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M시각에서 바라본 민간투자(PPP)사업 수익구조
건축·주택사업 부서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RM(리스크관리) 관점에서 처음 민자 인프라사업(PPP사업)을 접했을 때 인상은 강렬했습니다.
먼저 스케일이 정말 큽니다. "저기 저 산을 깎아 내 40만~50만평의 공유수면을 메우면 된다." 이런 구상 아래 실제 공사 착수계획을 짜 공정 프로그램을 돌리는 토목인들의 추진력을 보면서 시원시원하고 호쾌해 보였습니다.
두번째 강렬함은 "기간이 정말 길다"는 겁니다. 우선 인허가 기간은 기본 3~5년 걸립니다. 가장 단순해 보이는 도로 건설공사가 5년입니다. 공사기간이 길면서도 20~40년의 운영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오는 2070년 사업 청산 시점인 프로젝트가 수두룩합니다.
그러면 투입비는 얼마일까요. 왕복 4차선 10km 도로 건설 사업에 총 투자비가 5500억~6000억으로 투입된다고 볼 때 1km 도로 건설에 600억원, 1m에 6000만원 정도 들어갑니다.
세번째 인상은 진짜 기술자 답다는 것입니다. 수중 콘크리트를 부어가며 교각을 세우고 상판을 잇고, 사장교의 케이블을 설치하고, 엄청나게 큰 드릴격인 TBM (Tunnel Boring Machine)을 마주할 때면 입이 딱 벌어집니다. 뙤약빛이 내리쬐는 서중 콘크리트에서 끓는 물이 콸콸 쏟아지는 장면을 보면 이게 진짜 엔지니어링이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스케일이 크고 기간도 긴 민자 인프라의 사업방식은 통상 BTO BTL BOT BLT BOO 등으로 나뉩니다. Build(공사), Transfer(소유권 이전), Lease(임대),Operation(운영)의 약자로 보면 됩니다. 계약방식과 사업구도가 미세하게 다른데요, 사업구조의 핵심을 꿰뚫고 있으면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세부 계약방식의 변화가 일으키는 영향을 쉽게 읽어낼 수 있습니다.
40년간 통행료(톨비) 수입이 발생하는 민자도로 사업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통상 시공사가 사업 제안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 피멕(PIMAC)의 적격성 조사 통과로 시작해 실시설계와 인허가를 거쳐 착공까지 3~5년 소요됩니다. 공사기간 5년을 더해 8~10년을 CAPEX 구간으로, 준공 이후 통행료를 받는 40년의 운영 기간을OPEX구간으로 나누겠습니다.
[CAPEX구간]
재정지원금 1000억원, 민간투자금 4000억으로 이뤄진 총투자비 5000억원의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민간투자금이 자기자본 20%와 타인자본 80%로 구성된다고 볼 때 각각 800억원, 3200억원입니다.
사업비는 공사비 3000억원, 각종 부대비용 1000억원, 건설이자·물가변동비 1000억으로 지출됩니다. 국가기간산업의 재정사업이므로 이 사업의 개발이익은 "0"입니다.
대신 이 사업에 참가한 이해관계자(CI, FI, SI, GI 등의 스테이크홀더)들은 투하 자본금(에쿼티) 500억원에 대한 수익률(e-IRR)을 가져갑니다.
시공사(CI)는 시공이익으로 가져갑니다. 통상 8~10% 범위에서 에쿼티 조기 투입 기회비용 2~5%를 더해 목표 수익률을 12~15% 정도로 정합니다. 금융기관(FI)은 건설기간 동안의 PF대출(3500억원)금 이자와 수수료 등의 금융비용으로, 전략투자자(SI)는 준공 이후 운영 비용이나 준공 이전 각종 자문용역 수수료 등으로 각각 수익을 냅니다.
사업에 참여한 목적과 기대수준에 따라 각자 적정 수익을 얻는 것이죠. 정부(GI)는 최종적으로 40년 동안 운영될 도로라는 실물과 이 도로로부터 발생하는 '공공후생 증진'이라는 사회적 편익을 얻습니다.
시공사는 주로 금융기관의 요구에 따라 주식매각 옵션(풋옵션)을 준공 이후 5~7년 기간 행사하지 못합니다. 요새는 이 기간이 1년~2년으로 짧아지는 추세라고 하네요.
그래서 자본금을 투입하는 실시협약·주주협약 시점부터 주식매각까지 약 10년(공사기간과 풋옵션 행사 제한 기간)에다 사업 초기 인허가 기간을 더하면 프로젝트 기간이 10년 이상을 훌쩍 넘깁니다.
그런데 이토록 장기간 에쿼티가 잠겨 있는데, CI들은 통상적으로 투하한 자본금 원금만 돌려받아요. 시간가치 할인(NPV)측면에서 보면 언뜻 손해보는 장사같습니다. 그러나 시공사는 이미 공사기간 동안 추가적인 시공매출이익을 얻어 e-IRR측면의 수익성을 보전합니다. 통상 최저가인 공공 인프라공사의 매출이익률이 5% 미만인 것과 비교하면 이익률이 높지요.
CI가 출자한 자본금은 시공권 확보의 성격을 갖습니다. 마치 도시정비사업의 초기단계(관리처분·PF협약 전단계)에서 시공사가 대여금과 입찰보증금의 형태로 조합에 돈을 빌려주는 "시공사 직접 대여금"과 유사한 개념을 보입니다.
[OPEX구간]
공사가 완료되면, 고속도로 톨비를 받기 시작하는 운영단계에 진입합니다. 유료도로이니 수입원이 도로 통행료이고 통행료 가격 책정은 돈을 가장 많이 투자한 FI의 입김이 가장 셀겁니다.
시공사들은 보통 준공 이후 주식을 팔고 엑시트하기 때문에, 운영단계의 수익성에 신경을 그리 많이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해외PPP사업, 데이터센터 개발 운용사업, 폐기물(소각장 매립장)운영사업 등이 신규 사업으로 편입되면서, 투자 및 수주 의사결정 과정에서 운용단계 수익성과 리스크 평가를 꽤 심도 있게 들여다 봅니다.
해외PPP사업 수익성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내 안정적인 지역에서 수행하는 사업의 경우 'e-IRR 10%'를 기본으로 봅니다. 지역적 위험도에 따라 리스크 프리미엄을 더해 목표 수익률을 높입니다. 파키스탄, 탄자니아, 조지아 수력발전(댐) 사업의 e-IRR은 15%~20% 목표를 염두하고 사업타당성을 검토했습니다. 영국, 미국, 캐나다와 같은 선진국은 5~7%여도 리스크 프리 상품으로 보고 들어가죠.
건축주택개발사업에서 분양가격과 분양률 추정이 가장 민감한 것 처럼, 민자(PPP) 운영사업에서도 통행료(톨비), 교통량, PPA(전력구매계약)상 전력공급단가, 폐기물 매입 단가와 수량 등을 추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는 투자심의 테이블 위에서 가장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토의 요소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