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투자협회가 뭐길래'...두쪽으로 갈라진 건설업계
주로 SOC 등을 투자 운영하는 민간투자업계가 창립총회를 열고 민간투자협회 설립을 구체화하자 대한건설협회가 발끈하고 나섰다. 그간 민자업계를 대변한 건설협회는 또 하나 단체가 설립되면 업무 중복과 갈등으로 건설업계가 혼란스러워질 것을 우려한다.
이에 대해 협회 설립을 주도한 대형 민자 건설사들의 모임인 SOC포럼은 국내 민자 도입 30년을 맞아 건설은 물론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변하기 위해 독립적 단체 설립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SOC포럼이 확장한 민간투자협회, 이달 말 출범
민자업계는 지난 5일 창립총회를 열고 민간투자협회 설립을 공식화했다. 협회는 법인설립 등기 등을 거쳐 이달 말 또는 내달 초 설립절차를 마무리하고 공식 출범한다.
협회는 민자사업에 참여하는 건설·설계사, 금융기관, 운영사 등으로 구성한 기획재정부 산하 민간단체다. 업계 의견을 취합하고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했다. 민자사업에 대한 이미지 제고와 제도 개선, 정부의 민자사업 활성화 시책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초대 협회장은 SOC 포럼 회장인 이진용 GS건설 부장이 맡았다. 내년에 정식 회장을 선출할 방침이다. 부회장은 총 10명으로 10개 부문을 각각 담당한다.
부문별 부회장은 ▲금융부문 이치선 IBK기업은행 부장 ▲토목부문 윤광수 포스코이앤씨 부장 ▲건축부문 곽미정 에스엠 대표 ▲환경부문 류태열 코오롱글로벌 팀장 ▲설계부문 김상민 삼보기술단 부사장 ▲운영부문 유명곤 이도 이사 ▲회계부문 이찬호 한울회계법인 본부장 ▲법률부문 김태건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제도부문 김도일 삼보기술단 소장 ▲대관부문 정민웅 KC인프라 대표 등이다. 총무는 류정훈 태영건설 부장이, 감사는 이화영 이지회계법인 상무가 맡는다.
대한건설협회, "또 하나 단체는 업무 중복..설립중단 촉구"
협회 설립이 가시화하자 건설협회는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명의로 지난 9일 민간투자협회 설립추진 중단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형 민자 건설사 모임인 SOC포럼과 민자 주무관청인 기재부가 별도 협회 창구를 만들면 건설협회 역할이 줄어드는 점을 우려해서다. 건설협회는 성명서에서 "지난 30년간 민자사업의 건설업계 의견수렴 창구와 제도개선 역할을 해온 건설협회가 있음에도 민간투자협회가 설립된다면 어려운 시기에 회비부담 등 업계부담만 가중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협회 설립은 업계 주도의 자발적 추진이어야 함에도 기재부가 친목단체에 불과한 SOC포럼을 중심으로 3개월 만에 협회 설립을 추진하도록 하는 것은 중단돼야 한다"면서 "민자사업은 민간과 공공이 함께하는 사업으로, 기재부가 공공 발주자처럼 주도하는 사업이 더 이상 아니다. 민간투자협회는 SOC포럼에 포함되지 않은 중견·중소건설사를 대변한다고 볼 수 없으며, 기존 단체와의 업무중복, 갈등 증폭으로 건설업계만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기재부 산하기관의 퇴직후 자리 보전을 위한 것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고, 건설업계 비용부담 및 갈등 유발이 크게 우려되므로 기재부 주도의 민간투자협회 설립 추진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SOC포럼 "건설 외 다양한 참여자 의견수렴 불가피"
이에 대해 민간투자협회 설립을 주도한 SOC포럼 측은 금융 회계 설계 등 민간투자사업을 수행하는 다양한 플레이어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선 독립 협회 설립의 필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SOC포럼 관계자는 " 건설협회가 전체 건설사 보다는 중소 중견건설사 목소리를 더 대변해왔고, 무엇보다 이제는 건설사가 주도적 역할을 하기 보다는 민자사업 참여하는 다양한 기관들이 민자사업을 이끌고 이들의 의견 개진과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법정 단체가 아니어서 회비를 의무 납입하는 게 아니고 연간 30만원 정도 받을 예정이라 업계에 큰 부담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재부도 자신들이 주도해 민간투자 협회 설립을 추진한 바 없다면서 지난 9일 해명 자료를 냈다. 업계에 따르면 SOC포럼이 당초 포럼을 사단법인화하려 했으나 기재부가 올해 민자 도입 30년을 맞아 민간투자협회 설립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