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위기의 건설·부동산시장 구원투수로 나서나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시장 소방수로 다시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부동산기업 정상화를 위해 브릿지론 단계의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장이나 미분양 아파트의 매입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민간 투자자와 함께 펀드를 만들어 고금리 PF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나 PF 전단채를 사들일 수 있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캠코는 선제적인 구조조정 지원 강화 차원에서 최근의 PF시장 신용경색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금융사를 지원하기 위한 시장수요 조사(마켓 태핑)에 들어갔다. 캠코는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PF시장과 기업 정상화를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업과 가계의 구조조정과 정상화 지원이 본업인 캠코는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운영해 약 111조원의 부실채권을 인수했다. 2009년에는 구조조정기금으로 기업이 보유한 미분양 아파트와 선박을 사들였다.
이런 과거 위기 극복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다양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부동사시장에 해결사로 뛰어들 계획이다. 우선 캠코의 실현 가능한 지원 방안을 보면 유동성 부족으로 구조개선이 필요한 건설사를 대상으로 토지 등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다.
브릿지론 과정에서 자금 연장이 힘든 토지의 경우 시장 자율적으로 매매가 힘든 실정이라 업계는 우선 매입을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캠코는 시세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매입할 것으로 보인다. 재원은 별도의 공적 기금을 조성하지 않더라도 캠코채 발행 등 캠코 계정으로 운용할 수 있다.
캠코는 지난 2020년 이후 유동성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을 꾀하는 기업이 보유자산 매각을 원하는 경우, 해당 자산의 원활한 자산매각을 지원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약2조2000억원의 유동성 지원을 완료했다.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도입된 이 프로그램을 정부와 협의해 건설부동산기업을 중심으로 확대할 수 있다.
PF ABCP 매입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지원펀드(PEF,PDF) 및 기업구조혁신펀드에 출자나 투자하는 형태로 민간공동 모자펀드를 만들어 PF유동화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 레고랜드발 단기자금 신용경색 이후 지금은 분양이 잘 된 우량 사업장 역시 높은 금리를 얹어도 차환 발행이 힘든 실정이다.
부동산경기가 지금보다 냉각돼 미분양이 심각하게 쌓일 경우 건설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지원을 위해 2009년 꺼냈던 미분양 아파트 매입 카드도 다시 부활할 수 있다. 미분양을 방치했다가는 지방 경제가 쓰러질 것이라는 우려에 따라 사전 대비하기 위해서다.
캠코는 지금도 해운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따라 선박 매입 펀드를 조성해 국내 해운업을 지원하고 있다. 상반기 기준 선박펀드 23개사 1조7000억원을 지원했고 올해에도 1700억원 규모 해운사 유동성 공급 및 경영 정상화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캠코는 선박 매입 펀드 운영처럼 미분양 매입 펀드나 리츠를 만들어 최초 분양가보다 최대한 낮은 수준으로 매입해 일정 기간 이후 경기 회복 시 되팔 수 있다.
캠코 관계자는 "부동산 PF시장 조사에 들어갔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 지원 방안이 구체화되거나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