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부동산금융 여걸, 자산운용사 잇단 CEO행
증권사의 부동산금융 여걸들이 잇따라 자산운용사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자산운용업이 비교적 증권사보다 제약이 덜한데다 부동산 개발사업에 대한 참여가 활발해지자 자신의 이름을 걸고 비즈니스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미혜 IBK투자증권 구조화금융본부장(상무, 사진)은 이달부터 신생 운용사인 FL자산운용사의 대표로 취임했다. IBK증권 관계자는 "기존 운용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최 대표가 자신의 지분도 취득한 것으로 안다"면서 "본인 스타일로 직접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운용업계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설립된 FL자산운용은 IBK증권을 포함해 신탁, 시행, 시공사 출신의 부동산 금융전문인력으로 구성됐으며, 부동산 및 대체투자 중심의 펀드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실물자산 담보대출을 비롯해 개발사업의 자본금투자, PFV투자, PF대출 등의 금융솔루션을 제공한다.
FL은 FLAWLESS(최고 다이아몬드 등급)의 약자다. 지난해 12월 홈플러스 김해점 등 4개 점포를 담은 2030억원 규모의 1호 사모펀드를 설정했다.
최 대표는 13년간 대림산업에 몸담은 이후, NH투자증권 등을 거쳐 2015년 IBK투자증권에 자리잡았다. 이후 IBK증권을 부동산금융 신흥 강자로 성장시키는데 일조했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지난 2018년 여성임원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차원주 전 한국투자증권 상무보도 최근 허브자산운용의 CEO가 됐다. 차 CEO역시 지분 20.24%를 보유한 주요 주주 겸 경영인이다.
차 CEO는 지난 2000년대 말부터 부동산 PF분야에서 업무를 시작해 한국투자증권이 PF하우스로서 르네상스를 여는데 일조했다. 남성 문화가 강한 부동산금융 분야에서 여장부로 불리며 딜 발굴과 적기 투자에 우수한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사에 이익을 많이 낸 공을 인정받아 지난 2020년 말 부장에서 상무보로 승진하며 승승장구했다.
허브자산운용은 앞으로 국내 공동주택, 오피스텔, 지역주택조합 등 부동산 PF사업에 특화해 서비스하는 한편 해외 오피스. 기숙사, 임대아파트 등 수익이 검증된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통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국내 우량 부동산 신탁사들이 주관하는 개별 신탁사업에 공동 투자함으로써 수익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들 두 셀럽급 증권업계 PF전문가가 자산운용사 경영진으로 옮긴 것은 최근 자산운용업계의 부동산개발시장 입김이 세진 것과 무관치않다. 자산운용사들은 PF시장에서 자문 및 주선은 물론 펀드 투자 등을 통해 증권사의 금융주선 영역을 빠르게 잠식해가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운용사와 증권사간 영역이 겹치며 경쟁이 격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두 여성 CEO는 증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개발 사업의 투자 파이를 함께 키우고 증권사와 협업할 여지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