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알파돔시티 블록, 줄줄이 2차 입찰행.."매도-매수자 눈높이 격차 실감중"
지난 22일 입찰을 거친 판교 알파돔시티 6-1블록 빌딩(카카오 판교아지트)의 세컨더리(지분매각) 딜이 결국 재입찰행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입찰 결과 매도자와 매수자간 기대가격의 눈높이만 확인했기 때문이다.
6-1블록 뿐 아니라 최근 시장에 나온 6-2블록(판교테크원) 세컨더리 건, 6-3블록(알파돔타워) 매각 건 모두 매도-매수자 사이 가격 격차로 줄줄이 2차 입찰을 거쳤다. 때문에 판교가 최근 실물자산시장 거래 난항의 가늠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25일 오피스업계에 따르면 알파돔시티 6-1블록을 담은 미래에셋맵스사모부동산펀드 61호의 수익증권 49.9%의 22일 입찰 결과 적정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지분 매각자는 행정공제회(행공), 매각 자문사는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와 신영에셋이다. 5곳 미만의 매수 희망업체가 입찰에 참여했지만 행공이 원하는 만큼의 가격을 써내지 않은 것이다. 이에 행공 측은 2차 입찰행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시장에서는 지난달 삼성SRA자산운용에 매각된 알파돔시티 6-3블록의 평당 매각가(2600만원)에 비해 높은 2800만원대에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대표 IT그룹인 카카오가 오는 2032년까지 10년동안 임차 확약(마스터리스)을 한데다 선순위 대출 금리가 오는 2025년 1월까지 약 3.2%로 고정된 점. 판교역과 바로 연결돼 입자가 우량한 점 등을 두루 감안해서다.
그러나 매수희망자들의 생각은 달랐고 이 보다 낮게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탓에 투자 심리가 보수적으로 선회하면서 자산 가치가 더 하락하기를 기대한 것이다.
앞서 인근 블록 매각 딜이 2차례 입찰을 거친 점을 염두에 두고 어차피 2차 갈 것에 대비해 가격을 낮게 써내 간보기를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6-1블록과 함께 준공돼 네이버와 기타 대기업이 입주한 알파돔시티 6-2블럭도 지분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가 펀드(미래에셋맵스사모부동산펀드 62호)의 수익증권 45.5%를 내놨으나 이 역시 매도-매수자간 시각 격차만 확인하고 2차 입찰을 거쳤다. 2차 입찰 이후에도 네이버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매각이 장기화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맵스사모부동산펀드63호가 소유권을 아예 매각한 알파돔시티 6-3블록 딜 역시 2차 입찰까지 가는 진통 끝에 지난달 삼성SRA자산운용 품에 안겼다.
매도자와 매수자간 눈높이 차이 심화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2차 입찰까지 가는 공개 입찰보다는 오프마켓(수의계약)이 실제 거래 성사율을 높이는데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오피스매매 자문기관의 관계자는 "최근에는 공개적으로 입찰하지 않고 실수요 고객사만 조용히 만나 오프마켓으로 매각을 진행하겠다는 매도자도 나온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매도자와 매수자간 눈높이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가격하락 압력이 더 클 것이란 데 무게를 싣고 있다.
글로벌 자문기관인 컬리어스의 진나영 차장은 "고금리로 인해 리파이낸싱에 실패한 펀드·리츠의 자산이 시장에 급매물로 나올 수 있다"면서 "이런 흐름이 가시화될 경우 매도자는 가격하락 조정 압력을 더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관투자자들이 상반기까지는 매수결정을 하지 않고 관망하며 투자 기회를 기다리는 전략을 취하는 점도 부담이다. 박준태 미래에셋자산운용 리츠운용본부장은 "상반기에는 투자 심리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 우량한 자산임에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라면서 "아무래도 금리가 멈춘다는 시그널이 나와야 투자 실행이 활발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