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선순위대출 NPL시장 활성화되나
최근 부동산가격 회복으로 서울·수도권 개발사업장에 대한 비관적 우려가 잦아들면서 선순위 대출채권을 중심으로 부실채권(NPL)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자산운용사와 NPL전업사들이 서울·수도권 위주 사업장을 매입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9일 2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캐피탈 등은 서울 성내동 소재 오피스텔사업장의 선순위 브릿지론 채권을 하나F&I에 매각했다. 하반기 들어 하나F&I는 NPL투자기관 가운데 두드러진 활약이 예상되는 플레이어다. 하나금융의 지원을 업고 연초 1600억원 규모로 회사채를 증액 발행한데 이어 5월에는 249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등 충분한 투자금을 확보해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서울 논현동 하이엔드 주거개발사업의 선순위 대출채권을 사들였다. 이지스운용은 지난 4월 이지스 카스퀘어NPL사모부동산펀드를 설정해 410억원 모집에 성공했다. 6월에는 천호특수상황형(스페셜시추에이션)사모부동산펀드를 600억원 규모로 설정하는 등 대규모 투자 재개에 들어갔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은 서울 을지로 오피스와 분당 정자동 오피스 개발사업의 선순위 대출채권(브릿지론)을 매입했다.
이처럼 NPL성 선순위 대출채권의 거래가 활발한 것은 매수자인 운용사·NPL사와 매도자인 캐피탈·저축은행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선순위 채권 매수기관들은 채권을 매입해 2,3년 후 부동산시장이 회복되면 10%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선순위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이들 사업장은 우량한 입지에 있으나 최근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브릿지론을 연장하면서 연체됐거나 연체 우려가 있는 사업장이다. 담보인정비율(LTV) 대비 60~70% 이내 선순위 채권이어서 대출 안정성도 상대적으로 높다. 금융사 관계자는 "대출채권을 원금 또는 할인해 매입하는 형태"라며 "2~3년 이후 부동산가격이 올라가고, 인허가도 받아 착공 가능한 사업장이 되면 가치가 높아져 프리미엄을 붙여 팔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채권 보유자인 2금융권은 회사의 자산 건전성을 위해 매각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연체 대출채권을 매각하면 연체비율이나 NPL비율 등의 건전성 지표를 개선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여기에다 채권 매각에 따른 신규 자금이 유입되면 새로운 투자처에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일시적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지만 사업성이 있는 서울 수도권의 NPL사업장은 앞으로 더욱 각광받을 전망이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나 HHR자산운용 등 민간 운용사가 NPL펀드와 같은 특수상황형 펀드 설정을 준비하고 있는데다 1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정부 주도 캠코PF정상화지원펀드도 9월 가동을 앞두고 있어서다. 이들 펀드 역시 서울·수도권의 우량사업장을 중심으로 자산 편입을 추진할 예정이다.
반면 지방 브릿지론 사업장은 사업성 찾기가 쉽지 않아 NPL업계의 외면을 받을 공산이 크다. 캐피탈사 관계자는 "현재 지방 부동산 시장 상황이 침체된데다 원가 상승으로 1~2년내 사업화가 어려운 브릿지론이 많다"면서 "지방사업장에 대한 연착륙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이에 투자한 금융기관의 부실이 누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