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당분간 스톡데일(Stockdale)이 되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을 뒤로하고 10월이 시작됐다. 작년 초 시작된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이후 지금까지 국내 부동산 시장은 개발, 투자, 금융 분야를 불문하고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마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어렵고, 힘들다고 느끼는 업계 관계자들이 많을 것이다. 부동산업계의 산적한 어려움들을 하나하나 언급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이 어려움은 도대체 언제 끝날 것인가?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현 상황을 극복해야 할까?
잠시 시계를 작년 초로 되돌려보자. 이미 예고된 전 세계적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 장세가 마무리되고, 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이란 예측도 있었지만, 그보단 코로나19 사태로 장기간 위축됐던 경제활동이 재개될 것이란 기대감이 더 컸다.
이제는 옛말이 되어버린 ‘집합 금지, 인원 제한, 시간 제한, 여행 금지, 자가 격리’ 등이 사라지고 경제 환경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감에 따라 2020년의 급격한 경기 하락이나 2021년의 급격한 상승 추세가 정상화되는, 즉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많았다.
비록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우려됐지만, 당시만 해도 2022년 연말 또는 늦어도 2023년 연초면 금리가 동결되거나 또는 심지어 인하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기대가 대세였다.
그 이후 최근까지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과정과 결과는 자세한 설명을 생략해도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알고 있고, 생생하게 체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만해도 여전히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면 미국 금리 동결 또는 인하라는 희망섞인 기대가 컸다.
그런데, 지난 9월 미국 연준은 점도표상 2024년 기준금리 전망치를 5.1%로, 6월 전망치 4.6%에서 0.5% 상향했다.
즉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양호하고, 유가 급등 등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져 내년 연간 기준금리를 낮추기보다 오히려 상향 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 1% 정도 금리 인하를 전망하고 있던 전세계 금융시장에 큰 충격과 부담 요인이 발생한 것이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이후 발표된 경제전망요약(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s·SEP)을 보면, 연준의 경제성장률 및 인플레이션 예측치가 6월 대비 상승한 반면 실업률 예상치는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준이 더 높은 기준금리를 더 오래 유지할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앞서 6월 회의에서는 2024년 네 차례의 금리 인하를 예상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단 두 차례만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중 하나인 한국은행 금리는 이미 미국과의 기준 금리차가 역대 최대 수준인데, 이렇게 미국이 장기간 고금리를 유지한다면 한국 금리도 상당부분 동조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미국의 장기 고금리 상황에서 한국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힘들 것이다.
심지어 '월가의 황제'라 불리는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지난달 ‘타임스 오브 인디아’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위축 속 물가 상승)과 함께 연준의 기준금리가 7%를 기록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금리가 3%에서 5%로 오를 때보다 5%에서 7%로 인상하는 것이 훨씬 고통스러울 것"이라면서 “전 세계가 금리 7%에 준비돼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물론 글로벌 금융회사 회장의 개인적이고 보수적인 의견일수 있지만, 현실화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정말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희망하는 '미국 금리 인하 → 한국 금리 인하 → 한국 부동산 시장 회복'이라는 최선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시점은 적극적으로 접근해도 빨라야 내년 하반기 또는 후년 상반기 이후는 돼야 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된다. 그렇다면 그 시점까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국의 제임스 본드 스톡데일(James Bond Stockdale) 대령은 베트남 전쟁 때 1965년부터 1973년까지 무려 8년 동안 동료들과 포로로 잡혀 있었다.
천신만고 끝에 석방된 이후 그는 포로 기간 중 살아남은 사람들과 죽은 사람들의 차이가 무엇인지 회고했다. 그는 두 부류의 사람들은 중간에 거의 다 죽었음을 발견했다. 첫째는, 무조건적인 비관주의자들이었다. ‘우리는 절대 석방될 수 없고, 전혀 희망도 없어’라고 한탄만하던 비관론자들은 거의 다 죽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막연한 낙관주의자들도 거의 다 죽었다. ‘우린 곧 나갈 수 있어’ ‘무조건 다 잘될꺼야’라며 다짐하던 낙관론자들은 시간이 지나도 상황이 좋아지지 않자 계속되는 좌절과 상심을 못 이겨 죽고 말았다. 결국 끝까지 견뎌내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냉철한 현실주의자” 였다.
이 얘기를 오늘 부동산업계 우리 모두에게 적용해 본다면 어떨까. 미국과 한국의 높은 금리가 장기간 지속돼 업계가 모두 공멸할 것이라는 무조건적인 비관주의자도, 내년이면 금리 완화가 급속히 진행돼 업계가 금방 되살아 날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주의자도 되지 말아야 한다.
전 세계적인 장기간 고금리는 당분간 누구도 변경하기 힘든 팩트이니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생존 전략과 시나리오를 준비해 이 어려움을 슬기롭게 대처하고, 극복하는 '냉정한 현실주의자'가 돼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