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도매가 상한 도입에 발전업계 반발..."한전 적자 떠넘기기"
정부가 오는 12월부터 3개월간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를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관련 업계에 전달했다. 이르면 다음주 중 수정된 개정안이 나온다. SMP 상한제는 한전의 적자를 민간 발전사에 떠넘기는 정책이라며 도입을 철회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발전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행정 예고됐던 '전력시장 긴급정산 상한가격(일명 SMP 상한제)'가 오는 12월부터 도입된다.
앞서 산업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개정안에 따르면 직전 3개월간 SMP 평균이 과거 10년간 월별 SMP 평균값의 상위 10%에 해당하면 1개월 동안 해당 전력시장의 긴급정산 상한가격 제도를 적용할 수 있다.
정부는 발전 관련 협의회와 단체 등을 만나 '상한 수준을 SMP의 1.25배보다 완화하고, 동계 3개월 동안 시행해보자며 협조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치는 한국전력이 LNG 가격 급등 등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민간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오는 가격이 급등했지만, 시중에 내다 파는 가격은 이를 반영하지 못해 올해에만 약 30조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 데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한전은 이미 26조원이나 되는 회사채를 발행했다. 최근엔 채권시장이 급냉하면서 일부 물량이 유찰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렇다고 당장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는 없다 보니, 민간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오는 가격을 낮추기로 한 것이다.
실제 숫자를 적용해 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10월부터 SMP 상한제를 적용했다고 했을 때 상한 가격은 지난 10년(120개월, 2012년 10월~2022년 9월) 평균가격 1.25배인 134.15원이 된다.
이를 10월 일별 육지 SMP 가중 평균에 적용해보면 민간 발전사들은 단 하루도 제 값을 받지 못하게 된다. 상한제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은 하루 평균 118.18원으로, 현재 SMP의 절반도 못 받는 날이 부지기수가 된다.
상한 수준을 높여 1.5배(160.98원)로 하더라도 하루 평균 1킬로와트시(KWh) 당 91.35원 손실이 발생한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에 따르면 지난달 1KWh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소요되는 LNG 단가는 267.25원으로 올해 1월 158.07원보다 69.07% 급등했다. 같은 기간 유연탄도 79.31원에서 127.97원으로 40.08% 올랐다.
SMP 상한을 초과하는 금액은 고스란히 민간 발전사들이 손실로 떠안는 셈이다..
문제는 과거 저유가 등 영향으로 SMP가 계속 낮았다는 점이다. 2015년 5월부터 2021년 9월까지 77개월 중 7개월을 제외한 70개월 동안 SMP는 100원을 밑돌았다. 그 이전인 2012년 10월~2015년 4월 기간도 평균 SMP는 144.16원에 그쳤다.
SMP 상한제 발동 조건이 3개월 평균 가격이 10년 평균 가격의 10% 이내라는 점을 고려하면, LNG 가격이 폭락하는 등 큰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앞으로 수년간 민간 발전사들은 상한제로 인한 손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민간 발전업계는 SMP상한제를 철회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부에서 상한 수준을 1.25배가 아닌 1.5배 수준으로 조정하겠다고 하지만, 여전히 원가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며 "한전의 적자를 전기요금 현실에서 메우는 대신 민간에게 떠넘겨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산업부 측에서는 한시적이라면서도 3개월마다 연장하는 것을 검토해보자고 요청했다"며 "3개월마다 검토한다고 하지만, 발동 조건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면 도입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아예 철회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