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감세법안 통과, 국내 에너지 IB전략 재정비 시급

지난 5월 22일, 미국 하원이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의 핵심 정책인 청정에너지 세액공제를 대폭 축소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하원에서 ‘원 빅 뷰티풀 빌(One Big Beautiful Bill)’이라는 다소 과장된 이름으로 불리며, IRA가 제시한 미국 청정에너지 산업 육성 방안을 상당 부분 되돌리거나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원에서도 이 법안이 일부 수정 절차를 거쳐 통과될 가능성이 높으며, 7월 중 정식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같은 갑작스러운 정책 전환은 미국 청정에너지 인프라에 관심을 두고 있던 한국 금융권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IRA에서 적극 추진했던 청정전력 생산(Production Tax Credit, PTC) 및 투자(Investment Tax Credit, ITC)에 대한 세액공제를 상당히 제한하거나 조기 종료하는 데 있다.
기존 IRA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청정전력 시설을 설치할 경우, 투자액의 일정 비율(최대 30%)을 세금에서 직접 공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세액공제 적용 기간을 단축하고, 공제를 받기 위한 조건을 대폭 강화했다. 법안 발효 후 60일 이내에 착공하지 않은 신규 프로젝트는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고, 착공한 프로젝트도 2028년까지 반드시 완공 및 가동을 시작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한했다. 이는 현재 계획 중인 많은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의 경제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전기자동차(EV)에 대한 세액공제도 축소된다. 기존 IRA에서는 전기 신차 구매 시 최대 7500달러, 중고차의 경우 최대 40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었으나, 이번 개정안은 이 혜택을 2025년 말 종료하기로 했다. 다만, 누적 판매량이 20만 대 미만인 소규모 전기차 제조사는 1년간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대형 제조사 중심의 미국 전기차 시장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가정용 태양광 및 배터리 설비 설치에 제공되던 30% 세액공제(Section 25D)와 청정수소 생산에 대한 세액공제(Section 45V)도 2025년 말로 종료된다. 이는 미국의 가정용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수소경제 전환 계획에 제동이 걸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모든 세액공제가 축소된 것은 아니다. 바이오연료 등 청정연료 생산에 대한 세액공제(Section 45Z)는 기존 종료 시점이던 2027년에서 2031년으로 연장됐다. 또한 탄소포집기술(CCS, Section 45Q), 원자력 발전(Section 45U), 첨단 제조시설(Section 45X), 지열발전 설비(Section 48) 등은 기존 세액공제를 유지하거나 추가 혜택이 주어졌다. 이는 의회가 특정 에너지 기술에는 여전히 지원을 유지하면서, IRA의 과도한 확장을 예산 절감 측면에서 조정하려는 의도를 반영한 것이다.

미국 주식시장은 이번 변화에 즉각 반응했다. 세액공제에 의존해온 주택용 태양광 기업 SunRun의 주가는 법안 통과 직후 38% 급락했고, 인버터 제조업체 Enphase Energy는 19%, 미국 최대 신재생 에너지 발전사인 NextEra Energy는 9% 하락했다. 이는 세액공제 축소가 청정에너지 기업들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안으로 인해 미국 내 약 83만 개의 청정에너지 관련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으며, 2035년까지 가계 전기요금이 연평균 약 230달러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환경 측면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간 약 2억 6000만 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스페인 전체 연간 배출량을 초과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이번 법안은 경제성뿐만 아니라 환경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정책 변화는 미국 청정에너지 인프라에 관심을 두고 있던 한국 금융권에 전략적 재검토를 요구한다.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기존 투자 전략을 원점에서 재평가해야 한다. 특히 축소 대상인 태양광, 풍력, 전기차 등 분야의 투자 비중을 줄이고, 원자력, 탄소포집, 첨단 제조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세액공제 혜택이 유지되는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앞으로의 프로젝트는 착공 일정과 가동 목표를 더욱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법안이 요구하는 착공 및 완공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세액공제를 전혀 받을 수 없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리스크 평가에 충분히 반영하고, 투자 접근 방식을 보다 보수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정책 변경을 넘어, 글로벌 친환경 산업과 금융시장에 구조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미국 청정에너지 산업의 위축은 글로벌 공급망과 투자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금융기관은 이를 단기적 현안이 아닌, 글로벌 청정에너지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중대한 변화로 인식하고,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이는 불확실성이 높은 에너지 투자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과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