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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3.0'시대에 필요한 세가지

김갑진
- 14분 걸림 -
게티이미지뱅크

새해들어 건설부동산산업, 나아가 경제 전반에 침체국면을 점치는 우울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습니다. 전년 4분기 이후 급감한 수도권의 주택거래는 1월 현재까지 더욱 위축돼 거래절벽, 매물증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등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 불안이 초래하는 위험 요인이 건설부동산 산업과 금융권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거시지표 상황도 결코 녹록치 않습니다. 12월 산타랠리를 달리는 가 싶던 주가는 한해를 출발하면서 미래에 대한 기대를 담은 ‘1월효과’와는 사뭇 다르게 좀처럼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환율의 경우 달러인덱스의 변동폭을 넘는 원화약세가 심화되면서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지속되는 엔저가 한국의 수출경쟁력을 상쇄시켰던 지난날의 경험을 상기시키는가 하면, 속속 전해지는 중국의 침강(沈降) 역시 경험한 적이 없는 것이라 불확실성이 높습니다.  여전히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에서 점차 확대되는 섬뜩한 전쟁양상, 우리가 발딛고 있는 한반도의 불안 증가도 우리 경제를 힘겹게 하는 요인입니다.

모든 것이 연결돼 원인(배경)과 결과(현상)로 상호작용하는 세상사의 이치를 고려하면 2024년 우리 경제에 드리워진 이같은 위협요인이 결코 반갑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는 이 위협 중 많은 것을 극복하고 우리가 가진 경쟁력과 강점을 앞세워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시야를 좁혀서 건설부동산 산업의 침체와 불황도 마찬가지입니다. 건설산업의 경우 거시경기 굴곡 사이에서 이미 대규모 업황부진을 여러차례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IMF 외환 위기 이후 본격화된 PF사업의 경우도 현재와는 그 정도와 규모는 다르지만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축은행 사태를 통해 한차례 홍역을 치러본 적이 있습니다. 불황과 침체가 하나의 시련이라면 우리가 경험한 시련 중 아프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 시련을 겪으며 조금씩 조금씩 우리는 진화해 왔습니다.

건설부동산 산업을 공급측면에서 단순화시켜보면 결국 어떤 목적을 갖는 공간이라는 내구재를 건설하기 위해 생산요소를 투입하는 경제활동입니다. 수요측면에서 미래 기대가치, 현재 사용가치 등을 종합하여 건설된 내구재를 소비합니다.

이 같은 실물 수급을 뒷받침하기 위해 화폐관점에서 건설자산을 확보하기 위한 자금을 투입합니다. 이 과정에서 수급 양쪽은 자산가치에 대한 합의를 지향합니다. 그러나 자산가치에 대한 일치된 견해는 쉽게 얻어지지 않습니다. 자본이라는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나 건설자산의 미래 기대가치에 대해서 인간의 판단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 PF사업 불안도 건설자산 생산과정에서 점쳐진, 그리하여 맞이하는 해당 자산의 가치에 대한 수급 당사자간 불일치에 기인한 것입니다. 그 불일치에는 시간, 세상의 기류, 인간의 심리 등이 영향을 미칩니다.

국내 최고가 아파트 중 하나인 반포자이(반포주공3단지 재건축)가 분양당시 미분양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시죠. 대장동 사업에서 몇천억원을 벌 줄을 몰랐던 데에는 신통방통한 기법보다는 인간이 자산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가치의 차이가 보다 근본적인 것입니다.


PF 3.0시대에 필요한 세 가지  

1.리스크 분담(RISK SHARING)

이제 세상은 집값이 비싸다고 합니다. PF사업을 암울하게 봅니다. 토지를 비싸게 매입해 그 원가를 반영해서는 분양이 어렵다고 합니다.

돈을 빌려주려니 사업성 없는 사업에 빌려주었다가 돈을 떼일까 우려합니다. 이미 돈을 빌려준 사람들은 기한내 돈을 갚으라고 재촉하거나 갚지 못할 거면 적어도 위험이 높아진 만큼 돈의 사용대가(이자)를 더 내라고 요구합니다.

