤러리 등으로 채워질 아트앤 컬처럴 스페이스, 오피스, 더파크사이드 몰, 축제용 광장 유엔 플라자, 그리고 야심차게 준비한 6성급 호텔 로즈우드 서울이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용산공원과 이태원을 연결하는 공공보행로를 단지 내부에 설치하는 점도 단지 특징이다.
나가며
20여년 간 출판업에 종사하다 나이 마흔을 넘기고 부동산 개발업에 뛰어든 엄석오 회장. 늦은 나이에 뛰어들어 지금껏 30년 넘는 세월 동안 개발업을 하면서도 다른 곳에 한 눈팔지 않고 나름 외길을 걸었다. 상대적으로 깔끔한 지배구조, 공동주택 개발이라는 한 우물, 은근히 근속연수가 긴 직원들과 함께 꾸려온 조직이 특징인데, 현재 용산 대형 개발사업의 시험대에 올랐다.
계열사 합산 2023년 기준 자본총계는 약 5000억원에 달한다. 용산프로젝트에 대한 연간 이자비용이 매년 1000억원대라 산술적으로 보면 5년치 이자 정도 있는 셈이다. 하지만 다른 시행사의 곳간을 견줘보면 사실 박수를 받아 마땅한 회사다. 빚잔치를 벌이는 다른 개발업체와는 반드시 구분돼야 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