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대출 죄기' 본격화에 대형 개발부지 잇단 공매行
자금 부족 등의 이유로 더 이상 만기 연장을 하지 못하는 PF사업장들이 속속 공매(공개매각)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사업장 신속 정리를 독려하고 있는데다 대주단도 시장을 관망하며 대출 만기를 연장하기 보다는 연체에 따른 손실 인식 및 채권 회수를 서두르고 있어서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달 28일 신탁재산인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832-21 외 4개 필지(2040㎡)를 공매 물건으로 내놨다. 소유자는 신유씨앤디(아스터개발)의 특수목적법인(SPC) '아스터개발제11호역삼(현 와이에스씨앤디)'이다.
아스터개발은 최근 법인명을 신유씨앤디로 바꾸었다. 부지 감정가는 2307억5710만원에 달한다. 이 부지는 175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 이자를 내지 못하면서 기한이익이 상실(EOD)됐다. 이에 채권단이 대출금 회수를 위해 공매로 넘겼다.
신유씨앤디는 부지를 사들여 하이엔드(고급) 오피스텔 형태의 주거시설을 지을 계획이었으나 부동산경기 침체와 금융시장 불안으로 사업에 차질을 빚어왔다. 이후 자산운용사 등과 매매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오피스 개발부지로 매각을 추진했으나 끝내 불발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감정가 3178억원에 이르는 경기 화성 반송동 중심상업지역 대형 시행부지도 공매로 등장했다. 경기 화성시 반송동 95번지 토지가 지난달 13일 공매 공고됐다. 중심상업지역 내 1만8920㎡에 이르는 대지다. 하나자산신탁에 따르면 매매목적물의 부동산등기부상 종합부동산세가 체납돼 동화성세무소를 관리자로 압류등기가 경료돼 있다.
이들 사업장은 자산관리공사(캠코)의 온비드를 통해 최고가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 절차를 밟는다.
태영건설의 브릿지론 사업장 중 일부도 조만간 공매 행렬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태영건설 59개 PF사업장 대주단으로부터 개별 사업장에 대한 처리방안을 접수하고 있다. 59개 중 18곳이 브릿지론(미착공) 사업장인데 브릿지론 사업장 중 30∼50% 정도, 10곳 정도가 공매로 이동할 것으로 채권단은 예상한다.
시행사가 이자를 부담할 여력이 없는 사업장들이 공매행이나 수의 매각으로 전환하는 사례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분양 지연에 따라 현금흐름이 악화된 디벨로퍼들이 고금리 장기화에 이자를 못 내는 상황으로 점점 내몰리고 있어서다.
PF대출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금융권도 이젠 시장이 나아지기를 관망하며 연장하는 것보다 정리에 나서야 할 형편이다. 예를 들어 수협은행은 만기도래 브릿지론에 대한 내부 방침에 따라 만기 도래시 원칙적 상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자를 내면 기존 금리에 1%p를 올려 만기 연장하고, 이자를 내지 못하면 기한이익 상실을 선언하고 있다.
상호금융업권도 개발사업 공동대출 금지, 브릿지대출 신규 및 대환 금지,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을 기존 대비 30% 올리는 등 부동산 개발 관련 대출을 옥죄고 있다. 여기에다 금융당국의 향후 책임 추궁을 받지 않기 위해 공매 전환을 서두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올 들어 금감원은 금융사들이 단순히 만기 연장으로 끌고 가면서 부실을 이연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공매로 나왔다고 해서 매수자를 찾는 게 쉬운 것은 아니다. 최군 몇년간 이어진 공사비 급등분을 감안할 경우 토지 매입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지 않는 한 사업성을 회복하기 쉽지 않아서다.
매수 희망자들이 대부분 공매 토지를 매입하기 위해 대출을 받아야하는데 이 또한 브릿지론이어서 대출이 쉽지 않다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금융사 관계자는 "경락자금도 브릿지론 성격이라 금융사들이 또 다시 충당금을 쌓을까 두려워 대출 취급을 꺼려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알짜 공매 매물시장은 현금이 풍부한 건설사·디벨로퍼 또는 외국계 펀드의 잔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