이 국면에서 시공을 맡은 건설사들은 그 돈을 차주가 갚지 못하면 대신 갚겠다고 약속한 보증인들입니다. 공사이익을 얻기 위해, 또 사업에 소요되는 자금확보에 협조하기 위해 공사대금을 포기하는 것은 물론(책임준공) 사업주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할 경우 대신 갚겠다고(또는 모자란 유동성을 보충하겠다고)까지 어쩔 수 없이 보증을 섰습니다. 보증을 서는 것은 IMF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된 한국형 PF(PF1.0시대) 이후 이른바 ‘업계 국룰’이 되었습니다.

대출이후 차주는 금융비용을 낮추고, 대주는 자산건전성을 높이고자 대출채권을 유동화합니다. 이자율을 낮추기 위해 ABCP같은 단기어음으로 유동화한 후 롤링(차환)합니다.

이때도 건설사는 보증을 섭니다. 이렇게 자산건설에 필요한 돈은 세팅되었습니다. 대주-차주(사업주)-시공사는 비로소 미래의 위험에 운명을 함께 하는 한 몸이 됩니다. 물론 그 대부분의 최종 위험은 자금원인 대주이겠으나 그에 이르기까지 시공사는 큰 위험을 부담합니다.

2010년 저축은행 사태를 경험한 후  PF2.0시대로 접어듭니다.  달라진 양상을 키워드로 꼽자면 ‘신탁’과 ‘증권’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른바 사업집행자(Vehicle)로서 신탁이 대세를 이루었고, 자금조성 관리자(Manager)로서 증권사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양 업권 모두 자신의 기능을 발휘해 이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지극히 비즈니스적 관점의 발로로 그 활약상을 넓혔습니다. 그 과정에 신탁은 시공사의 책준보증을 일부 대신하는 상품을 만들어 냈고(책준관토신탁), 증권사는 PF대출(유동화)을 주선하며 자금보충, 미분양담보대출 등의 유동성 확보수단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둘다 PF1.0 시절에는 시공사가 거의 모두 전담하던 영역이었습니다. 시공사에게 쏠려있던 리스크가 일부 분담되는 듯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넘치는 때 부족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부동산경기 호황에 시공사는 그전에 보아두었던 땅을 확보하여 해당사업별로 또는 자회사 형태로 시행사업으로 사업확장의 유혹에 노출됩니다.

때마침 정부에서도 세제혜택을 주며 PFV, SPC 등 단위 개발사업 진작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건설사는 일종의 부동산그룹이 됩니다.

PF1.0 시대에 정착된 국룰에 의해 가뜩이나 시공사의 리스크 부담이 큰 상황에서, 한다하는 건설사는 수십개의 사이트별 자회사와 다양한 우발(보증)채무를 주고 받습니다. 모회사의 지명도, 인지도 등이 거래의 수단으로 동원되면서 벌어진 현상입니다.

시공사에게 집중된 최종리스크(End Risk)를 분산하기 위해서는 리스크 부담주체로서 제3의 공신력있는 주체가 필요합니다. 신탁이나 증권사는 PF2.0을 통해 그 기능의 한계를 일부(?) 노출했습니다.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공공화’는 그 과정에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3의 리스크 부담주체를 업계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인 대출채권의 보장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리스크가 아니라, 하나의 PF사업을 완성하기 위해 리스크를 분할하여 그 분할 영역별 부담주체를 설립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즉, 모든 리스크를 궁극적인 상환위험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시공위험, 분양위험, 잔여상환위험으로 분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리스크 분담을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건설공제조합의 책임준공보증과 같은 시공위험 관리수단의 출현은 매우 유의미한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후순위대출의 자기자본 전환, 미분양담보(준공목적물)의 매입약정 등 잔여상환위험 관리수단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2.시행사의 자기자본 확충 의무화

결과적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세상의 기류는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특히 돈의 사용대가(금리)는 사업성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요인입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사업성을 따지며 돈을 댄 이들의 입장에서 당초의 자산가치를 달성하기 어려워져 원금을 회수하기가 쉽지 않다는 계산이 섭니다. 곧 대출상환을 재촉합니다.

