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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단기자금·기업 유동성 확대 ...업계 "분양시장 회복 안되면 미봉책"

원정호기자
- 7분 걸림 -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에 대한 유동성 완화 조치가 일부 도움되겠지만 당장의 자금조달 길이 끊긴 걸 감안하면 좀 더 직접적인 지원책이 나와야 합니다."(A캐피탈사 실장)

"한시적인 유동성 공급 대책일 뿐 결국 분양을 통해 PF대출금을 회수해야 단기 자금시장이 정상화됩니다.  지금처럼 분양률이 저조하면 한시적으로 버티는 시간만 더 벌어준 꼴입니다."(B증권사 관계자)

정부가 지난 28일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열고 단기자금·기업 유동성 확대 등을 포함한 시장안정조치를 발표했지만 업계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한시적 비상 조치일 뿐  시장 상황이 뚜렷히 개선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부동산개발사업에 건설사와 금융사 돈이 잠식돼 어려움이 커진 이상 분양 시장 회복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결국 미봉책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정부, 유동성 확대·채권시장 수급안정 동시 추진

이번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우선 3조원 규모로 진행한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1차 캐피털콜에 이어 5조원 규모의 2차 캐피털콜을 추가로 진행한다.
한은은 2차 캐피털콜에 출자하는 83개 금융회사에 최대 2조500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한다.  91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으로 회사별 출자금의 절반 이내를 지원하는 방식이며, 차환 여부는 석 달마다 시장상황 개선 정도를 고려해 결정한다.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의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증권사 CP 매입, 증권사·건설사 보증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프로그램 등은 집행 속도를 올린다.

1조8000억원 규모 증권사 보증 PF ABCP 매입 프로그램은 지난 24일 가동을 시작했고 1조원 규모 건설사 PF ABCP 매입 프로그램도 심사를 거쳐 이번 주부터 매입을 개시한다.  산은의 증권사 발행 CP 매입 프로그램은 심사 기간을 10영업일에서 5영업일로 줄인다.  

이와 함께 채권시장 수급 안정을 위해선 12월 국고채 발행 물량은 9조5000억원에서 3조8000억원으로 축소한다. 한전, 가스공사 등 공공기관도 채권 발행 물량 축소·시기 분산, 은행 대출 전환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대형 금융회사, 기관 투자자, 법인 등이 시장안정 노력에 나서도록 협조도 요청할 계획이다.

증권· 여전사 등에 유동성 완화 조치

증권과 여전사에 대해선 유동성 완화 조치에 나섰다.  먼저 증권사 보증 유동화증권에 대한 매입이 허용됨에 따라 이런 보증 채무를 실행하는 증권사에 대한 순자본비율(NCR) 위험 값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NCR  위험 값을 신용 등급이나 부실화 여부, 보유 기간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럴 경우  사모사채를 인수한 형태의 기존 채무보증 이행 위험값(100%)에 비해 감소하게 된다.  

여전사는 유동성 비율 규제와 여신성 자산 대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익스포저(대출+지급보증) 비율이 내년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완화된다.  여전사의 조달 여건 부담 완화를 위해 원화 유동성 비율을 10%포인트 완화하고, 여신성 자산 축소로 인한 PF 익스포저 비율 증가에 대해서도 완화한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금융지주 자회사 간 신용공여 한도도 내년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완화된다. 금융지주 계열사 간 유동성 지원을 위해 자회사 간 신용공여 한도를 10% 포인트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KB캐피탈이 국민은행에서 자금을 빌릴때 10% 더 한도가 늘어나게 된다.

내년 1월부터 미분양 PF대출 조기 보증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부동산 PF보증을 당초 내년 2월에서 내년 1월로 한 달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 우선 5조원 규모의 미분양주택 PF 보증 상품을 신설해 준공 전 미분양 사업장도 PF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보증을 지원한다.

인허가 후 분양을 준비 중인 부동산 PF 사업에 대한 보증 규모는 5조원 늘리고, 보증이 제공되는 대출금리 한도를 폐지하는 등 보증 대상 요건도 추가로 완화한다.  이에 내년 말까지 PF 보증 규모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10조원,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HF) 5조원 등 총 15조원 규모로 확대된다.

업계 "미봉책 그칠 것..부동산 회복돼야 PF 정상화"

이번 대책에 대해 금융계는 PF발 시한폭탄의 시간만 연장됐을 뿐 정부의 한시적 유동성 지원책이 끝나면 다시 시장을 위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시장이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단기자금 시장 불안의 불씨를 근본적으로 진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PF 구조상 대출기관이 자금을 회수하려면 분양률이 40%, 건설사가 공사비를 회수하려면 분양률이 70%는 나와야 한다"면서 "10~30%에 그치는 최근 분양률로는 금융사와 건설사 모두 정부가 지원하는 유동성을 갚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HUG의 PF보증에 대해서도 "당장 건설사를 살려야 하니 HUG의 PF보증을 늘리는 것인데 분양이 안되면 결국 PF보증 부실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지주 계열의 한 캐피탈사 실장도 "(정부 대책으로) 신용한도가 늘어나니 지주계열 캐피탈사는 효과를 일부 보겠지만 자금조달이 끊긴 나머지 캐피탈사는 어려움이 풀리지 않고 있다"면서 "상황이 악화될수록 업계가 좀 더 직접적인 자금 지원을 요청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부동산경기 정상화 요구가 커지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연내에 등록임대사업제 개편, 재건축 안전진단 개선 등 부동산 규제 추가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도 구조안전성 비중을 낮추는 방안 등을 담아 개편한다. 안전진단 기준이 완화되면 그만큼 지역 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정부는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규제 완화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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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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