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4대문 안 호텔 거래 달아오른다

서울 도심과 가까워 관광객 수요가 많은 서울 4대문 안 호텔 매물이 잇따라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꾸준히 늘고 있는 반면, 이들이 선호하는 4성급 호텔의 도심 공급은 제한적이어서 몸값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이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조선 명동(포포인츠 조선 명동)’ 매각을 위해 최근 진행한 현장 투어에는 20여 개 기관이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KB자산운용, 그래비티자산운용, 블루코브자산운용 등 호텔 투자에 적극적인 운용사들이 관심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KB운용은 지난 2월 말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 있는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조선 서울역’을 매입하며 호텔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지스운용과 매각 주관사인 딜로이트안진은 오는 24일 매각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며, 이미 3곳 이상이 입찰 참가 의향을 밝힌 상태다. 호텔 운영사이자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조선호텔앤리조트도 재무적 투자자(FI)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포포인츠 조선 명동의 지난 4월 객실 점유율은 94%로, 만실에 가까운 수준이다. 서울 지하철 2·3호선 을지로3가역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하며, 명동 거리와도 인접해 외국인 관광객의 선호도가 높다.
2020년 10월 개관한 이 호텔은 서울 중구 저동2가 일대에 지하 3층~지상 26층, 총 375실 및 부대시설로 조성됐다. 운영사인 조선호텔앤리조트와는 2040년까지 장기 임차 계약이 체결된 상태다.
이지스운용은 해당 호텔을 2020년 1665억원에 선매입했다. 국민연금의 부동산 코어 플랫폼 펀드 1호 투자를 통해 ‘이지스일반사모부동산모투자신탁제170호’를 설정하고 인수한 것이다. 이번 매각에서는 객실당 7억원 수준, 총 2600억원대에서 거래가가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외 관광 수요 증가에 발맞춰 KT&G도 서울 중구 남대문로 9에 위치한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 매각을 위해 최근 에비슨영, NAI코리아,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매각 자문사로 선정했다.
이 호텔은 2016년 준공됐으며, 서울역과 시청 인근에 위치한다. 지하 5층~지상 20층, 연면적 약 9600평, 400객실 규모의 4성급 호텔로,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브랜드인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로 운영 중이다.
인근 개발 확대와 관광 수요 증가에 따라 향후 운영 수익의 추가 성장 가능성도 기대되는 자산으로 평가된다. 매도자 측은 매각 흥행을 예상하며, 오는 11월까지 거래를 종결하겠다는 목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역, 명동, 광화문 등 주요 관광 명소 접근성이 뛰어나면서도 숙박시설 공급이 제한적인 4대문 안 4성급 호텔은 안정적인 운용 수익 덕분에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70만7113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6.7% 증가했다. 관광객 수요 증가에 따라 호텔의 객실단가와 객실 점유율도 함께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서울의 4성급 및 5성급 호텔은 전체 관광 숙박시설의 약 30%를 차지한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바운드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서울 지역 내 호텔 공급은 충분하지 않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3,4성급 호텔 수는 특히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올해 남은 기간 인바운드가 지속 증가한다면, 3,4성급 호텔의 객단가 상승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준 JLL코리아 호텔사업부 이사도 “올해 호텔 시장은 정상화 국면에 접어들었고,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호텔 자산을 찾는 해외 자본 유입이 주요 흐름이 될 것”이라며 “국내 경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호텔 부문은 안정적인 운영 실적과 탄탄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투자 매력도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호텔 투자가 가능한 국내 블라인드펀드가 많지 않아, 국내 운용사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영등포역 인근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도 연초부터 매각에 나섰지만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 때문에 자본력이 풍부한 외국계 투자자의 유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외국 기관투자자들은 최소보장임대료(MRG)를 포함한 운영사와 함께 거래되는 호텔의 경우, 소유주의 수익 확보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어 이들 호텔의 인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