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대출' 공략 나선 정성호 DB운용 해외대체투자팀장
"사모투자(PE)가 세컨더리 중심으로 활발하다면, 사모대출(PD)은 미국에서 수요가 많습니다. 앞으로도 사모대출은 해외 대체투자 분야에서 큰 성장이 예상되는 유망 섹터입니다."
해외 대체투자 분야에서만 13년을 몸담은 정성호 DB자산운용 해외대체투자운용2팀장은 요즘 가장 바쁜 해를 보내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기관들로부터 6개 신규 펀드, 총 5600억원의 약정액을 유치했다. 이로써 7명으로 구성된 정 팀장 부서의 운용자산(AUM)이 작년 말 2조5000억원에서 3조원을 훌쩍 넘게 된다.
정 팀장은 "글로벌 고금리 환경 아래 실물자산 투자보다는 사모대출이 유망할 것으로 보고 미리 시장 흐름을 스터디하고 준비한 게 기관들의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올해 약정한 펀드를 살펴보면 블랙스톤이 출시한 간판급 사모대출펀드인 '블랙스톤프라이빗크레디트펀드(BCRED)'에 재간접 형태로 투자하기 위해 최근 행정공제회로부터 6000만달러의 약정을 이끌어낸 게 대표적이다. DB운용은 행공을 단일 수익자로 관련 재간접 펀드를 런칭한다.
정 팀장은 "블랙스톤의 BCRED는 매달 약정해 투자할 수 있고 분기 단위로 환매 가능(오픈 엔디드)한 펀드란 게 특징"이라며 "북미 소재 중견기업이나 벤처기업에 투자해 이익을 배분한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보험사인 매뉴라이프로부터 중견기업(미드마켓) 대출을 넘겨받아 운용하는 구조의 펀드도 있다. 매뉴라이프가 자사 계정으로 보유한 대출채권 포트폴리오 일부를 코인베(Co-Investment) 형태로 DB운용 펀드에 넘겨오는 것이다. 그는 "전체 8000만달러 가운데 75%는 어느 자산을 가져올지 계약 초기에 확정해 이달 중 담을 예정이고 나머지 25%의 신규 대출은 매뉴라이프와 협의해 연말쯤 이전해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1월에는 호주계 유명 운용사인 IFM인베스터스와 위탁 운용 계약을 맺고 인프라대출이나 인프라채권을 담는 펀드도 증액했다. 기존 1억2000만달러에서 1억8000만달러로 6000만달러 늘어난 것이다. IFM이 해외에서 소싱(발굴)한 인프라 관련 대출이나 채권 딜을 매입해 블라인드펀드에 담는 방식이다.
DB운용이 요즘 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며 대체투자 명가로 거듭난 데는 올 초 DB금융그룹 보험 계열사의 LDI이관이 도화선이 됐다. 올 들어 DB손해보험과 DB생명보험의 적립금 자산 중 유가증권과 PE자산이 DB운용으로 이관돼 투자자금 사정이 나아지면서 DB운용이 소싱한 펀드 설정이 수월해진 것이다.
때마침 올 초 DB손보 CIO(최고투자책임자) 출신인 정경수 사장이 DB운용 경영 대표로 부임하면서 시너지가 폭발력을 발휘했다. 관련 경험이 풍부한 대체투자 전문가인 전 대표는 해외 GP(운용사) 네트워크가 두터워 직접 GP를 소싱하는 등 도움을 주고 있다.
여기에만 머물지 않고 연기금 공제회 등 서드파티(제3자)를 상대로 해외대체 강점을 살린 마케팅을 적극 펼쳐 이 분야 투자유치액도 크게 늘었다.
하나IB증권(현 하나증권)에서 PI(자기자본)투자를 담당했던 정 팀장은 지난 2012년 DB운용으로 입사한 이후 해외대체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2017년부터는 PE나 PD분야를 다루면서 7년여간 해외재간접펀드 등 30개가 넘는 펀드를 설정하고 운용했다.
정 팀장은 당분간 해외 사모대출분야가 유망할 것으로 본다. 그는 "일부 금리 조정이 있겠지만 고금리 기조가 쉽게 내려갈 것 같지 않아 대출펀드 수익률에 우호적"이라면서 "또한 글로벌 사모투자업계의 드라이파우더(미인출 약정액)가 풍부하다 보니 이들이 기업 인수나 투자시 사모대출을 레버리지로 사용할 기회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해외 사모운용업계가 은행에서의 대출금으로 M&A인수금융을 활용하는 것보다 사모대출펀드를 활용하면 신속히 빌리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