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민자 활성화한다는데...신규도로 제안 막히고 개량운영형 도입은 하세월
"발표만 그렇지 실제 이행은 다릅니다." "이젠 더 믿지 않습니다." 정부가 민간투자사업 활성화를 내세운 데 대해 건설업계가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자사업의 주요 비중을 차지하는 도로의 경우 국토교통부가 신규 제안 접수를 꺼리고 있어서다. 여기에다 업계가 제안한 개량운영형 도로사업도 국토부의 검토단계에서 표류하면서 도입이 늦춰지고 있다. 이에 정부의 민자 활성화 말만 믿고 비용을 들여 사업을 제안했다간 자칫 큰 코만 다칠 것이란 것이란 부정적 분위기가 팽배하다.
17일 민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신규 민간투자사업(적격성 조사 이전 민간 제안사업)을 13조원 이상 발굴하겠다고 발표했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은 지난달 27일 민자 활성화 간담회를 올고 "경기 전망이 엄중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민자사업도 거시경제의 안정적 관리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올해 13조원+α 규모의 신규 민간투자사업을 적극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도로사업 제안 접수, 빨라야 하반기 이후 가능"
정부가 민자 활력 제고 방침을 천명했으나 도로 등 교통인프라의 제안이 쉽지 않다. 민자사업 절차는 크게 `사업 준비 → 제안 → 적격성조사 → 실시협약 및 금융약정 체결 → 공사 → 운영' 등으로 나뉜다.
도로 관련 가장 큰 주무관청인 국토부는 업계 제안을 받은 사업 중 정부정책의 부합성을 포함해 대략적 평가를 한 뒤 반려할 것은 반려하고 민자 사업 가능성이 있는 것은 KDI 피맥(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 등에 적격성 조사를 맡긴다.
그런데 이런 국토부의 평가 단계에서 절차가 지연되거나 막힌다고 업계는 하소연한다. 실제 국토부는 지난 2021년 14개 제안을 받아 6개는 반려하고, 2개는 조건부 보류하고 나머지 6개만 적격성 조사 사업으로 판단했다. 그나마 6개 도로사업도 분기마다 순서를 정해 1개씩 적격성 조사를 보낸다. 이런 국토부 사정을 잘 아는 건설사들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사업제안을 했다가 자칫 매몰비용이 될 수 있어 사업준비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건설사 관계자는 "기존 제안사업이 많이 밀려 있다고 국토부가 받아주지 않는다"면서 "국토부가 1,2년 제안사업을 붙잡고 있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지고 사업제안을 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적격성 조사기구인 KDI 관련 인력이 한정된데다 민자 보조금 등 정부 예산도 감안해야 해 한번에 많은 물량을 수용할 수 없다"면서 "우선순위를 정해 분기별로 적격성 조사를 보내고 있는데 기존 적체된 사업들이 상반기까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는 돼야 신규 제안을 접수할 것이란 게 국토부의 생각이다.
1호 개량운영형 도로사업 도입도 하세월
도입만 한다고 해놓고 좀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개량운영형 사업도 업계의 불만이다. 정부가 민간 투자 활성화를위해 개량운영형 사업을 도입하기로 해 건설업계의 관심이 컸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2022년 민간투자사업 기본계획에 신규 반영됐다. 이어 지난해말 KDI 피맥은 개량운영형 민자방식 추진에 관한 세부요령을 발표했다.
`개량운영형 민자사업'이란 민간이 자금을 조달해 기존 사회기반시설(SOC)을 개량·증설한 후 개량·증설 부분을 포함한 전체 시설에 대한 사용료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사업을 말한다. 피맥이 세부 요령 기준을 발표했음에도 이 사업의 도로 적용에 국토부는 `신중 모드'다.
앞서 금호건설은 `평택∼시흥 고속도로 확장사업'을 개량운영형 민자도로로 제안했다. 평택∼시흥 고속도로 확장은 4차선으로 기존에 운영되던 이 도로를 교통량 증가에 따라 6∼8차선으로 늘리는 프로젝트다. 업계는 이 사업이 개량운영형 1호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광주~화성~평택고속도로 확장(금호건설 제안), 용인~서울고속도로 확장(제2 용인~서울고속도로, 현대건설 제안) 등도 줄줄이 개량운영형으로 대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업 역시 국토부가 붙잡고 있어 후속 진행을 못하고 있다. 실제 실행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가 적지않아 충분한 검토 이후에나 도입할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평택~시흥 확장사업이 첫 유형이라 한땀한땀 살펴보고 있다"면서 "민간투자법 뿐 아니라 시설물관리안전법, 도로법 등도 고려야야 해 검토할 게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확장사업은 기존 사업자와 확장 사업자 등 민투법상 관리운영권이 2개로 나뉘어 병행 운영된다. 교통사고가 나도 어떤 관리주체의 책임인지 분쟁소지가 생기는 등 실제 운영에서 어떤 리스크가 있는지, 잘 돌아갈 구조인지 검토할 게 많다"고 해명했다. 병행 운영되는 문제점을 의식해 평택~시흥 확장사업도 기존 사업자가 위탁 운영을 줘 하나의 사업자로 운영을 통일할 예정이다.
다만 국토부 측은 민자 활성화 차원에서 개량운영형사업이 도입되는 만큼 최대한 올해 내에는 제3자 공고를 내는 등 1호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설명: 최상대 기획재정부 차관이 1월 27일 GTX-A 노선 5공구 서울역 정거장을 방문해 터널 공사현황 브리핑을 듣고 있다.(출처:기획재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