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은행·보험사에 "펀드 조성해 2금융권 브릿지론 매입"제안
은행·보험권이 펀드를 공동 조성해 2금융권의 브릿지론을 매입하는 방안을 금융위원회가 은행들에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보험사가 펀드의 1종 수익자로 투자하고 2금융권이 브릿지론 중,후순위채권을 출자 전환해 2종 수익자로 참여하는 방안도 펀드 조성안의 하나로 거론된다. 은행권은 2금융권의 부실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펀드 투자를 통한 브릿지론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신진창 금융정책국장 주재로 은행지주 부행장과 부동산PF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금융지주별 보유PF 채권현황을 공유하고 부실채권 정리와 제도 개선을 위한 의견을 나눴다.
금융위는 PF시장 정상화를 위해 은행·보험사가 출자해 대형 펀드를 조성, 2금융권의 브릿지론을 사들이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성은 있는데 일시적으로 돈이 돌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을 살리기 위해서다.
펀드 조성 규모는 5000억원 이상에서 많게는 조 단위로 추산된다. 정부가 새로운 펀드를 설립해 브릿지론 매입 방안을 구상한데는 경·공매 방식이나 캠코PF정상화펀드를 통한 브릿지론 사업장 정리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경공매 방식은 손실을 우려한 중후순위 대주의 반대에 부딪쳐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가동한 캠코 PF정상화펀드와 민간 PF정상화펀드를 합쳐 총 2조2000억원이 조성된데 비해 실제 투자액은 2300억원에 그치는 등 저조한 매입 성적을 보이고 있다. 경공매나 정상화펀드는 사업장을 할인해 매입하는데 PF채권을 보유한 매도자와의 가격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일 은행·보험사의 브릿지론 매입 블라인드펀드는 정상 브릿지론을 원가에 사들이는 방식이 유력하다. 당초 은행들이 2금융권의 브릿지론대출을 직접 인수하는 방안을 구상했으나 이 경우 은행의 내부 대출심사를 거쳐야 하고 충당금 적립 부담도 생긴다.
펀드를 조성해 브릿지론을 매입하면 내부 심사규정이나 충당금 적립 이슈를 피해갈 수 있다. 또한 브릿지론을 펀드에 담으면 수익자(은행·보험사)는 배당을 통해 이자를 받기 때문에 이자 기한을 넘기더라도 디폴트로 바로 넘어가지 않고 유연하게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은행들은 일단 출자 약정을 하고 캐피탈콜 방식을 통해 필요할 때마다 수시납을 하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 정상화 가능하지만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는 브릿지론을 펀드가 사들여 본PF 전환을 촉진하자는 것"이라며 "은행·보험은 부동산PF 부실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등 여건이 충분해 브릿지론 투자를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펀드 조성에 앞서 브릿지론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를 거쳐 '양호-보통-악화우려-회수의문' 등 4단계로 세분화하는 방식도 논의 중이다. 양호나 보통 사업장이 펀드의 매입 대상 브릿지론이지만 악화우려 사업장의 경우 중후순위 브릿지론 대주가 펀드에 출자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중,후순위 브릿지론을 출자 전환해 펀드내 2종 수입자로 참여시키는 구상이다. 손익 차등형 펀드를 만들면 손실 발생시 2종 수익자가 먼저 손실을 선부담해 1종 수익자인 은행들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정상화해 사업 청산하는데 몇년이 걸리기 때문에 자본금이 적은 캐피탈이나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출자 전환에 따른 경영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은행권 펀드를 통한 브릿지론 인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2금융권의 고통 분담과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금융위에 제시했다. 브릿지론을 과다 보유한 2금융권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토지비를 낮춰야 부동산시장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은행 관계자는 "2금융권이 사업성을 무시하고 브릿지론을 과다 공급해 시장에 위기를 초래한 측면이 있다"면서 "2금융권을 살릴 생각만 하면 원인 치유가 되지 않고 부동산PF시장 위기가 되풀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