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피스 매매 양해각서(MOU)는 양해를 구하는 문서"
"예전 같으면 건물 거래가 빈번해 일일이 기억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매매 건물을 쉽게 기억할 정도의 숫자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만큼 거래 종결 건이 적어졌습니다."
26일 에이커트리의 민성식 매입매각자문팀장은 최근 오피스시장 동향과 관련업계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민 팀장은 "과거 매매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경우 거래 종결까지 가는 게 일반적일 만큼 MOU 체결에 신뢰도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최근에는 농담 같지만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양해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면서 MOU 단계에서 안심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중 투자자금은 부족한 반면 3분기에 많은 자산이 한꺼번에 매물로 쏟아져 나오면서 MOU 이후에 거래 종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며 "거래를 마무리하면 다행이지만 입찰 이후 조용히 들어가 다음 기회를 노리는 자산도 나온다"며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MOU 이후 거래 종결 불발이 나오면서 MOU를 어떻게 하면 더 구속력있게 만들까하는 고민을 오피스업계가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시장 동향과 관련, 민 팀장은 "작년 이맘 때는 대출기관 구하기가 어려웠다면 지금은 에쿼티 자금모집이 쉽지 않다"면서 "기관투자자가 자금을 공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해외부동산 투자 실적이 부진하고 해외 자산 매각 등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 신규 투자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 팀장은 "금리 오름세에 따라 에쿼티 투자 보다는 대출을 하는 게 더 손쉬워지면서 에쿼티 투자금 고갈현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활발히 활동하는 곳은 블라인드펀드 자금이 남은 몇몇 운용사와 상장리츠 가운데 적극적으로 자산을 편입하는 곳"이라며 "다만 이런 자금 규모가 크지 않아 매물로 나온 오피스를 전부 소화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민 팀장은 "좋은 입지에 있는 자산밖에 거래될 수 없는 시장 상황"이라며 "얼마 전까지는 물류·리테일 같은 다른 자산에 비해 오피스의 경쟁력이 있어 매물로 나오면 투자자가 적극 검토했지만 이제는 우량 빌딩만 살펴보고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대시장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다는 게 민 팀장의 진단이다. 민 팀장은 "임차인의 대규모 이전 수요가 예전처럼 많지 않고 특히 강남권역을 중심으로 상승하던 임대료가 이제는 다소 주춤한 모습"이라며 "IT기업이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면서 관련 임차수요도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강남권 공유오피스 공실이 늘어나고 잘 나가던 스타트업들이 갑작스레 이전하거나 감정평가를 받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특히 "오피스텔이나 주거로 개발하려던 자산이 분양시장 경색으로 오피스로 개발 계획을 변경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물류시장과 유사한 과공급 상황이 3,4년 뒤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수주 위해 보통주 투자하는 자산관리업계
운영관리(PM)나 시설관리(FM) 수주를 위해 건물 매입 펀드의 보통주에 투자하는 자산관리업계가 느는 점도 최근의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민팀장은 역설했다.
그는 "오피스 매입 펀드가 보통주 투자자를 구하기 어렵다 보니 최근 PM 수주를 목적으로 보통주 트랜치에 참여하는 회사들이 PM영업에 큰 강점을 보이고 있다"면서 "FM회사 마저 보통주에 참여하는 시장이 됐기 때문에 신규 수주를 위해선 투자까지 병행해야 하는 시대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그는 " 요즘은 펀드들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면 보통주 투자가 가능한 PM사를 상대로 마케팅에 나설 정도로 PM사가 투자자금 모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다만 자산관리 능력이나 관련 역량보다 투자자 측면을 보고 PM사를 선정하는 게 합리적 판단이지는 살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자산관리업계에도 심화되고 있다"며 "자금이 없으면 PM수주 조차 할수 없는 시장으로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