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임대 매매예약금 중단 권고 공문에 시행업계 `화들짝'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말 지자체를 상대로 민간임대주택 매매예약(사전분양 계약) 관련 중단 권고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행업계가 불안해하고 있다. 매매예약 관행이 중단되면 민간임대 개발사업의 장점이 사라져 관련 개발사업이 급속히 위축될 우려가 있어서다.
8일 시행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민간임대주택 관련 권고사항 알림 공문에서 "장기민간 임대주택의 매매예약금은 관련법상 근거가 없고 보증금과 달리 우선변제권 등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임대사업자의 부도 발생시 대규모 피해가 우려되므로 이런 사례가 없도록 임대사업자와 임차인에 안내해달라"고 지자체에 요청했다.
국토부는 이어 임대의무기간 경과 후 소유권을 양도하기로 미리 약정을 유도하는 행위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특별법에 저촉될 수 있음을 임차인 모집공고시 포함하도록 하는 등 적극 지도·감독해달라고 권고했다.
이번 권고 공문은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문제가 제기된 데 따른 국토부 대응책의 일환이다. 국토교통위는 장기민간 임대주택에서 10년 후 매매를 약속하는 소위 매매예약을 하는 사례가 있어 임차인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공문내용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임대사업 개발시장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디벨로퍼업계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최근 미분양 우려로 분양사업장의 PF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민간임대로 전환하는 사업장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경기 침체속에서도 민간 임대를 받으려는 수요층이 어느정도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10년 임차기간 동안 무주택자 지위를 유지하며, 전매·전대 제한이 없고 양도세 부과 문제도 피할 수 있다는 장점 등이 부각돼서다.
시행사들은 소비자와 임대차 계약을 하되 10년 거주 후 분양 전환 때 우선 분양권을 얻기 위해 거는 일종의 예약금인 매매예약금을 받고 있다. 매매예약금과 임대보증금을 합쳐 수령하면 PF대출금을 상환하고 사업 시행이익을 확정할 수 있어서다.
그런데 정부가 소비자 피해 가능성 등 여러 부작용을 이유로 이번에 매매예약금 수령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분양을 임대 사업장으로 돌리는 곳이 많은데 지자체들이 국토부 공문을 근거라 매매 예약 방식의 임대개발사업 인허가를 내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업계는 다만 매매계약 중단 유도는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일 뿐 실제 법적으로 제재를 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공공임대와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임대금액과 절차 등을 지자체나 국토부 규정을 따라야 하지만 장기 민간임대는 시행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면서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고 매매예약금을 받고 있는데 이를 막으면 국토부와 분쟁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