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가 오피스 매입시 '에쿼티 조달'하는 방법은?
대체투자 시장의 유동성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오피스를 매입하려는 자산운용사들이 인수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에쿼티(자본금) 모집이 쉽지 않아 양해각서(MOU) 단계에서 딜이 깨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나마 담보대출은 말 그대로 실물 담보의 안정성이 있고 금리 수준도 시장 금리보다 높아 금융권 자금이 모이고 있다.
반면 에쿼티는 낮은 수익률에다 어느정도 리스크를 감수해야 해 자금 모으기가 퍽퍽해지고 있다. 더욱이 채권수익률 상승에 따라 기관투자자들의 실물 자산 선호도가 낮아 부동산 투자를 위한 펀딩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이에 부동산을 인수하려는 자산운용사들은 오피스 에쿼티 모집을 위해 그 어느때보다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그렇다면 에쿼티 투자자 모집을 위해 요즘 많이 쓰는 전략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올해 거래가 성사된 건을 보면 증권사가 우선주를 총액 인수하는 방식이 있다. 이를 활용하면 정해진 시간에 거래를 종결할 수 있어 매도자도 선호한다.
증권사가 매입 자금을 구조화해 시장에서 최대한 우선주 모집액을 펀딩하고 미모집 잔액은 증권사 북(운용자금)을 활용해 인수하는 방식이다.
증권사들은 담보대출에 대한 기관들의 인기가 많은 점을 고려해 우선주 투자가 가능한 기관을 상대로 담보대출을 우선 배정하는 형태로 우선주 모집분을 소진하고 있다.
증권사 인수방식은 다만 북 여유가 있는 대형증권사들만 참여 가능한데다 대상이 우량 오피스이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자칫 셀다운(시장 매각)에 실패할 경우 미매각 자산을 장기간 떠안울 수 있어 증권사들이 신중하게 참여를 결정한다. 이에 KB증권과 삼성증권 NH투자증권 정도가 오피스 인수 확약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예를 들어 KB자산운용이 지난달 말 잠실 삼성SDS타워 인수를 종결하는데 KB증권의 우선주(2674억원) 총액 인수가 크게 기여했다. 건물가(8559억원)을 포함한 총 9250억원의 인수자금이 필요해 자금모집하는 데 꼬박 4개월이 걸렸다.
케펠자산운용이 지난 상반기 서울 종로 씨티뱅크센터를 인수하는 딜도 KB증권이 우선주를 인수해 셀다운 하는 방식으로 참여해 성사됐다.
증권사 인수 방식 외에 소진되지 않은 블라인드펀드를 갖고 있을 때도 에쿼티 확보에 유리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타워8 인수를 무리없이 종결한데도 블라인드펀드 자금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운용은 5800억원의 인수대금 가운데 1000억은 우정사업본부의 블라인드펀드를 활용하고 2000억원은 신협을 투자자로 유치했다. 나머지 2800억원은 담보대출이다.
지난 9월 약 950억원 규모의 분당 서현빌딩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교보자산신탁도 관계사인 교보AIM자산운용의 부동산 블라인드펀드를 활용할 계획이다. 시중 자금이 부족하자 교보신탁은 이 빌딩 인수를 위한 리츠 설정 과정에서 우선주 투자자로 교보AIM운용 펀드를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유자금이 있는 상장 리츠도 블라인드펀드와 같은 에쿼티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코람코자산신탁이 코크렙제66호리츠를 설정해 ‘서초 마제스타시티 타워1’ 매매대금 납입을 완료했는데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의 자금을 끌어들였다.
총 5200억원의 인수자금 중 보통주 500억원, 우선주 1900억억원 등 에쿼티가 2400억원, 나머지가 담보대출이다. 이 중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는 우선주에 투자했다. NH투자증권도 이번 마제스타시티 딜에서 코람코리츠와 함께 우선주를 총액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사옥 용도를 확보하려는 임차인 SI(전략적 투자자) 역시 기관을 대신할 중요한 에쿼티 투자자 대접을 받고 있다. 낮은 공실률과 높은 임대료로 인해 사무공간확보가 어려워지자 현금 여력을 보유한 중견 기업들이 사옥 마련을 위해 SI로 참여하고 있다. 신협이 타워8 거래에 SI로 참여했고, 동양생명 역시 케이스퀘어시티거래에 SI 자격으로 투자했다.
다만 임차인 SI가 오피스 투자에 참여하는 일은 거의 일회성에 가까워, SI 투자자를 찾으려고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이 소모적이라고 보는 운용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