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적인 회복 속 양극화 기로에 선 부동산 PF시장

부실 정리와 시장 축소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부동산 PF 시장의 자금 경색은 다소 완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토지담보대출을 포함한 국내 부동산 PF 잔액은 2023년 말 231조 원에서 2024년 말 202조 원으로 약 30조 원 줄었다. 반면, PF 신규 취급액은 2023년 4분기 12.8조 원에서 2024년 1분기 9조 원으로 감소했다가, 이후 2~4분기에는 연속으로 15조 원을 넘기며 회복세를 나타냈다. 토지담보대출, 브릿지론 등 고위험 영역은 위축된 반면, 본 PF 시장은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시장의 회복은 선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모든 지역과 섹터에 자금이 고르게 돌고 있지는 않다. 1군 시공사가 참여하는 대규모 개발사업, 서울 오피스, 수도권 공동주택, 데이터센터 등은 여신 취급이 활발한 반면, 지방 주택사업, 물류센터, 개인에게 분양되는 상업용 부동산(상가, 지식산업센터 등) 시장은 여전히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
부동산 개발과 금융 시장 모두 섹터, 지역, 규모에 따라 시황이 차별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수도권 메가딜이 시중 자금을 대규모로 흡수하면서 시장 양분화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 같은 양극화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 및 여신, 개발 및 시공의 각 영역에서 자금력을 갖춘 기관 중심으로 플레이어가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 펀드, 대형 시행사, 금융권 자금 조달이 가능한 1군 시공사, 한도를 보유한 대형 은행·증권사 등이 주도하는 사업 중심으로 자금이 흐르고 있다.
반면, 호황기에 사업 영역을 넓혔던 중소 시행사, 중견 이하 건설사, 중소 금융사 등은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어 신규 사업 확대가 쉽지 않아 보인다.
대형사들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대형 건설사들은 건설·부동산 관련 신용공여 총액을 관리 중이며, 금융시장에서도 부동산 금융보다는 기업·인프라 금융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유동성 확보, 부실 대응, 기업가치 제고 등 개별 기업별로 풀어야 할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개발시장 자본규제 강화나 상업용 부동산 선점을 위한 펀드 조성 등 시장 변화에 선제 대응하려는 전략도 병행돼야 한다. 전반적으로는 영업 확대와 축소를 선별하고, 재원을 효율적으로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위기 이후는 언제나 시장 경쟁 구도가 크게 바뀌는 시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를 돌이켜보면, 시공사의 신용공여가 책임준공으로 축소되고, 은행과 저축은행의 PF 익스포저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증권사들이 신용공백을 메우며 약진한 바 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도 리츠·펀드 시장이 확대되던 시기에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섰던 자산운용사들이 주도권을 쥐었다.
최근 상황도 당시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개발금융 시장에서는 중후순위를 담당하던 금융사들의 활동이 위축된 반면, 총액인수 등으로 대규모 여신을 신속히 취급하는 증권사들이 딜을 주도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 부문에서도 기관투자자의 위탁 자금을 운용하거나 자체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한 곳들이 자산 매입에 적극적이다.
기업들의 자산 유동화 수요가 커지고, 정부가 퇴직연금, ETF 등과 자본시장의 연계를 확대하는 가운데 리츠가 장기 자산운용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동시에 국내 신흥기업, 외국계 펀드 등으로 투자 자본의 외연도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는 시장 변화를 선점하려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부실을 정리하고 내부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내실화도 필요하지만, 시장과 규제의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한발 앞서 대응하는 기업일수록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
개별 딜에 대한 세심한 판단도 중요하지만, 부동산 각 영역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개선할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할지, 업계 고객 및 파트너와의 관계를 어떻게 더 튼튼히 만들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