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시공한다는 BTL고시사업, 사업비 현실화 가능할까
정부가 2023년 민간투자사업 기본계획 개정을 위한 의견 수렴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건설업계가 임대형 민자사업(BTL)의 적정 공사비 확보를 우선 개선사항으로 꼽고 나섰다.
BTL 고시사업의 총 사업비가 실제 산출일이 아닌 이듬해 시설사업기본계획 고시일 기준으로 제시돼 기간 차이에 따른 물가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아 적자 시공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항변이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자재값 급등으로 공사비가 크게 오르면서 민자사업의 적정 공사비 확보가 업계의 지상 과제가 됐다.
특히 BTL 정부 고시사업은 총사업비를 실제 산출일이 아닌 시설사업기본계획 고시일 기준 불변가격으로 제시돼 공사비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올해 4월 사업비를 산출했어도 고시일이 내년 12월이면 그 날이 사업비 기준일이 되는 것이다. 이에 실제 총사업비 산출일에서 고시일까지의 물가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최근처럼 건설자재값이 급등하면 적자 시공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다만 수익형 민자사업(BTO)이나 BTL의 민간 제안사업은 총 사업비 산출일 기준 불변가격으로 통일돼 있어 이런 문제가 없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현행 입찰제안서(RFP)상 주무관청이 고시한 총사업비를 초과해 제안할 경우 실격 처리됨에 따라 물가상승분 반영을 하지 못한다"면서 "이에 민간사업자는 공사 과정에서 수익성 악화 등 경영난을 겪고 사업 중단 가능성 등의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BTL 사업은 중견·중소업체가 주로 참여함에 따라 적자 발생사업 한 건으로도 기업 생사를 좌우한다고 한다.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4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가 2년 전에 비해 24%나 상승했다"면서 "BTL사업의 건설기간 중 물가지수로 쓰이는 건설투자 GDP 디플레이터는 14.4%나 올랐다"면서 " 착공시점에 117.1원이 드는 공사를 105원으로 수행해야 하므로 적자 시공을 해야할 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더군다나 착공 이후 건설기간에는 그간 급등했던 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마이너스 물가지수가 반영돼 , 공식 인정되는 총사업비가 되레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건설업계는 올해 민자사업기본계획 개정시 BTL 정부고시사업의 총사업비 불변가격 기준을 현행 고시일에서 산출 시점으로 개선하는 근거 규정을 마련할 것으로 촉구하고 있다. 이미 계획 고시되거나 실시 협약이 체결된 사업에도 소급 적용해 줄 것을 건의한다.
지난 2021년 이전에 총사업비가 산출된 사업으로서 2022년 기본계획 시행일 이전에 시설사업기본계획 고시 또는 실시협약 체결된 사업은 실제 총사업비 산출시점에서 고시일까지의 건설투자 GDP 디플레이터를 반영해 달라는 것이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올해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 개정을 위한 의견 수렴 작업을 이달부터 시작한다. 업계는 민자사업 활성화를 위한 개정 의견을 취합해 제출할 계획이다. 기재부는 이들 작업을 거쳐 빠르면 오는 6월 개정된 ‘2023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을 고시할 예정이다.