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PF유동화시장, 다음달까지 차환발행 집중 `고비'
지난달 말 강원 레고랜드사업의 PF대출을 기초 자산으로 한 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디폴트를 낸 이후 유동화증권 발행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유통금리가 급등하고 만기가 짧아지는 등 레고랜드발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다음달까지 차환발행 물량이 집중돼 있어 유동성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평가다.
19일 나이스신용평가가 발행한 `PF 유동화증권 차환발행 위험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레고랜드 PF ABCP의 미상환 이후 지자체 신용도와 연계된 유동화증권의 미상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ABCP의 신용보강자는 강원도이지만 신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 여파에 10월 만기 도래한 일부 지자체 연계 유동화증권의 경우 만기를 연장하지 않은 채 대출금을 상환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1년 단위로 만기를 연장해 ABCP로 발행되던 건들도 만기를 단축해 3개월 이내의 전자단기사채(ABSTB)로 발행되고 있다.
PF 유동화증권의 발행금리도 급등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오름세를 보이던 PF 유동화증권 평균 유통금리는 최근 한달간 수직상승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PF 유동화증권 유통금리는 작년 상반기까지 약 1%대를 유지했다. 이어 올 상반기 약 2%대로 오른 데 이어 3분기 약 3%대로 상승했다. 10월 들어 발행 금리는 전월 대비 약 1% 상승해 평균 4.8%로 급등했고, 일별 평균 5%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유동화증권 유통금리와 양도성 예금증서(CD)금리간 스프레드( A1 유동화증권 유통금리와 CD금리의 차이) 역시 커지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스프레드는 1.97%p인데 이는 이전 최대치(6월 30일 기준 1.78%p)보다 높은 수준이다. 나이스신용평가 측은 "지자체 뿐 아니라 건설사 신용보강에 의한 유동화증권의 차환발행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내 만기도래 지자체 PF유동화증권 3115억원
18일 기준 지자체 신용보강에 의한 유동화 현황을 보면, 지자체 10곳에 유동화회사 수는 22곳, 유동화증권 발행잔액은 7614억원이다.
이 중 내 만기가 도래하는 지자체 신용공여 PF 유동화증권은 총 3115억원 수준이다. 이달 중 만기도래 예정인 유동화증권은 봉명산단제이차(춘천시), 드림리치제일차(충주시) 등 2건이다.
또한 월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건설사 신용보강에 의한 단기 PF유동화증권(ABSTB, ABCP) 발행 잔액(이하 나이스신평 평가 기준)은 약 2조1000억원 규모다. 다음달에는 규모가 2조8000억원까지 불어난다.
단기 유동화증권의 특성상 매입 보장이 없는 경우 만기에 차환 발행이 예정돼 있다. 이에 11월까지 차환 발행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증권사 신용보강에 의한 단기 PF 유동화증권은 이달 말까지 약 6조2000억원이 차환 발행돼야 한다. 증권사 매입보장 약정의 경우 차환발행 위험을 증권사가 부담하는데, 이러한 유형을 합할 경우 약 6조7000억원의 단기 유동화증권이 월말까지 차환 발행돼야 한다. 11월에만 약 10조7000억원의 증권사 신용보강 또는 매입보장에 의한 단기 유동화증권이 차환 발행될 예정이다.
"유동화시장 유동성 위기 경감 대책 시급"
금리상승으로 유동화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지자체 신용에 기반한 유동화증권에 대한 불안감까지 겹치면서 PF유동화시장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아직까지 증권사가 보유한 유동성으로 차환 발행 물량이 어렵게 소화되고 있지만, 이 같은 시기가 더 길어진다면 차환발행 중단에 의한 건설사·증권사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10월과 11월 차환발행 물량이 집중돼 있는데다 PF 유동화증권의 만기가 1개월로 단축되고 있어 위험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유동화시장에 유례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정책당국의 조속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면서 "조속한 시일내에 경색 상황이 해소될 수 있도록 모든 참여자들의 지혜가 모아져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금융위원회는 20일 금융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시중은행의 자금 운용 담당 및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소집한다. 특히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 채권·외환 시장의 불안이 커지는 것과 관련한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10조원 수준의 증권시장 안정펀드 투입과 최대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 재가동 등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