수요자(소비자)입장에서는 시행사가 제시한 건설자산의 가치가 현저히 높다고 판단해서 소비를 꺼립니다. 사람들의 눈길은 점점 멀어져 갑니다. 이 경우 변화된 기류에 우선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사업이익을 목적으로 사업을 일으킨 자의 몫이어야 합니다.

돈을 빌려준 이에게 ‘세상이 바뀌었으니 이자를 깎아줘라’, ‘대출을 연장해줘라’하기 전에 사업을 주도한 쪽에서 먼저 바뀐 세상에 대응하는 것이 상식적인 것입니다.

사업규모별로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을 설정해 사업규모, 대출규모에 비례한 일정양의 자기자본확보를 의무화할 필요를 이번 사태를 겪으며 다시한번 절감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PF3.0시대 이후 경기침체시에도 PF발 위기가 반복될 수 있음을 감안해 이를 조속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업별 자기자본을 규제하되, 사업규모(기간) 또는 대출규모에 따라 누진적으로 늘리는 안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3.Structure Reengineering (PF 재구조화기구 가동)

이번 위기를 맞아 정부는 지금까지 PF상환위험 발생 이전에 위험을 진정, 진압시키는 안에 중점을 두는 정책을 주로 강구했습니다. 대주단협약, 금융업권별 펀드조성, 보증기관을 통한 보증공급확대 (금융비용절감) 등 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PF위험을 관리하기에 다소 수동적이며 PF자산가치가 미래 의존적이라는 위험의 본질적인 변화속성에 대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들 대책은 일시적 위험에는 시간을 벌어주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경기변동에 따른 구조적 불확실성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 판단됩니다.

따라서 뒤늦게라도 ‘옥석가리기’를 천명한 것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치유를 전제한 것으로, 그 치유를 질서있게 할 수 있는 수단은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를테면 평상시 시행주체별 경기위험에 대비한 공제상품을 운용해 공제기금을 조성하는 안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또 일정수준 이상 위기수준(연체 X개월이상 등)이 감지되는 경우 공공주도로 사업장별 자본구조를 재조정하는 일을 통해  PF 사업성과 자산가치가 미래상황(당시로서는 당시상황)에 따라 조정돼 자원이 재분배 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물론 시행사의 공제기금 등 공공적 성격의 기금을 활용해 자금배분(사업 자본구조)을 조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정부재정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늘어난 복지 수요를 위해, 또 그간 확보한 SOC 등 건설자본의 충분성 논란으로 인해 기존 정부의 건설투자를 축소하는 대신 민간 자본활용을 강구했습니다.

PF사업은 민간 자본활용의 효율적 수단이었습니다. 이후 민간 스스로 자율적인 판단으로 한국형 개발사업이 정착되어온 것이 사실입니다.

이 과정에서 심하게 말해 ‘쩐의 전쟁’, ‘돈놓고 돈먹기’ 등의 탐욕으로 PF사업이 폄훼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건설투자가 이제 절대적으로 민간자본에 의존하게 된 시장의 현실은 현실 그대로 존중해야 합니다.

우리의 건설자본이 그렇게 성장해온 자연스런 결과입니다. 다만 경기침체가 반복될 때마다 PF발 위기가 재현되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PF3.0시대를 통해 또 한번 지난 관행을 조정해야 할 현실을 맞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비하는 진화를 위해 지혜를 모으는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작가와 대화를 시작하세요
파이낸스부동산PF

김갑진

보증기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건설경제의 어제와 오늘(우리가 사는 집과 도시)' 저자입니다. 아주대 겸임 교수를 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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