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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간과했던 담보대출 리스크

이인석
- 7분 걸림 -
게티이미지뱅크

“대충해도 된다. 그건 심사도 아니야. 신용대출도 아니고 담보대출을 무슨 2주나 붙잡고 있어?”

주니어 심사역 시절, 경기도 인근 지하 오픈 상가 담보대출을 심사하며 끙끙거리던 저에게 지나가던 선배가 하던 말이다. 당시 나는 심사 경험도 적고 어설픈 애송이였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정확히 모르는 일을 대충 처리하고 싶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꼼꼼히 살폈고, 이를 통해 담보대출 심사 시 주의해야 할 인사이트를 얻었다. 참고로 오픈 상가는 쉽게 떠올리기 어려울 수 있는데, 강변역 ‘테크노마트’나 용산 ‘전자상가’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당시 대출 구조는 집합상가 지하에 위치한 오픈상가 일부를 대기업 산하의 슈퍼마켓 체인이 70%가량 임차한 형태였다.

감정가는 약 100억 원, 대출금액은 70억 원, 연간 금융비용은 5억 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오픈 상가의 일부만 담보로 취득하는 대출은 정식 담보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담보'라는 두 글자가 주는 매력

‘담보’라는 단어는 투자자에게 꽤 큰 심리적 안전망이 된다. ‘투자 의사결정이 잘못돼도 마지막에 건질 것이 있다’는 방어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이 늘 공식처럼 흘러가지 않듯이, 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리스크를 단순 비교하는 것도 위험하다. 담보대출이 신용대출보다 덜 위험하다는 오해는 오히려 부실을 키우는 원인이 된다. 이런 생각이 자리 잡는 순간, 심사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게 되고, 결국 사고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돼버린다.

실제로 다양한 투자 사례를 검토해 보면, 가장 큰 부실이 발생한 것은 신용대출이 아니라 담보대출에서였다. 신용대출보다 담보대출에서 부실이 더 많이 발생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당시 사례를 중심으로 담보대출에서 간과했던 리스크에 대해 살펴보겠다.

1. 근저당권 설정 = 안전한 담보대출?

가장 흔한 실수는 ‘근저당권이 설정되면 무조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오픈 상가도 근저당권이 정상적으로 설정되지만, 질이 낮은 담보물이다. 결국, 이런 오픈 상가 대출은 가급적 취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유는 담보 가치가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오픈 상가는 공간이 벽으로 구획된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오픈된 형태이며, 지분 관계와 소유권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경매로 넘어가면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물론 예외는 있다. 오픈 상가 전체의 소유가 일원화되어 있고 전부를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라면 일반적인 집합상가와 동일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는 드물다. 결국, 오픈 상가는 분양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공간을 쪼개어 매각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대출 담보로서는 적절하지 않다.

2. ‘우량 임차인’이 담보대출을 안전하게 만든다?

담보대출 심사에서 흔히 하는 또 다른 실수는 ‘임차인에 과도한 심사 비중을 두는 것’이다.

“임차인이 대기업인데 무슨 문제가 있어?”라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그러나 삼성전자에 대출해 주는 것과 삼성전자가 임차인인 건물에 대출해 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예를 들어, 임대인이 도박장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이고, 해당 사업장의 임차인이 국내 굴지의 유통업체라고 가정해 보자. 임차료 연체 가능성은 낮겠지만, 임대인이 대출금 상환을 연체하면 어떻게 될까? 결국, 임차료가 정상적으로 지급되더라도 사업장은 부실화될 수 있다. 좋은 임차인이 반드시 좋은 담보대출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3. 담보보다 앞서는 다양한 권리들

근저당권 설정일을 기준으로 후순위 권리만 신경 쓰는 것도 흔한 실수다. 사실 근저당권보다 앞서는 권리가 상당히 많으며, 이를 간과하면 대출 리스크가 커진다.

대표적인 예가 임금채권이다. 3개월 임금채권과 3년치 퇴직금 채권은 근저당권 설정 시점과 관계없이 항상 우선한다. 그런데도 많은 금융기관이 이를 선순위 금액으로 반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직원 100명을 둔 중소기업이 있고, 직원 1인당 월급이 300만 원이라면 3개월 임금채권만 해도 9억 원이다. 퇴직금까지 포함하면 선순위 금액이 10억 원 이상이다. 만약 감정가 100억 원의 건물이 두 번 유찰돼 70억 원에 낙찰됐다면, 대출금이 70억 원이라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순위 임금채권과 퇴직금 10억 원을 고려하면 실제 보전되는 금액은 60억 원으로 줄어든다.

4. 국고보조금 지원 사업장

공장이나 산업단지 내 제조시설이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은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경우, 금융기관이 담보를 취득하려면 반드시 국가 및 지자체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근저당권을 설정하더라도 담보 가치가 온전히 인정되지 않는다. 이를 간과하면 대출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담보대출은 정말 안전한가?

외부 강의를 하다 보면, 대출 경험이 많은 사람들도 위에서 언급한 담보대출 리스크를 몰랐던 경우가 많다. 사실 나 역시 ‘이 건은 담보가 있으니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경계해야 할 것은 ‘담보대출은 안전하고 신용대출은 위험하다’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이다.

담보대출을 심사할 때 무의식적으로 넘어갔던 리스크를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부실은 항상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되기 마련이다. 결국, 안전한 투자는 ‘담보’라는 단어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위험 요소를 철저히 분석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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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파이낸스담보대출심사역

이인석

이인석은 금융업계에서 투자자산 사후관리, 익스포저 관리 및 신용리스크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은행과 보험사에서 20년 가까이 투자심사와 심사기획 업무를 했습니다. 기업 M&A인수금융 심사에 노하우가 있으며 기업 재무위험 및 재무분석 업무를 장기간 수행했습니다. 앞으로 기업금융이나 심사 관련 주제를 알기 쉽게 풀어나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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