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시공사의 책임준공 확약PF, 인기있는 이유
1군 시공사(건설사)의 책임준공 확약 PF(프로젝트파이낸싱)은 부동산 개발시장에서 늘 인기가 높다. 분양성과 자금 조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어서다.
우리가 흔히 대형 건설사라고 부르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DL(옛 대림산업) 등을 1군 시공사(건설사)라고도 말한다.
이들 1군 시공사가 시공하고 책임준공도 확약하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는 늘 인기다.
이들 건설사들은 대규모 조직을 갖추고 있어서 분양성을 잘 파악해 수주한다. 일종의 분양 보증 수표로도 볼 수 있다.
또 브랜드 이미지가 널리 알려져 있는데다 분양 마케팅이나 홍보를 잘 해 단기간 분양이 잘 될 확률이 높다. 완공 이후 브랜드 이미지에 따라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도 있어 분양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뿐만 아니다. 대형건설사가 시공하고 책임 준공을 하면 자금 조달도 쉬워진다. PF대주단 모집이 수월해지는 것이다.
2021년 대구에서 분양한 300세대 이하의 아파트 및 주상복합사업이 극도의 분양 저조현상을 보인 사례가 나왔다. 규모도 적은데다 1군 건설사가 시공하지 않은 사업이어서 참패를 맛봤다. 1군이 참여하지 않는 개발사업에 대해 PF대주단이 우려를 가지는 이유 중 하나다.
최근 몇년간 PF강자 메리츠증권이 선순위대출 시장에서 위축된 이후 새마을금고와 보험사 캐피탈사 등이 선순위 대출시장에 진입하고 있지만 이들 역시 1군 시공사 참여 조건을 더욱 선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1군 시공사는 누구를 지칭할까. 넓은 의미의 1군 시공사라고 하면 시공능력평가액 100위 이내 건설사를 말한다. 그러나 금융사가 보는 1군 시공사 의미는 조금 다르다. 이외에 추가적인 조건이 들어간다. 건설사가 회사채를 발행할 정도의 신용등급 규모가 있어야 하고 여기에다 회사채 신용등급이 A등급 이상이어야 한다. 회사채를 발행해도 시장에서 매매될 수 있어야 하기에 우량 신용등급이 중요한 것이다.
때문에 국내에서 도급능력 100위권 내에 속하면서 회사채 신용등급이 A이상인 곳은 20여곳에 지나지 않는데 이들을 부동산PF시장에서 소위 1군 건설사라 칭한다.
1군 시공사들이 사업성이 좋다고 다 개발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1군 시공사의 조직 규모가 큰 이상 어느 정도 PF규모가 있어야 손을 내민다. 1 군 시공사가 사업에 참여하는 조건은 500 세대 이상에 공사비 500억원 이상의 딜이 많다. 최근에는 300 세대, 300억 이상도 전략적 목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1군 시공사는 물량을 가려 받기도 한다. 수주 물량과 일감이 꽉 차 수익있는 사업만 선별 수주하는 곳도 있다.
기자의 지인으로 현대산업개발 인프라를 담당하는 중역 A씨가 있다.
그는 오랜 지인으로부터 원주 혁신도시 복합단지 개발사업을 시행사업 제안이 들어왔다. 사업성이 좋아보였지만 본인 담당 업무가 아니어서 같은 회사( 현대산업개발 )건축부문에 소개했다. 하지만 보기좋게 거절당했다.
민간 건축의 수주물량이 꽉 찼다는 이유에서였다. 같은 회사의 중역이 가져와도 안 되는건 안되는 것이다.
1군 시공사의 시공 참여가 인기있는 만큼 콧대도 높다. 시공 단가가 높은 것이다. 당연히 수천명의 직원을 거느린 만큼 우선 시공간접비용이 많다. 그래서 1군 시공사 참여조건은 시공비 상승을 감수해야 한다.
1군 시공사 밑에급 시공사들도 민간 PF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부동산신탁사의 책임준공형 신탁 상품이 있기 때문이다. 이 상품은 시공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부동산신탁사가 그 의무를 대신하는 신탁상품이다.
도급순위가 낮거나 신용도가 낮은 중소 시공사가 참여한 PF사업에서 준공 리스크를 줄이고자 금융사가 부동산 신탁사로부터 책임준공확약 신탁을 받는다.
책임준공신탁 계약을 맺은 공사에서 시공사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등의 문제가 발생해 공사가 중단되면 신탁사가 시공사를 교체해 공사를 마무리한다.
신탁사가 준공 때까지 시공사와 자금 등을 책임져야 해 중위험급 신탁상품으로 분류된다.
KB부동산신탁, 하나자산신탁 등 신용도가 높은 금융지주계 부동산신탁사들이 이 시장을 주도해왔다.
이후 교보자산신탁, 우리자산신탁과 아시아신탁 등이 추가로 뛰어들었고 한국투자부동산신탁, 신영부동산신탁, 대신자산신탁 등 신규 부동산신탁사 3사도 이 시장에 진입해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한편 책임준공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자 부동산신탁사들은 책임준공에다 선순위 대출도 참여해주고 있다.
한 부동산신탁사 관계자는 “PF대출 일부분을 신탁사의 자기자본(에쿼티)으로 부담하는 방식을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000억원짜리 PF사업의 경우 PF대출금 중 비교적 안전한 선순위대출 부분을 신탁사 자기자본으로 제공하는 식이다.
다른 금융사의 부동산 PF 자금제공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부동산신탁사가 자기자본을 투입해 PF대출의 일부분을 책임지면 자금조달이 수월해지는 장점이 있다. 중소 건설사가 시공하는 데 따른 자금조달 부족을 부동산신탁사가 채워주는 방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